【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도종환 시인의 이쁜 산문들이 재편집되어 출간되었다.

출판사는 “지친 영혼들에게 바치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언어!”, “선한 마음으로 선한 세상에서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홍보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도종환 시인이 건네는 인생 문장!”이란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도종환 시인이 오랫동안 천착해온 삶과 문학에 대한 사색의 편린을 가려 모은 책이다.

시인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기억해온 다양한 빛깔의 사유를 ‘꽃 같은 문장’과 ‘별 같은 언어’로 기록해놓았다.

도종환 문학의 정수(精髓)가 스며있는 110편의 글에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안을 주고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세상은 갈수록 삭막해지고 심성은 거칠어지고 있다.

사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피로하고 불안해한다. 이러한 현실을 평화롭고 살만한 곳으로 바꾸기 위해 시인은 말한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면 선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데 욕심과 집착에 빠져 있다면 그건 진정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진정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의로운 마음이 됩니다. 마음이 맑고 순해집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 보세요. 당신의 마음이 얼마나 선해지는가를 당신은 알게 될 테니까요.”(14페이지)

사랑하는 마음은 선한 세상을 만든다!

사랑은 인간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마음씨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고, 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인간의 마음은 선해지고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도종환 시인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긴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물에 대한 연민을 지닌 시인은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생각한다.

이들이 서로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고 살아갈 때 세상은 비로소 평안해진다고 믿는다. 그런 세상을 이루기 위해 시인은 ‘누군가를 사랑하라, 그러면 마음이 선해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유와 성찰의 언어, 행동과 실천의 문장!

도종환 시인은 그동안 『접시꽃 당신』을 비롯하여 여러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고 신동엽창작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상문학부문대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이자 교육자의 길을 걷다가 교육운동을 하면서 사회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현실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갔고, 3선 국회의원과 문체부 장관을 지내며 보다 깊고 넓은 세계를 향해 나아갔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여 성찰에 이르는 사람이다.

교육자와 정치인은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시인이자 교육자이며 정치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도종환은 어떤 자리에 있든지 자신의 삶과 문학에 대한 염결성을 유지해왔다.

그러한 염결성을 바탕으로 사유와 성찰의 단계를 거쳐 실천하고 행동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웅숭깊은 삶의 궤적 속에서 탄생한 도종환 시인의 문장들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널리 공감하는 경지로 이끌어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근원은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마음이 선해지는 사랑」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근원인 사랑에 대한 단상을 소개한다.

사랑의 대상은 ‘나’이면서 ‘너’이고 사랑의 주체도 ‘나’이면서 ‘너’이다. 사랑의 관계 속에서 나와 너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한다.

사랑이란, 서로 다른 섭동의 힘으로 밀고 당기는 행위를 반복하는 이중주이다. 마치 리라의 현과 활시위의 팽팽한 긴장감이 만나서 화음을 이루듯이.

“나뭇잎 사이로 별이 총총한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으면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닙니다. 내가 별을 올려다보는 이 각도의 반대편 꼭짓점에 그대가 있을 것임을 나는 압니다. 별은 우리를 그렇게 반짝이는 눈빛으로 연결해주고 있으니까요.”(21페이지)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을 닮아가기!

2부 「돌아가야 할 마음의 집」에서는 자연의 일부로 사는 것에 대한 고요한 응시가 돋보인다.

삶이란,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내려놓고 자연을 닮아가는 거라고 시인은 말한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눈을 받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흔들리는 나무처럼 살아야 한다. 현대인은 눈과 귀를 쉴 새 없이 소란스럽게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얻으려면 그 소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리하여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요 속에서 한 그루 나무가 움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까지의 과정을 ‘오래 바라보며 세상을 사는 이치를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고통과 두려움과 번뇌는 움켜잡은 마음의 욕망에서 일어난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풀어 놓으라는 말은 마음을 그런 집착의 감옥에서 풀어 놓으라는 뜻입니다. 마치 모래 한 줌을 평평한 바닥에 놓을 때 한 알 한 알이 스스로 제자리를 잡는 것처럼 당신은 당신의 마음을 집으로 데려오십시오.”(63페이지)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들!

3부 「나무의 마음, 꽃들의 영혼」에서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낮고 겸손한 마음이라는 걸 알려준다. ‘나’와 사물과 세계는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마음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사랑의 여정이다.

사랑은 거창한 게 아니다.

평범한 이웃들과 함께 하는 단순하면서도 숭고한 진리가 사랑하는 마음의 배경이다. 자신을 속이고 남을 이기려는 욕망을 좇다가 ‘소진하는 삶’을 살지 말고 ‘나무의 마음과 꽃들의 영혼’으로 복귀하라고 시인은 말한다.

‘내면이 자족에 이를’ 때 인간은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 자족은 개인의 평화와 함께 모두의 평화를 부르는 것이므로.

“욕망이란 본래 그 안을 다 채울 수 없는 그릇입니다. 그릇을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상처받고 지쳐 쓰러지면 그때는 자신을 돌보아야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기쁨을 느낄 줄 알게 되면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을 탐하는 일은 멈추게 됩니다. 내면이 자족에 이르는 상태, 이것은 곧 자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139페이지)

자연에서 배우는 겸허한 자세!

4부 「나를 알은체하는 쓸쓸함」에서 시인은 쓸쓸함이라는 감정의 의미에 대해 논한다.

쓸쓸함은 부정적이고 몰아내야 할 정서가 아니라 섬세하게 다루고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쓸쓸함에 물을 주고 가꾸고 배양해야 한다.

쓸쓸함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삶에 대한 겸허이다. 자연의 순환원리와 인간의 시계에 대응하는 질문이자 화답이다.

“잔돌과 만나면 소란스럽지만 깊은 물과 만나면 소리가 없는 물처럼 하루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당신도 그처럼 깊어지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깊어지는 시간의 물살 위에 잃어버린 당신의 조그만 나뭇잎배 하나 띄울 수 있기를. 이 저녁 당신의 가슴 위로 종이배 하나 띄울 수 있기를.”(167페이지)

채우기 위한 삶, 비우기 위한 삶!

5부 「중심으로 내려가는 긴 겨울」에서는 생장수장의 섭리와 생로병사의 순리를 이야기한다. 겨울은 계절의 끝이 아니라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생이 무한하지 않고 유한한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함이다.

자연의 시계와 인간의 시계는 거대한 순환과 윤회 속에서 무구하다.

낙엽을 떨군 빈 나무는 다음을 위해 ‘에고와 탐욕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러할 때 ‘비로소 거룩한 우리 자신의 본성과 마주하게’ 된다. 생명체의 윤리는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비워내기 위함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자리이므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원래 온 자리로 간다는 뜻입니다. ‘끝났다’라는 말이 아닙니다. 순환과 윤회의 말입니다. 얼음이 물이 되고 물이 얼음이 되어도 형태만 다를 뿐 질량은 같으며 얼음이 녹고 나중에 수증기 가 되어 허공에 흩어져도 액체가 기체로 형태만 달라졌을 뿐, 질량은 불변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삶과 죽음도 형체만 달라질 뿐 본질은 변한 것이 아니며 생도 멸도 시작도 끝도 없는 것입니다. 다만 ‘돌아갔’을 뿐입니다.”(197페이지)

『누군가를 사랑하면 마음이 선해진다』에는 도종환 시인의 명징한 문장들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포착해낸 110장의 컬러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세계 곳곳의 오지를 탐사하면서 사라져가는 인류의 문화유산을 기록해온 박종우 사진가의 작품과 도종환 시인의 문장이 어우러져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젊은 날의 도종환 시인.
젊은 날의 도종환 시인.

도종환 시인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그동안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흔들리며 피는 꽃』 『해인으로 가는 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사월 바다』 등의 시집과,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등의 산문집을 냈다.

신동엽 창작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상문학부문대상, 백석문학상, 공초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박용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박종우 사진가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11년간 한국일보 기자로 있으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취재했다.

저널리스트에서 다큐멘터리스트로 전환한 후 지구상의 오지를 탐사하며 사라져가는 소수민족의 문화와 생활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티베트 취재 도중 차마고도의 존재를 처음 발견했으며, 휴전 이후 최초로 비무장지대에 들어가서 60년 역사의 DMZ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세계 각지에서 국가 이데올로기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결국 쓸모없게 버려진 전쟁시설물을 기록하고 있다.

여러 차례 개인전을 했으며 사진집 『Himalayan Odyssey』 『임진강』 『DMZ』 『비무장지대』를 발간했다.

2016년 Steidl Book Award Asia, 2019년 제18회 동강국제사진상을 수상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