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 총서기-스가 日 총리 전화 회담 불구 양국관계 더 멀어질 듯
올해 최소한 1700여 개 일본 업체 중국 탈출을 결행 내지 준비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25일 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가진 전화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해 논의했다.

“새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중일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기를 원한다.”는 발언을 통해 화해의 시그널도 보냈다.

어떻게 해서든 일본을 자국으로 더 기울게 해야 미국과 진행하는 신냉전 국면의 어려운 상황에서 우군은 아니더라도 중립적 입장을 취할 인접국을 옆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동맹 관계인 미국의 입장을 모른 체 하고 중국의 손을 덥석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우니 이렇게 단언해도 좋다.

여기에 최근 일본 자본이 속속 중국에서 철수하는 상황까지 더할 양국 관계가 현재의 불편한 상태에서 한걸음도 더 나가기 어려운 국면이라는 현실은 별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이 중국으로서도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말 그런지는 올해 최소한 1700여 개의 일본 업체가 중국 탈출을 결행 내지 준비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만 봐도 좋다.

앞으로도 분위기는 진정되지 않은 채 더욱 가속화될 것이 확실하다.

이 경우 일본 각종 산업의 공급망은 중국에서 속속 철수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후베이성 우한 소재의 혼다자동차 공장의 모습. 중국 철수 계획이 없는 대표적 일본 기업으로 통한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베이징 외교가 경제 소식통의 26일 전언에 따르면 이런 단정은 일본 정부의 최근 행보와 재중 기업들의 반응이 역시 확실하게 뒷받침해준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에 대한 각종 보조금 지급을 통한 손실 보전 조치를 재차 확인해주자 행여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호응하고 나고 있는 것이다.

8월 말 기준으로 1700여 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사실을 감안할 때 조만간 2000여 개가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재중 일본 기업의 차이나 엑소더스가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이유가 있다.

역시 미·중의 갈등이 시간이 갈수록 고조되는 현실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봐야 한다.

양국의 틈에 끼인 채 어디에서 날아들지 모를 유탄을 맞기보다는 자발적으로 본국으로 유턴하거나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중국 사업이 과거처럼 채산성이 맞지 않는 현실 역시 이유로 손꼽힌다.

최근 들어 중국 제조업의 원가가 일본의 평균 80%에 이른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베이징의 대만 사업가 렁유청(冷有成) 씨가 “중국은 이제 외국 기업의 낙토가 아니다. 인건비를 비롯해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인건비 등에 혹해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계속 머무르겠다는 것은 죽겠다는 생각과 진배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다.

동맹국 미국의 강력한 압박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일본으로서는 세계 최대 시장이자 동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일본 입장에서 중국은 가상의 적이기도 하다.

미국의 압박이 없더라도 솔직히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속된 말로 알아서 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8월 말 기준으로 일본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의 행렬 역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카메라 업체인 올림푸스와 전자회사 오므론을 비롯해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도시바(東芝)기계, 스즈키(鈴木)자동차 등이 그야말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중국에 이별을 고했다.

이외에 마츠시타(松下), 니콘, 소니 등도 조만간 생산 기지를 철수시킬 계획으로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혼다(本田)자동차가 철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중국과 일본은 1971년 수교 이후 최근까지 50여년 세월 동안 끈끈한 경제협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중국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 산업의 공급망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양국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열정냉(經熱政冷. 경제는 뜨겁고 정치는 차가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보면 경냉정냉의 국면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25일 양 정상의 전화 회담에도 불구,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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