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앱운영...평점은 바닥권
계열사간 온라인몰 통합 실패
차별화된 경쟁력 없어 약점노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인 롯데온이 어느 새 출범 반년을 맞았다.

주지하다시피 롯데온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쇼핑, 롯데닷컴, 하이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7개 계열사가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한번에 로그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앱으로 지난 4월 28일 첫 선을 보였다.

이커머스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키운다는 야심찬 구상아래 롯데는 2년간 무려 3조원을 투입해 론칭했으니 롯데의 기대는 꽤나 컸으리라.

이를 통해 그룹 유통사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아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도 함께 곁들였다.

핵심 전략은 ‘전천후 맞춤형 서비스’. 롯데 온·오프라인 회원 수 3900만명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이 원하는 상품을 콕 집어내는 이른바 ‘초(超)개인화’ 전략을 내세웠다. 그래서 내세운 슬로건이 ‘고객 1명을 위한 소비자 중심의 쇼핑 플랫폼’. 검색창조차 필요 없는 플랫폼을 지향했다.

어느 덧 출범 6개월이 지나 롯데온은 반기성적표를 받았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롯데의 야심작 치고는 기대치를 크게 밑돈다.

롯데쇼핑 상반기 매출액은 8조12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535억원으로 82% 급감했다. 롯데온 출범 뒤 성적인 2분기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쇼핑 2분기 매출액은 9.21% 감소한 4조459억원, 영업이익은 98.5% 떨어진 14억원이다.

사실 올해 코로나19로 온라인 마켓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도 롯데는 과실을 누리지 못했다. 2분기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17% 성장했지만 롯데쇼핑 온라인 성장률은 1.2%에 그쳤다.

무엇이 문제일까. 돌이켜보면 출발부터 불안했다. 롯데온 오픈 첫날부터 서버 트래픽 과부하로 접속 장애가 일어나면서 삐걱거렸고, 사전 고지 없이 회원 등급이 초기화되는 등 여러 시행착오가 발생했다.

치열한 온라인 경쟁환경에서 주도권 확보는 물론 소비자들의 관심도 제대로 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업계 내 존재감은 미미하다는 혹평도 들린다.

그러나 유통관계자들은 부진의 원인으로 먼저 미숙한 앱운영을 꼽는다. 온라인 쇼핑몰의 핵심 경쟁력은 안정적인 앱 운영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예컨대 지난달 ‘롯데온세상’ 할인 프로모션을 열고 있는 당시에도 2시간여 동안 또 접속 오류가 빚어졌다.

이 행사에는 소비자가 크게 몰릴 것이 예상됐다. 그러나 롯데온은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서버 과부하로 애를 먹었다. 모바일 앱은 물론 웹페이지에서조차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이에 따라 롯데온 앱평점은 바닥권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11월 2일 기준)에서 롯데온 사용자 평점은 5점 만점에 2.4점. 경쟁사인 티몬(4.6점), 위메프(4.5점), 쿠팡(4.4점), 11번가(3.9점), 옥션(3.8점), SSG닷컴(3.6점)와 비교해보면 롯데온이 얼마나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지 알 수 있다.

이뿐 아니다. 계열사 간 온라인몰 통합에서 실패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많은 고객이 롯데온과는 별개로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의 계열사 앱을 따로 이용한다. 물론 롯데온에서 여러 계열사 사이트로 연결할 수는 있으나 앱 성능이 떨어져 되레 불편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롯데온에 소비자를 집중시키지 못하고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이커머스 업계는 '외연확장'으로 자고 나면 세상이 달라졌다고 할만큼 빠르게 변화한다. 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라며 이합집산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업계 1위 쿠팡은 좋은 사례다. 직매입 로켓배송과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를 동시에 키워나가고 있는 이 회사는 현재 넷플릭스, 왓챠플레이와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진출도 노린다.

그래서 업계에선 아마존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료 회원제인 아마존 프라임을 기반으로 쇼핑과 OTT 사업을 키워나가는 아마존처럼 쿠팡 또한 유료 회원제인 로켓와우클럽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도 커머스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다. 최근 CJ그룹과의 상호 지분 투자를 통해 CJ대한통운의 국내외 물류 인프라를 쇼핑에 접목했다. 그간 쿠팡과 비교해 네이버의 약점으로 꼽혔던 배송이 강점으로 반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물론 롯데온도 인적쇄신 등을 통해 추격의 고삐를 바싹 당기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 유통BU는 강희태 부회장 직속의 데이터 거버넌스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TF장으로는 윤영선 롯데정보통신 상무를 임명했다.

아울러 오픈마켓 확대를 위한 인재도 영입했다. 롯데쇼핑은 11번가 출신 김현진 플랫폼센터장과 임현동 상품부문장 등을 품에 안은 것.

아무튼 커머스 업계 정상을 다투는 네이버와 쿠팡이 공격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출범 반년에 불과한 롯데온의 존재감은 미미해 보인다.

게다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롯데온이 다른 이커머스 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약점도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연 롯데온이 성장의 파이를 얼마나 키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롯데온의 내일 기상도가 여전히 흐려 보이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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