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접고 아파트 건설 가능성 농후
부산 반대여론 심화, 매각 불발도 예상

하늘에서 본 부산 한진중공업 전경(사진=한진중공업)
하늘에서 본 부산 한진중공업 전경(사진=한진중공업)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매물로 나온 부산 한진중공업 새 임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현재로선 아마도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부산시나 지역 여론의 반대가 심하다. 인수해서 조선업을 계속하면 좋은데 아파트를 짓는 등 개발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동부건설 입장에선 넘어야 할 곳이 첩첩산중인데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런 분위기 속에 매각을 강행할 지 이래저래 관심사다.

24일 금융권과 부산시, 조선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2일 한진중공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M상선 컨소시엄은 예비협상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매각대금은 대략 4,000억원 선.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한진중공업 인수에 나선 이유는 영도조선소의 부지 때문으로 보인다. 부산대교와 영도다리와 머리를 이웃하고 있는 이 땅(26만㎡,약 8만평)은 그만큼 매력적이다. ‘오페라 하우스’로 유명한 호주 시드니를 참고로 개발이 한창인 북항과 바로 머리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소를 접고 아파트를 짓는다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 사람들은 한진중공업이 팔려도 계속 조선소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최초의 근대조선소로써 1937년 조선중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광복이후 대한조선공사를 거쳐 1989년부터 한진중공업으로 명칭이 변경됐지만 여전히 부산을 상징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진중공업은 2019년 부산의 매출3위 기업으로 부산소재 협력업체만 100여개에 이르는 등 지역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다.

문제는 동부건설의 행보다. 이런 지역분위기와 달리 인수하더라도 조선업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컨소시엄 구성원들이 조선과는 무관하기 때문.

동부건설 컨소시엄에는 동부건설이 전략적 투자자(SI)로, 한국토지신탁과 NH PE, 오퍼스 PE가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고 있다. 하나같이 배만드는 회사와 관련이 없다. 그래서 업계에선 동부건설이 소위 ‘얼굴마담’격으로 인수창구에 나왔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동부건설은 왜 전면에 나서며 이른바 ‘바지사장’을 자청했을까. 이는 회사 사정을 알아 보면 쉽게 이해된다. 현재 동부건설 최대주주는 62.19%의 지분을 보유한 키스톤에코프라임. 또 키스톤에코프라임의 최대주주는 ‘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합작회사’. 근데 이곳의 최대주주는 87.0% 지분을 보유한 한국토지신탁이다.

결국 한국토지신탁이 돌고 돌아서 동부건설을 지배하고 있는 셈. 따라서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한진중공업 인수에 나선 건 한국토지신탁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것이 투자은행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진중공업을 인수하면 부수입도 적지 않다. 서울 동서울터미널 개발도 인수 메리트로 꼽힌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동서울터미널 부지를 신세계동서울PFV에 4000억원에 매각했다.

이 PFV는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분 85.0%,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이 각각 10%, 5%를 갖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신세계프라퍼티와 함께 동서울터미널 재건축을 진행한다. 신세계그룹은 일대에 스타필드 3개동을 지을 계획인데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투자자들은 개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것.

이뿐 아니다. 한진중공업의 건설능력 자격도 덤으로 받는다. 지난해 한진중공업 시공능력은 45위로 올해 3분기 기준 건설 부문 수주잔고는 2조4044억원이다. 

동부건설 CI
동부건설 CI

이렇게 볼 때 동부건설을 전면에 내새운 한국토지신탁이 한진중공업 인수 후 영도조선소 개발과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 등에 참여해 수익을 내려는 판단이 깔려 있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악화되고 있는 부산 여론. 부산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동부건설 컨소시엄을 투기 자본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지역 시민사회가 대거 참여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투기자본 매각 저지와 일자리 지키기를 위한 부산시민대책위’를 꾸려 매각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입찰 제안서를 낸 SM그룹을 제외한 누구도 조선소를 유지하겠다고 언급하지 않았다”며 “조선업과 관련 없는 투기자본들이 부지 개발이익을 노리고 뛰어들었다”고 꼼수 인수를 지적했다.

나아가 한진중공업이 투기자본에 매각되는 일을 저지하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앞서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 부산 시민사회 등도 지난 17일 한진중공업 조선업과 고용 유지를 촉구하는 공동 입장문을 만들어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전달하기도 했다.

부산이 일치단결해 한진중공업을 지키겠다는 분위기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향후 어떤 행보에 나설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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