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LG측 S&I코퍼레이션과 용역업체에 대해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등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LG측 S&I코퍼레이션과 용역업체에 대해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등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세계 초일류 기업 LG가 정초부터 체면을 구겼다.

LG그룹 심장부격인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고용문제를 제기하며 파업에 돌입했지만 3주 넘도록 해법찾기에 실패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16일 청소노동자들의 기자회견을 통해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지난 11월 30일 여의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 명은 용역업체 변경을 핑계로 사실상 집단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원청인 LG와 S&I코퍼레이션이 집단해고를 철회하고 고용승계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LG그룹의 지주회사 LG가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 S&I코퍼레이션과 계약한 지수아이앤씨에 고용돼 있다. 지수아이앤씨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모인 구미정 씨와 구훤미 씨가 50%씩 지분을 나눠 소유한 회사.

문제는 S&I코퍼레이션이 올해부터 LG트윈타워 청소를 지수아이앤씨 대신 백상기업에 넘기기로 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지수아이앤씨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 명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한 것. 백상기업은 기존 청소노동자들을 고용승계하는 대신 새 인력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가 바뀌었지만 사태는 되레 악화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가입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S&I코퍼레이션과 지수아이앤씨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다고 밝혔기 때문.

양측이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오히려 자존심 싸움으로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몇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먼저, 일처리가 LG답지 못하다. LG는 전자 통신 가전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 최첨단 기업이고 기술선도 업체다.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이고 최고의 기업답게 천재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청소라는 아날로그 문제 하나를 풀지 못하고 끙끙대는 모습을 보면 업무처리가 LG답지 못하다는 생각도 든다.

둘째, 실종된 ‘사랑해요 LG'

LG의 슬로건은 '사랑해요 LG‘다. 광고와 CF 등을 통해 익히 들어왔고 이를 통해 기업이미지도 차곡차곡 쌓아왔다. 연말연시 땐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넉넉히 쾌척하고 최근에는 사회에 귀감이 될 사람들을 선정해 ’의인상‘을 시상한다. 그렇다면 트위타워 청소 노동자 문제에는 왜 이 따스한 구호를 적용하지 못하는 지 의아할 따름이다.

셋째, 곱지 않은 여론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 언론은 거듭된 보도를 통해 청소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비록 그들의 주장과 요구가 무리하더라도 엄동설한에 길거리로 내모는 거 아니냐는 호소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이뿐 아니다.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도시락 반입을 금지하거나 전원차단 등 반인륜적 처사에 시민단체는 ‘LG 제품 불매’로 맞서며 노동자들을 측면 지원하는 등 여론도 LG에 곱지 않다.

아무튼 세계 초일류 기업 LG에서 청소 노동자들은 어쩌면 미천한 존재다. 하지만 작은 구멍 하나가 둑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격언을 떠올리면 이번 사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제라도 LG는 체면이나 자존심을 접고 그들을 따스하게 보듬어야 한다.

오늘 따라 날이 많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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