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냄비와 쟁반 두드리며 쿠데타 불복종
현지 진출 한국기업, 공사중단 등 피해 우려

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이주자들이 1일(현지시간) 방콕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모국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과 국기 등을 들고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이주자들이 1일(현지시간) 방콕의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모국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과 국기 등을 들고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어제 저녁 양곤 시민들이 두드리는 냄비와 쟁반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엄청 시끄러웠죠.”

지난 1일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무역업을 종사하는 A씨는 4일 뉴스퀘스트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고 “오늘과 내일이 최대 고비다. 군사정부가 들어서 언로를 틀어막는 72시간이 끝나기 때문”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또 일부 병원 의료진들은 “우리는 독재자와 선거를 거치지 않은 정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쿠데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빨강과 검정 리본을 달기도 했다.

A씨는 “이 같은 불복종 움직임은 미얀마 국민들이 이번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라며 “미얀마는 전통적으로 악마나 나쁜 일을 쫓기 위해 양철 제품을 두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의 움직임이 거리시위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미얀마 군사정부는 1988년 9월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이에 반발하던 승려와 학생, 시민 3000여명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며 “이를 고려하면 이번에 시민들이 유혈사태를 각오하고 거리를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당초 오는 5월까지 폐쇄키로 했던 양곤 공항은 3일 부분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 양곤에 거주하는 B씨는 “지난 1일 한국에서 입국하려던 건설기술자가 쿠데타 발발로 비행기가 뜨지 못해 양곤에 오지 못했지만 어제부터 공항운영이 재개됐고 한국 기술자들은 오는 9일 입국예정”이라고 말했다.

막혔던 인터넷과 SNS도 일부 재개됐다. 지난 1일 현지와 통화나 이메일 전송, 카카오톡 전화 등 일체 불통됐으나 부분적으로 복구됐다. 이에따라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문자와 통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사정부가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사용 중이던 페이스북은 여전히 접속을 차단시켰다.

지난 1일 군사쿠데타가 발발한 미얀마의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도로를 봉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군사쿠데타가 발발한 미얀마의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도로를 봉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영 미얀마 통신사인 MPT를 포함한 인터넷 공급자는 페이스북의 각 서비스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치는 미얀마 정보통신부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미얀마 절반의 인구가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어 혼란이 일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을 막아 시민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한 강제조치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네트워크 감시 그룹 넷블록스(NetBlocks)에 따르면 2천300만의 이용자를 가진 미얀마에 페이스북,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왓츠앱의 각 서비스를 차단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같은 조치는 오는 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벌써부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에는 우리 국민 3500명 정도가 체류하고 있다.

먼저 한국주택도시공사(LH). 지난해 11월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KMIC)’의 1단계 조성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쿠데타로 인해 공사를 맡은 계룡건설 기술자들이 입국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 사업은 LH가 40%, 미얀마 정부가 40%를 출자해 산업용지 87만 6000㎡ 규모로 개발하는 것이다.

또 양곤에서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교량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GS건설도 일손을 놨다. 이 사업은 지난 2018년 12월 미얀마 건설부로부터 수주한 1742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양곤강 남북을 연결하는 공사로 오는 2022년 완공 예정이다.

쿠데타 발발 이후 근로자들이 현장을 떠남에 따라 GS건설은 정상적인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외부 공사를 중지한 상태다.

한편 언론 보도가 제한되는 상황 속에서 미얀마 시민들은 트위터 등을 이용해 전세계에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고 쿠데타 반대 및 수치 국가고문 석방 요구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미얀마 네티즌들은 ‘#세이브 미얀마(#SaveMyanmar)’, ‘#군부를 거절한다(#Reject_the_Military)’ 등 해시태그를 포함한 게시글과 함께 수치 고문의 포스터를 올렸다.

일부 네티즌은 항의 시위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게재하고 K팝 팬들은 한글로 ‘군부 쿠데타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군부는 이미 공보부 명의로 SNS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폭동과 불안을 조장하는 개인이나 매체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미얀마는 한국과는 가깝고도 먼 나라다. 운행연한이 지난 한국의 버스가 양곤 시내에서 버젖이 달리고 있고 이곳에 진출한 한국의 마트나 극장(CGV) 모습을 보면 친근감을 갖게 한다.

한국에서 운행연한이 지난 퇴역버스가 수입돼 양곤에서 시내버스로 달리는 모습(사진=뉴스퀘스트)

하지만 한국에선 유물이 돼 이제 박물관에 안치된 군사 쿠데타가 이곳에선 현재 진행형이란 점을 떠올리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아무튼 미얀마가 군부 쿠데타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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