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쿨러가 가득 찼다.
거의 쿨러가 가득 찼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삼세판이라고 했던가?

어떤 일이 잘 안되었을 때 세 번은 해본다는 의미다.

지난 12월 15일 완도로 열기 낚시를 가서 6마리의 황당한 조황을 기록했다. 그후 1월에 들어서도 계속 바다 날씨가 좋지 않았다.

2021년 1월 31일(10물) 하루 날씨가 좋아 제주로 당일치기 열기 낚시를 갔건만, 더 황당한 조과였다.

추자도와 사수도 일대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열기 3마리를 잡았다.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 2월 6일(1물) 제주로 향했다. 6시 5분 김포발 제주착 첫 비행기를 탔다. 짐을 찾을 때 보니 낚시꾼이 타니 상당히 많다.

한 30명은 되는 것 같이 보인다. 이들은 취향에 따라 타이라바, 벵에돔, 오징어, 열기 등 대상어 별로 흩어져 하루나 이틀 낚시를 즐길 것이다.

제주 서부두에서 배를 타니 8시 30분경. 은갈치 1호 최성훈 선장은 사수도로 간단다. 사수도는 전남 완도와 제주 사이에서 관할 다툼이 있었던 무인도다. 무인도지만 상당히 큰 섬으로 각종 어자원이 많기에 서로 차지하려고 했다. 법원은 제주도 손을 들었다.

사수도가 보인다.
사수도가 보인다.

1시간 30분 이상 달려 배는 사수도가 보이는 곳에서 낚시를 시작한다.

수심이 100m에 가깝다. 대물을 노리려는 모양이다. 두 번째 채비를 입수했을 때 요란한 초릿대의 떨림이 있다. 대물 열기임을 직감한다.

그러나 한 두 마리 줄을 타고 입질이 그친다. 올리니 대물 열기 두 마리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사수도 남쪽 여러 곳을 다녔지만 도통 입질이 없다.

지난 주의 악몽이 떠 오른다. 거의 세 시간 가까이 사수도 근처를 돌아다닌다. 입질이 없다.

선장은 이때 과감한 선택을 한다. 점심을 먹게 하고는 추자도 쪽으로 이동한다.

배는 한 시간 이상 달려간다. 추자도 사자바위가 보이는 해역이다. 채비를 입수하니 한 두 마리 입질이 온다.

두세 번 입수만에 드디어 배 한쪽 라인 전체에 줄을 타기 시작한다. 수심은 약 60m. 씨알도 괜찮은 편이다. 이쪽, 저쪽 번갈아 가면서 열기가 올라온다.

열기 낚시는 미리 채비를 준비하고 있다거 선장의 신호에 따라 동시에 채비를 내려야 한다. 120호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바로 1-2m 정도 들고 기다리면 된다. 이때 초릿대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우럭낚시가 봉돌과 바닥과의 대화라면, 열기 낚시는 초릿대와 바닥과의 대화다.

우럭낚시는 낚싯대를 들고 하기에 봉돌이 바다 바닥에 닿은 느낌을 손으로 느껴서 하는 낚시라면, 열기 낚시는 낚시대를 갈치낚시처럼 선상에 거치시켜 놓고 하기에 눈으로 하는 낚시라고 할 수 있다.

갈치낚시의 경우 바닥에서 아예 높이 띄우기에 밑걸림이 없지만, 열기낚시는 바닥에서 1, 2m 정도, 고기가 떠 있다해도 4-5m 정도니 항상 바닥 기준으로 낚시를 하게 된다.

그러나 고기 욕심에 바닥에 바짝 붙여 놓으면 밑걸림이 생긴다. 그러면 채비 손실이 생기거나, 옆 사람과 채비가 엉킬 확률이 높아진다.

1, 2m 띄우고 초릿대를 주시하고 있다가, 초릿대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건, 대부분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두 바퀴 재빨리 감아주어야 한다.

줄을 탄 씨알 좋은 열기(불복락), 낚시 좀 하다 보니 얼굴에는 주름이 늘었다.
줄을 탄 씨알 좋은 열기(불복락), 낚시 좀 하다 보니 얼굴에는 주름이 늘었다.

고기가 물면 초릿대가 요동을 친다.

이때도 한두 바퀴 감아주는 게 좋다. 고기가 아래로 처박힐 경우도 있고, 여러 마리가 물면 채비 전체가 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속 초릿대가 요동을 치면 좀 더 올린다. 이게 바로 몽땅걸이를 하는 요령이다.

배가 같은 곳에서 계속 낚아 올릴 경우 바닥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채비를 내리고 최초로 고기가 입질을 할 때 수심을 보아두면, 다음부터는 그 수심까지만 내리면 된다.

이렇게 정신없이 낚시 삼매경에 빠져 고기를 올린다. 한 두 시간 만에 쿨러가 거의 찼다.

하지만 초보자들은 반도 쿨러를 못 채웠다. 계속 낚시 채비가 옆 사람과 엉켜 줄을 풀고, 새로 채비하느라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특히 단차가 긴 채비를 사용하면 자주 옆 사람과 엉킨다. 이때는 자기 실력에 맞게 7단 채비를 사용하는 게 더 다수확을 할 수 있다.

초보자라면 5개 채비를 사용해도 된다. 그렇게 해도 충분히 잡는다. 그러나 고기 욕심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낚시 실력을 과대평가하여 바늘을 10개, 15개 달면 오히려 못 잡고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항상 미리 채비 한 벌을 늘어놓고 미끼도 미리 끼워 놓고 채비가 엉키면 풀지 말고 자르는 게 요령이다.

자르고 바로 새 채비에 연결하여 선장의 신호에 맞춰 새 채비를 입수할 수 있어야 한다. 채비를 내릴 때도 릴에 손가락을 대어 브레이크를 적당히 걸어주는 요령도 필요하다.

줄이 사선으로 내려가기에 옆 사람의 채비에 엉키지 않으려면 내 줄 하강 속도를 조절해주는 것이다. 열기 낚시는 쉽지만, 생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채비가 자꾸 엉키면, 왜 엉키는지 생각을 해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쿨러를 채울 수가 있다. 열기낚시의 적은 채비 엉킴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면 쿨러 조황을 거두게 된다.

두 시간 정도 하니 물돌이 시간이 된다. 더욱 열기가 잘 올라온다. 그러다가 썰물 타임이 오니 입빌이 뜸해진다.

설물 포인트로 옮겨 낚시를 더 하지만 파크 타임은 지난 것 같다. 그래도 거의 오후 4시 40분에 가깝게 낚시를 했다. 귀항을 서둘러야 예약해 놓은 비행기를 타건만 최선장은 한 마리라도 더 잡게 해주려고 애를 쓴다.

결국 최선장은 예약해 놓은 7시 30분 비행기를 취소하고 30분 늦게 다른 비행기를 예약해 준다.

이날 잡은 열기는 총 30kg 정도, 마릿수는 딱 101마리였다. 회와 탕으로 먹고, 구이로도 먹기 위해 등따기를 하고, 서더리는 따로 모아 간장조림을 하고, 내장과 알도 따로 모아 젓갈을 담는다. 알만 1kg 정도가 되었다.

1, 2년이 지나 추자 바다를 추억하며, 따듯한 밥에 열기 속젓을 비벼먹을 생각을 하면 벌써 군침이 돈다. 열기 낚시는 이렇게 먹는 잔치가 된다.

열기 회. 40여 마리 분이다. 10여 명 이상이 먹을 수 있다.
열기 회. 40여 마리 분이다. 10여 명 이상이 먹을 수 있다.
구이용 열기포(등따기)
구이용 열기포(등따기)
열기속젓, 염도 25%
열기속젓, 염도 25%
젓갈용 열기 알, 알 무게의 10% 소금을 넣고, 소주에 알이 자박자박 담길 정도로 담구어 냉장고에 넣었다가 15일 이상 숙성하여 먹는다고 한다.
젓갈용 열기 알, 알 무게의 10% 소금을 넣고, 소주에 알이 자박자박 담길 정도로 담구어 냉장고에 넣었다가 15일 이상 숙성하여 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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