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를 위한 제언

돌미역건조(울릉도)
돌미역건조(울릉도)

경상북도 울진·울릉 돌곽 떼배 채취어업

 1) 경상북도 미역과 미역문화의 전국적 위상

197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에는 미역 양식 기술이 개발, 보급되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1970년대에 미역 인공종묘 생산 및 연승식 양식 기술을 개발 보급했다.

그 결과 ‘흑색혁명(黑色革命)’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미역 생산량은 크게 증가하였다.

그 후 40년이 지난 2016년 통계를 보면 양식 미역의 생산량은 자연산 미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아래 두 표를 비교해보면 자연산 미역과 양식 미역의 생산량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가)는 천해양식어업으로 채취한 양식 미역의 지역별 생산량이고, 나)는 일반해면어업으로 채취한 자연산 미역의 지역별 생산량이다.

양식어업을 통한 미역 생산량은 2016년 기준, 약 50만 톤이다. 이중 전라남도가 생산량의 96.4%를 차지한다.

이는 전라남도의 바다가 바다의 특성상 양식 미역 어업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부산과 울산이 뒤따르고 있다.

부산이 약 9000톤의 양식 미역을 생산하고 있는 것은 기장면을 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해면어업, 즉 자연산 미역 생산량은 2500톤 정도로 2016년 기준, 양식 미역의 0.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반대로 보면 자연산 미역이 그만큼 귀하다는 뜻이다.

아주 특이한 것은 경북이 해마다 약 1000톤 정도의 자연산 미역을 수확하여 전국 자연산 미역 생산량 중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은 양식 미역 생산량(969톤) 보다 자연산 미역 생산량(1043톤)이 더 많다. 전체적으로 보면 강원도, 경상북도, 제주도 등에서는 자연산 미역의 생산량이 더 많다.

경상북도 중에서도 울진과 을릉 지역에서는 전통 미역어업인 ‘돌곽(藿) 떼배 채취어업’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바닷물이 맑아 환히 비치는 경북 바다의 특성을 살린 전통적인 미역 채취 방식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나곡1리, 나곡3리, 나곡6리와 울릉군 북면 천부리, 죽암리, 현포리 등이 바로 전통 미역 채취어업, 즉 곽암 채취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떼배를 이용해 곽암(미역바위)에서 돌미역을 채취한다.

그 방법과 도구가 전승되고, 가공과정에서의 이색적인 문화경관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분배과정의 전통 어촌마을 공동체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지역의 돌곽(藿) 채취어업에 종사하는 인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울진군은 3개 마을 총 297가구 중 어업에 종사하는 가구(54호) 전체가 돌곽(藿) 채취어업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릉군의 경우 3개 마을 총 72가구 중 어업에 종사하는 가구(72호)의 약 81%인 58호가 돌곽(藿) 채취어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모든 마을이 어촌계원이라면 누구도 돌곽(藿) 공동채취 어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현재 울진·울릉 지역에서 떼배를 이용한 돌곽(藿) 채취어업 방식을 유지하는 어업인은 25명(전체 어업인의 19.1%) 정도로, 점차 마을 인구가 고령화됨에 따라 옛 전통 어업방식에 대한 지식과 기술 전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울진·울릉 지역 주민의 생계에 있어 소중한 소득자원이자, 공동채취·공동분배의 작업 문화를 이어주는 마을의 총유자산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돌곽(藿) 떼배 채취어업’ 방식의 유지·보전을 위해 국가중요어업유산 등재 등의 노력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다.

울진·울릉 지역의 최근 10년간 돌곽(藿) 생산량을 살펴보면, 양 지자체 총괄 연간 평균 94.5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울진군의 생산량이 전체의 약 99%를 차지하고 있다.

울릉지역의 경우 최근 채취 미역에 대한 판매 이외에 전복이나 해삼과 소라 등의 양식을 위한 채취 자제 등으로 생산량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울진·울릉 지역 돌곽(藿) 생산량은 우리나라 전체 자연산 미역 생산량의 약 1.5%에 불과하지만 그 역사성과 유명세 및 소비자 인지도 면에서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가격 면에서 1㎏당 50,000원 대로 양식 미역에 비해 2~3배 비싼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울진·울릉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전량 자연산 돌미역으로 다른 지역처럼 양식과 병행하여 생산하지 않기에 소비자가 양식 미역의 혼입(混入)을 걱정할 필요 없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울진·울릉 돌곽 떼배 채취어업의 지식체계

 가) ‘짬매기’ 기술 및 활동의 유지와 전승

울진·울릉 지역 돌곽 채취 마을에서는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공동 짬매기 작업을 한다.

미역이 나는 바위를 ‘미역짬’이라 하며 보다 많은 미역을 생산하기 위해 농부가 논에서 김매기를 하듯이 어부는 ‘짬매기’를 한다.

짬을 매는 시기는 매년 입동을 전후한 약 보름간이다.

이 시기에 마을 공동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짬을 매는 도구로는 ‘쓸개(씰개)’라는 것이 있다. 이를 들고 떼배 위에서 수중의 미역짬을 ‘쓸름다’ 하여 쓸개라 한다.

이 같은 짬매기는 미역 씨앗이 바위에 잘 부착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자연적으로 생성된 잡초 위에 미역 씨앗이 붙어서 미역이 성장하면 파도가 세게 칠 때 미역이 쉽게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짬매기를 한다.

짬을 매고 나면 양력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물이 추하여 맑지 않고 더럽고 색깔이 부옇고 누르스름한 물이 들어온다’ 하여 이를 두고 “미역물이 들어온다” 또는 “황물 들어온다”고 하는 말이 옛부터 부모에서 자식으로 자연스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지금도 짬매기 도구인 ‘쓸개’ 제작 및 사용방법을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있다.

울릉 현포리 죽암마을 돌곽 떼배 채취 현장.
울릉 현포리 죽암마을 돌곽 떼배 채취 현장.

나) 채취 도구와 기술의 유지와 전승

울진·울릉 지역에서는 매년 음력 3월에서 5월 사이 마을 공동채취 작업을 한다.

미역의 채취를 위해 어부들은 날씨가 고요하고 물결이 잔잔한 날을 택해 떼배를 타고 해안에서 1~4㎞ 정도 떨어진 짬으로 나간다.

돌곽 채취 시 좋은 날씨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파도가 있으면 물속에 있는 미역을 볼 수가 없어 채취작업이 어렵고 채취를 한다고 해도 건조과정에서 맑은 날씨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채취작업은 물의 깊이가 약 1~5m에서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미역이 자라는 물의 깊이에 의해서 조건 지워진 것으로 아주 깊은 곳에서는 미역이 자라지 않으며 낫대(설낫) 같은 수면에서 사용하는 채취도구의 사용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떼배를 이용한 돌곽 채취작업에는 통상 두 사람이 1조가 되어 작업한다.

작업 시 한 사람은 창경(짬수경)을 들여다보면서 바닷속에 부착된 미역을 낫대를 이용하여 잘라 올리는 작업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노를 잡고 낫대 작업이 편리하도록 떼배를 움직이기도 하고 이동하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

울릉 현포리 죽암마을 돌곽 떼배 채취 현장
울릉 현포리 죽암마을 돌곽 떼배 채취 현장

떼배를 이용하여 돌곽 채취작업을 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작업 용어로 다음의 4가지 용어가 현재도 전승되고 있다.

1) 미리 –떼배를 밀어 후진시켜라.

2) 디라 –떼배를 앞으로 당기어서 전진시켜라.

3) 찍어 니라 –직각 방향으로 밀어 후진시켜라.

4) 찍어 디라 –직각 방향으로 당기어 전진시켜라.

떼배는 울진·울릉 지역의 해안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특성이 있는 ‘오동나무’를 주로 사용하며, 집안의 어르신을 통한 자연스러운 기술 전수 및 마을 공동작업 참여를 통해 제작기술이 전수 되고 있다.

떼배는 밑판, 노지게, 노좆, 노(삿대) 등 4개 구조로 구성된다.

떼배 외에도 미역 채취작업에는 낫대, 창경(짬수경) 등의 도구가 필요하다.

울릉 현포리 죽암마을 돌곽 떼배 채취 현장.
울릉 현포리 죽암마을 돌곽 떼배 채취 현장.

다) 돌곽의 건조과정

예전에는 채취한 돌곽을 바닷가 자갈밭이나 모래밭에 널어서 말리다가, 최근에는 발체 위에 널어서 말린다. 미역의 서식 수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미역을 완전히 건조하기까지는 햇볕이 나는 날로 쳐서 3~4일이 걸린다.

이 시기 이슬과 안개 그리고 특히 비는 미역의 건조에 해로운 작용을 하여 미역을 썩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밤에는 미역을 한군데 모아 더미를 만들고 거적을 덮는다.

이러한 건조는 많은 노동력을 요구하기에 촌락 전체 주민의 협동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라) 돌곽의 분배

울진·울릉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역, 다시마 등을 비롯한 해조류의 서식지가 되는 수중의 암반으로 이루어진 지역을 ‘짬’이라 부른다.

미역의 채취는 짬을 분배하는 ‘구지빗기’(추첨)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각 짬은 평균적인 생산량에 따라 8호~13호 내외로 배정하고 각 짬에 배정된 각 가구의 대표는 자신이 속한 미역채취집단 내부에서 모든 성원이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진다.

구지빗기(추첨)는 보통 12월에 모여 추첨하는 때도 있고, 2월이나 3월에 추첨할 때도 있다. 2월이나 3월에 구지빗기를 할 경우 짬의 수확량을 미리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각각의 짬에서 나는 미역의 생산량이 다르기에 매년 추첨을 통해 짬을 배정한다. 이 채취 집단은 한해의 미역 수확이 끝나면 다음 해의 추첨을 통한 배정에 따라 해체되는 한시적 조직이다.

구지빗기는 추첨하는 운이 따라야 하는 것으로 짬을 잘 배정받아 수확량이 많을 수도 있고 반면 그렇지 못한 해에는 수확량이 적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단점을 막기 위해 울진·울릉 지역 어촌계는 1990년대부터 어촌계에서 공동채취와 공동분배 방식으로 전환하여 공동판매한 대금을 어촌계원이 균등하게 배분하고 있다.

즉 한 해 동안 생산된 미역은 각 미역 채취집단의 생산물로 간주되고 채취에 참여한 가구가 똑같이 나누어 가지는 공동생산, 공동분배 문화로 변화한 것이다.

마) 전통 ‘짬-미역’ 문화

서숙 뿌리기

미역의 풍년을 비는 정월 보름 ‘서숙(매좁쌀) 뿌리기’가 있다.

미역의 풍년을 비는 주술 종교적 의례이며 할머니가 정월 보름 아침 짬바위에 ‘서숙(매좁쌀)’을 뿌리며 서숙같이 왕성하게 미역이 풍성하기 자리기를 빌던 의식이다.

마을 할머니는 “서숙을 뿌리고 미역이 풍년이 되기를 빌었다, 미역이 종횡으로 3~5㎝ 간격으로 나면 풍년을 약속한다, 너무 드물어도, 너무 촘촘해도 소출이 낮다”고 할머니는 옛 정월 대보름 서숙뿌리기 문화를 설명했다.

올각 따기

‘올각 따기’ 행사가 있다. 미역의 수확은 보통 음력 2월 말에서 3월 사이 그리고 음력 4월에서 5월 사이에 한다. 하지만 연초 정월 보름 무렵 수확하는 부드럽고 맛이 진한 미역을 ‘올각’이라고 하며 조선시대 왕실의 제사용품 중 빠져서는 안 되는 물품이었다고 한다.

승정원일기 영조 2년 기사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강원도에서 올라온 천신(薦新)할 조곽(早藿)이 본시(本寺)에 도착하여 신이 간품(看品)하였더니...”

조선시대 울진은 강원도였고, 이 지역에서 올라온 조곽을 나라의 제사에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조곽이 바로 ‘올각’이다.

우리말 ‘올’은 한자 ‘조(早)’에 대응하는 것으로 빠르게 열매 맺는 벼나 과일 등을 이를 때 사용한 말이다. 나라에 올각을 바쳐야 하니 해마다 일찍 미역을 땄을 것이고 이것이 민속행사로 전승되었다고 추측하는 것이다.

풍어제의 ‘미역 따기’ 제차(第次) 의식

‘동해안 별신굿’이라는 풍어제에서도 ‘미역따기’라는 제차(第次)가 있어, “별신굿을 주체하는 무당이 미역씨앗을 뿌리는 신의 모습을 흉내내기도 하였다”는 민속 기록이 있다.

‘짬고사’ 의식

울진지역 어촌계는 매년 10월경 짬을 닦아낸 뒤 ‘짬고사’ 의식을 지낸다. 미역의 무사 생장과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이다.

매년 10월경이면 미역이 포자를 내리는 짬(미역바위)을 잘 닦아낸 뒤 보름달이 뜨는 날을 잡아 좁쌀을 정성껏 빚은 막걸리에 섞어 미역바위에 뿌리고 미역 씨앗이 바위에 잘 붙도록 기원한다.

‘높새바람’이 부는 시기 ‘영등고사’ 의식

울진 미역이 한창 출하되는 시기는 3월에서 5월 사이로 이 무렵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로 불어오는 ‘높새바람’이 품질 좋은 미역을 만드는 데 있어 필수 조건이다.

미역을 잘 마르게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울진의 어촌계에서는 음력 이월 초하룻날에 바람을 관장하는 신에게 ‘영등고사’를 지내고 보름 동안 풍물을 치고 ‘별신굿’을 벌이며 축제를 벌였다.

지금도 울진지역 어촌마을에서는 ‘영등고사’를 ‘농촌 마을의 대보름날 행사와 버금가는 행사로 여기고 있다. (다음회에 계속)

/김남일(전 경북환동해지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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