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23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부국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SV)를 내세우며 최근 경영계의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쟁점을 선점했다.

이런 그가 대한상의의 수장에 오르면서 재계의 영향력이 커지고 대한상의의 위상 또한 한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반면 재계 일각에서는 4대 그룹 총수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까지 대변하는 대한상의 회장에 어울릴 것이냐는 의문을 던진다.

오히려 대기업 등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수장이 더 어울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24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공식 선출돼 임기를 시작한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면 먼저 각종 기업 규제 등 현안을 헤쳐나가면서 재계의 뜻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급속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며 재계의 목소리 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제단체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은 지난달 서울상의 회장에 추대된 뒤 "어려운 시기에 이런 중책을 맡은 데 대해 상당한 망설임과 여러 생각, 고초가 있었다"며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말 서울상의 회장 임기를 시작한 최 회장은 이미 차기 대한상의 회장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4일 대한상의 직원들과 온라인 상견례를 한 데 이어 박용만 회장과 함께 스타트업 기업인들과 만나 대한상의가 주도하는 '샌드박스' 지원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18일에는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과 비대면 온라인 상견례를 열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이를 위해 대한상의에 '지역경제팀'도 새로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상의 부회장단도 카카오톡 김범수 의장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게임업체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등 젊은 정보기술(IT) 기업인들로 대폭 교체해 변화를 예고했다.

미래 먹거리인 IT 기업들의 목소리를 제도권 내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이 현 정부와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면 최 회장에게는 SK가 갖는 지위와 영향력으로 재계의 어려움을 대변하면서 재계의 요구를 관철해주는 보다 힘 있는 회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최 회장의 이런 역할론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대한상의는 대기업, 중견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가내수공업, 골목의 소상공인까지 다 포괄하는 법정단체인데 재벌 총수인 최 회장이 그들의 모든 이해관계를 대변해 줄 수 있겠냐는 주장이다.

특히 대한상의가 이들 소상공인이 아니라 재벌을 대변하는 단체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왜 대한상의 회장직을 수락 했을까.

앞서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기 전 그룹내 임원들에게 의견을 구한적이 있었고 이에 일부 임원들은 반대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최 회장 본인의 최종 판단으로 대한상의 회장직을 수락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혼 소송으로 명예가 실추된 상황에서 이를 회복할 수단이 필요했는데 대한상의 회장 제의가 온 것"이라며 "전경련 회장도 고려했지만 현 정부들어 위상이 급속히 떨어진 곳(전경련)에 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고 전경련이 제 모습을 찾으면 차기엔 전경련 회장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 나오는 여러 이야기가 어쨌든 최 회장은 24일 임기를 시작한다.

그가 이런 여러가지 '설'을 잠재우고 진정한 재계의 리더가 되려면 그의 말처럼 '견마지로'의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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