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사진=MBC 방송 캡쳐]
MBC의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사진=MBC 방송 캡쳐]

【뉴스퀘스트=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니들이 게맛을 알어?'

아주 오래전 신구 배우가 광고에 출연해 유행했던 말이다.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 중에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면서 롱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니들이 혼자 사는 맛을 알어?'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와 MBC의 ‘나 혼자 산다’는 각각 10년, 9년째 방송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개그맨 이승윤과 윤택이 출연하여 가진 것 없어도 여유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자연인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케이블 채널에서 꾸준하게 5% 내외의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타 채널에서도 재방송률이 높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순위에서도 꾸준히 랭크되면서 특히 중장년 남성 시청층 지지도가 높은 편이다.

‘나 혼자 산다’ 역시 독신 연예인들의 자취 생활과 취미 및 혼자 놀기 등을 소재로 재미를 이끌어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개그우먼 박나래 등을 비롯하여 만화가 기안84, 가수 헨리와 화사, 탤런트 성훈 등 독신연예인들이 출연한다.

공교롭게도 두 프로그램은 혼자 사는 삶의 행태를 예찬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출연자들은 모두 험난한 산 속이나 무인도 등에서 혼자 사는 중장년이 대부분이다.

직접 집도 짓고 먹을 것들도 자급자족한다.

혼자서 오지에 고립되어 살다보니 터득한 노하우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거의 모든 출연자들은 자연 속에서 혼자 사는 삶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몸과 말로 증명한다.

진행자들은 과장 섞인 몸짓과 말로 자연인들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예찬한다.

어느 한 사람 외롭고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없다.

이쯤 되니 도시의 한 가운데에 살면서 삶에 지친 중장년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자극받아서 자연인이 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나 혼자 산다’는 도시 속에서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나 샐럽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의 삶도 그리 나쁘지 않다.

평균 이상의 주거공간에서 자신의 취미 활동을 즐기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잘도 꾸려 나간다.

좀 더 확대해보면 혼자 사는 이들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더 있다. SBS ‘불타는 청춘’에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이혼한 싱글 남녀들이 대거 등장한다.

또 SBS ‘미운 우리새끼’에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모두 미혼이다.

또 당연히 혼자 산다.

혼술, 혼밥 등의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한민국에 1인가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통계에 의하면 614만가구가 1인가구라니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TV 프로그램이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트랜드다.

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더불어 살지 말고 혼자 사는 게 속 편하다고 강요하는 느낌이다.

그러지 않아도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더불어 살기 힘든 시대다.

지난해 결혼과 출산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통계수치가 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이웃을 챙기고 토닥이면서 살아가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혼자살기’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을 위해서 지나치게 ‘혼자 사는 삶’을 미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스스로 되물어 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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