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와인 정보와 가격이 궁금해서 온라인상에서 정보 검색을 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 같다.

IT 기술 발달에 따라 와인을 검색하는 방법과 도구도 데스크탑PC에서 모바일폰으로 진화했다.

라벨이나 QR코드만으로 정보 검색이 가능하고 다른 소비자들의 평가까지 참고로 할 수 있고 가격 비교까지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비자들은 가격 비교를 할 수 있어 좋기는 하나 어쩌면 차라리 모르고 단골 가게를 믿고 사는 것이 맘 편할 수도 있다.

인터넷 검색상에 나오는 자료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는 구매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거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어서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와인 관련 사이트들이 있고 어느 정도 믿어야 할까?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인터넷 확산에 기여한 분야 중의 하나가 와인이다.

인터넷 도입 초창기에 이메일, 지식 검색, 게임과 함께 전자상거래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때 와인 사이트도 미국의 와인 붐과 함께 인터넷 도입 초창기에 등장했고 이것이 인터넷 이용자 수 증가에 나름 일조를 했다.

기본적으로 종류가 다양하고 많아서 지식과 가격 정보 그리고 그것의 비교가 필요한 데 막상 조사하려고 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상품들이 전자상거래 상품으로 적합하다.

전자제품, 의류, 서적, 음반과 함께 와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먼저 와인 분야에서 IT기술 접목과 진화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최초 등장은 역시 혁신 사업 태동의 본산인 미국이다.

미국에서 최초로 등장한 와인 전자 상거래 사이트는 1994년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버추얼빈야즈닷컴(Virtual Vineyards.com)이다. 이 회사가 1995년에 와인 정보 사이트로 설립된 와인닷컴 (wine.com)을 1999년에 천만 달러를 주고 사들인다.

정보와 전자상거래의 융합사이트가 된 것이다.

이 회사는 다시 2000년에 버추얼닷컴과 와인쇼퍼닷컴(WineShopper.com)을 합병하여 더 와인닷컴(the Wine.com)이라는 회사가 되고 이 회사를 1998년에 이빈야드(eVinyard)라는 회사명으로 설립되었던 회사가 2001년에 사들이면서 오늘날의 와인닷컴(wine.com)이라는 회사로 명칭을 통일하게 된다.

명실상부하게 와인 정보와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동시에 제공되는 하나의 회사로 통일된 것이다.

이 회사는 2009년 말에 아이패드용 앱을 출시하고 2011년 말에는 모바일폰용 서비스를 개시한다. 재빠르게 IT기술 변화에 적응하며 미국내에서 선두주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와인닷컴 홈페이지 캡쳐.
와인닷컴 홈페이지 캡쳐.

그럼 와인 분야에는 정보와 전자상거래 이외에 가격 비교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없을까?

당연히 와인 정보와 세계 각국의 와인소매점들의 가격을 비교해주는 검색 엔진인 와인서쳐(wine-searcher.com) 라는 와인 가격 비교 사이트가 등장한다.

이 회사는 영국 굴지의 와인판매상인 베리 브라더스 앤 루드(Berry Bros & Rudd/BBR)사에서 이커머스(e-commerce) 매니저로 근무하던 사람이 1998년에 런던에서 설립하여 2006년에 고국인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본사를 이전하였다.

그리고는 2019년에는 런던 지점을 다시 개설하였다.

이 사이트는 와인 가격 비교 사이트로 출발하여 이제는 와인뿐 아니라 위스키, 맥주 등 모든 알코올 음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구매까지 가능한 사이트로 발전했다.

wine-seracher.com 홈페이지 캡쳐.
wine-seracher.com 홈페이지 캡쳐.

우리나라에도 와인나라닷컴이 닷컴 붐을 타고 국내 최초로 와인 전자상거래를 목표로 2000년 5월에 론칭을 했다.

그 이전인 1998년 4월에 지금의 와인21닷컴(당시에는 베스트와인샵이었다가 2001년 개명했다)이 국내 최초로 와인 정보 사이트로 탄생해서 와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전자상거래를 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 와인오케이닷컴이라는 사이트도 탄생한다.(물론 이외에도 많이 탄생하지만 대표적인 몇 개 사이트만 언급한 것이다.)

와인나라 홈페이지 캡쳐.
와인나라 홈페이지 캡쳐.

와인나라닷컴은 2000년 중 후반까지만 해도 와인 분야에서 검색 기준으로 전세계 10위안에 들어가는 사이트가 되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의 전자상거래가 금지되다 보니 수익모델로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어 미국의 와인닷컴처럼 진화하지 못했다.

산업 초창기에는 미국과 유사한 형태로 와인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이 다양하게 생겨났고 인터넷망이 잘 설치된 IT강국이었고 지금은 와인 인구가 많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색 기준으로 서열이 한참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와인의 전자상거래가 허용되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중국도 와인의 전자상거래가 가능한데 말이다.

2000년 당시에 전자상거래를 허용했더라면 미국의 와인 사이트 진화 과정처럼 아시아 지역에서 최대 온라인 와인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성장하여 미국이나 영국의 사이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는데 제대로 시도조차 못 해 보고 통째로 기회를 날려버렸다. 규제 강국 한국의 실상을 실제로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설사 이제와서 허용한다고 해도 국내 업체들끼리 이전투구하거나 대기업 혹은 해외 업체 좋은 일만 시키는 상황이 된 셈이다.

미국, 영국, 중국과 한국이 신산업이나 신사업의 도입에서 어떻게 차이가 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를 와인 분야에서도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구호로만 열심히 주창한다고 신사업이 뿌리를 내리고 혁신이 되고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신산업의 기본 생태계 마련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앞으로도 새로운 미래 분야에서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 광케이블을 가장 빨리 깔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나라 중의 하나이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빨리 IT 강국이 되고 더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초와 최고의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끝이게 된 분야가 많다는 얘기다.

인터넷망이라는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그 이후 컨텐츠와 신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 컨텐츠와 신산업으로의 진입을 기존의 온갖 규제와 기존 산업의 기득권층의 로비에 밀려 세계의 선두주자로 나아갈 기회를 놓친 분야가 많다.

와인보다 훨씬 큰 연관 효과를 갖는 금융의 핀테크, 드론 분야가 그 대표적 사례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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