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다섯 번째 시집-감성을 입히고 서정을 담다

[사진=휴먼앤북스출판사]
[사진=휴먼앤북스출판사]

빙폭 위에서 외로움으로 노래하는 시인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들꽃』은 문화기획자이자 국악전문가이자 시인인 김승국이 펴낸 다섯 번째 시집이다.

특히 이 시집은 자연의 색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일러스트 작가 ‘소리여행’이 책의 미관을 아름답게 칠했다.

김승국 시인은 1985년 첫 시집 『주위 둘, 스케치 셋』, 1989년 두 번째 시집 『나무 닮기』, 1999년 세 번째 시집 『잿빛 거리에 민들레 피다』, 2011년 네 번째 시집 『쿠시나가르의 밤』을 펴냈으며 이어 이번에 다섯 번째 시집 『들꽃』을 펴냈다.

시인인 김승국은 세상을 향해 시인으로서 투명하면서 날카롭게 다듬은 발톱을 세우지만 언제나 불화가 아닌 포용으로 사람에 대한, 그 사람들의 삶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선명하게 조명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은 그의 시를 “빙폭 위에서 외로움의 힘으로 노래한다”고 평하면서 “김승국의 시는 외로움에서 출발한다.

그 외로움의 근원은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유년 시절의 애정 결핍에서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김승국은 그 근원적인 외로움을 충족시킬 수 없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자신은 ‘언제 봐도 낯선 얼굴’이고 ‘불모의 시간 속에서 소멸’한다.”고 말한다.

김승국의 시는 그 외로움을 극복하여 꿋꿋한 남성성으로 사회적 자아를 굳건히 정립하여 나가고 있다. 김승국의 시가 유약한 서정의 세계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우리 사회의 장자(長子)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이것으로 설명된다.

외로운 자여, 오랜 세월이 흘러 외로움이 힘이 되었구나. 그대 불굴의 의지로 “겨울이 끝날 때까지 저 빛나는 빙폭 위에” 우뚝 서 있어라!“라고 평했다.

엄중한 시대, 소통과 화해를 위한 시적 여정

김재천 시인은 해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의미망을 제시하면서 분열이 아니라 소통의 단초를 보여주는 화해를 전제한 분개라고 읽힌다. … 시인 김승국의 이번 시집 『들꽃』에 실린 시들은 언어의 명료함과 간결함 등으로 미루어 이미지 시에 가깝다. 이미지 시에 가까우면서도 이미지 시가 놓치기 쉬운 의미의 확장이라는 영역까지 확보하며 현대시가 갖춰야 할 요소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나름 자기 시를 훌륭하게 완성하고 있다. … 엄중한 시대에 침묵을 깨고 뜨거운 심장을 두근거리며 다듬었을 다섯 번째 시집 『들꽃』의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일러스트레이터 ‘소리여행’의 감성적 그림이 함께 해

특히 이 시집은 감성적인 그림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신진 일러스트레이터 ‘소리여행’이 책 편집에 참여하여, 시와 함께 젊은 분위기의 감성적인 그림을 선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글과 그림이 잘 그린 시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게 편집이 되어 이 시집은 소장가치도 높은편이다. 시집을 읽다보면 시집에서 별이 쏟아지고, 벚꽃이 휘날리고, 빗방울이 마음으로 스며든다. 시와 그림이 함께 해서 그렇다. 이 아름다운 시집을 품고 있으면 가슴이 따듯해진다.

<책 속으로>

애야

지난밤

얼마나 추웠니.

이 불쌍한 것.

_「들꽃」 전문

 

바람은 바람 소리를 몰고

꽃은 꽃의 새끼들을

나는 나의 그림자를 몰고

5월의 신작로를 달려간다

햇살은 수없이

바늘같이 쏟아져 내리고

거리는 비틀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_「5월의 신작로」 중에서

 

이 산하에

피었다 떠나간

산꽃 들꽃이여

그대들은

꽃으로 오고 싶다 하지 않았으나

꽃으로 와서

꽃잎은 꽃잎대로 보내고

뿌리는 뿌리대로 남기고 떠나야 했다.

이제

다시 올 꽃들은

어디메쯤 피었다가

또다시 떠나가야 할 것인가.

_「유홍초」 중에서

 

새벽 3시

문득 깨어나 램프를 켠다.

적막한 주위를 핥는 램프의 혀.

 

메우지 못할

불치의 공간에

심지를 돋우고

거울 앞에 선다.

 

언제 봐도 낯선 얼굴.

불모의 시간 속에서 소멸되어 온

또 하나의 내 얼굴.

_「공간」 중에서

 

김승국 시인은 인천에서 태어났다.

양정고등학교와 국제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문학세계〉와 〈자유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잿빛 거리에 민들레 피다』 『쿠시나가르의 밤』, 수필집으로 『김승국의 전통문화로 행복하기』 『김승국의 국악, 아는 만큼 즐겁다』 『인생이라는 축제』 등이 있으며 칼럼니스트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자유문학 문학상, 문학세계문학상, 서울문화투데이 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1970년대 예술·건축 종합잡지 〈공간(空間)〉 편집부 기자로 문화예술계에 입문하여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교감, (사)전통공연예술연구소 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을 거쳐 현재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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