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어로 훠궈(火鍋)는 중국식 샤부샤부를 의미한다.

일본이 원조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당연히 중국인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자국이 김치나 한복 등의 원조라고 우기듯 훠궈 역시 중국에서는 14억 명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신들의 전통 음식인 것이다.

하기야 훠궈가 2020년 중국 음식 시장에서 점유율 15% 전후였다면 굳이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다.

외식 일곱 번에 한 번 정도는 훠궈를 먹은 셈이니 대부분 중국인들이 중국 음식이라고 고집을 해도 뭐라고 반박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런 현실에서 훠궈 체인점 사업이 치열한 경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실제로도 레드 오션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그럼에도 극강의 기업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바로 하이디라오(海底撈)와 샤부샤부(呷哺呷哺)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2020년 말 기준으로 각각 시장 점유율 2.3%와 0.9%로 업계 1, 2위를 자랑하고 있다.

점유율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출범은 역시 샤부샤부가 무려 4년 정도나 늦었다.

탄생지는 1998년의 베이징이었다.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4년이나 늦은 출범의 대가는 컸다. 단순하게 양사의 점유율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성가를 비롯해 시가총액 등에서 상당히 차이가 많이 난다.

심지어 홍콩 증시에서의 시가총액은 무려 20대 1에 이른다.

6월 하순 기준으로 샤부샤부는 90억 홍콩 달러(1조2960억 원) 남짓인데 반해 하이디라오는 무려 1980억 홍콩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디라오 입장에서는 비교 대상이 되는 것조차 기분이 나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샤부샤부가 현재의 상황을 마냥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난 23년 동안 기울인 노력의 결과가 나름 만족할 만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선 점포의 수를 보면 전국 곳곳에 대략 400여 개를 헤아리고 있다.

하이디라오의 600여 개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앞으로는 격차를 더 줄일 가능성도 높다.

심지어 외식 체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00 개 고지를 먼저 점령하는 주인공은 샤부샤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매출액 면에서도 하이디라오와의 격차는 많이 줄어들었다.

2020년 기준으로 55억 위안의 매출을 올리면서 286억 위안의 실적을 기록한 하이디라오를 맹추격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혹자는 점유율이 1대 2.5인 현실에서 매출액이 1대 5.3 배인 것은 부정적으로 봐야 하는 비참한 성적이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양사의 객단가가 상당한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샤부샤부의 경우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이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반드시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더구나 앞으로는 매출액 차이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샤부샤부의 현재 매출액 규모를 역시 긍정적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에서 5년째 점포를 운영 중인 쑹치(宋麒) 씨가 “샤부샤부의 가성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의 경우 1인당 평균 소비가 규모가 50 위안 이하였다. 반면 하이디라오는 100 위안이 넘었다. 이 상황에서 샤부샤부가 매출액 격차를 많이 줄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계속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면서 샤부샤부의 점주라는 사실에 뿌듯해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혼밥족들이 샤부샤부에서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기는 풍경.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제공=징지르바오.

최근 시가총액이 긍정적으로 움직이면서 100억 홍콩 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은 더욱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말이 된다.

반면 하이디라오는 매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기염을 토한 탓에 당분간 더 이상 반등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격자의 입장에서는 상황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샤부샤부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게 만드는 요인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혼밥을 하더라도 부담이 없게 만든 바(Bar) 형태의 식당 구조를 꼽을 수 있다.

과거 훠궈는 여러 명이 큰 냄비에 둘러앉아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고정 관념이 무척이나 강했다.

하이디라오는 아직까지 이런 관념에 충실하기도 하다.

식당의 구조가 여러 명이 먹을 수 있게 편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혼밥’이 트렌드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한 샤부샤부는 진작부터 현재의 구조를 도입하는 결단을 내린 탓에 극강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갈수록 혼밥족이 늘어나는 지금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거의 선풍적 인기를 끈다고 해도 좋다. 하이디라오가 벤치마킹을 통해 조만간 이 구조를 도입할 예정으로 있다면 말 다했다고 해야 한다.

극강의 가성비를 홍보하는 샤부샤부의 광고. 35위안이면 그럴 듯한 훠궈 한끼를 즐길 수 있다./제공=징지르바오.

테이블의 회전율을 하이디라오보다 최소한 2배 이상이나 높인 전략 역시 거론할 필요가 있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에 빠르면 하이디라오와 샤부샤부의 2020년 좌석 회전율(피크 영업시간에 손님이 좌석에 앉는 회수 비율)은 각각 5와 3.3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샤부샤부가 게임이 안 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600~1000m²인 하이디라오와 200~300m²에 불과한 샤부샤부의 매장별 평균 크기를 상기하면 얘기는 분명히 달라진다.

샤부샤부가 ‘패스트 훠궈의 왕’으로 불리는 것은 정말 괜한 게 아니다.

개점 투자액이 시쳇말로 껌값이라는 사실 역시 샤부샤부가 보여줄 수 있는 극강 경쟁력의 원천이 아닌가 보인다.

2020년 말을 기준으로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하이라오 점포를 열려면 최소한 800~1000만 위안은 있어야 한다.

한화로 최소한 14억 원을 쥐고 있지 않으면 하이디라오의 점주가 되겠다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샤부샤부는 다르다. 한화 1억8000만 원만 투자하면 사장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당연히 샤부샤부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위생과 직원들의 서비스가 거의 글로벌 수준에 오른 하이디라오와 비교할 경우 경쟁력이 많이 처진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는 극복 못할 어려움이 아니다.

하이디라오도 처음에는 엉망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개선의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만약 샤부샤부가 이런 약점들을 보완한 후 극강의 가성비를 바탕으로 승부할 경우 하이디라오도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단언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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