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30대 정치인이 야당의 당대표가 된 이후로 모든 기사가 그의 이야기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대체로 야당에게 호의적인 가시를 반복해서 쏟아내는 몇몇 언론은 차치하더라도 분명 우리 정치사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나 역시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야당에서 일어난 이 현상에 대해 호의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최근에 발언한 것 중 조금은 깊게 생각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공정과 능력에 대한 이야기다.

‘공정’이라는 단어는 현 정부를 출범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핵심 메시지였다.

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에, 현 정부의 불공정함을 말해주는 몇 가지 증거가 나타났다는 사실 만으로도 지지율을 급락하게 만들었다.

특히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점은 우리 청년들의 기대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서 정치인의 착각은 ‘과정이 공정하다는 점’을 ‘합법-불법’의 영역으로 판단하여 '합법적이었기 때문에 아무 잘못 없다'는 생각이다.

과정이 공정하다고 할 때, 청년의 기대는 정치인들의 합법성이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의 도덕성을 향하고 있다. 

자꾸 자기합리화를 얘기하니 오답을 써 놓고 정답이라 주장하는 느낌이다.

한편, 이런 공정에 대해 젊은 야당의 대표는 능력주의를 얘기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도 못하고 사라질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둘러싸인 우리 모두에게도 당연한 말이다.

그가 말한 "10배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그들을 다시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복귀시킬 수 있도록 국가가 교육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해법"이라고 말한 내용을 생각해보면, 분명 그는 능력주의를 포함한 공정한 판을 만드는 것까지 고민을 하고 있다.

다만 그의 진의까지는 고려하지 않더라도 능력주의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마이클 센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과신’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그는 특히 능력주의가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며 "능력주의는 허구에 불과하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자신의 능력만으로 성공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학식이 높은 사람’, ‘돈이 많은 사람’,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말이다.

마이클 샌델에 따르면 한 사람의 성공에는 재능과 환경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

내가 가진 신체적, 정신적 능력과 그에 더하여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것 (재산을 포함한)들은 나의 능력으로 어찌 할 수 없다.

그리고 나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적 환경 역시 능력주의를 넘어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성공에는 실력 뿐만 아니라 운도 작용한다.

당장 글을 쓰는 내가 행동경제학과 관련한 넛지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전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총 책임지는 자리로 간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가다가 음주운전하는 차에 치어서 큰 사고를 겪고, 그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걸로 끝이다. 나의 노력, 재능, 환경이 뒷받침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운이 없었을 따름인데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으로 생을 마치게 된다.

이렇게 운 또한 우리의 성공에 무시못할 요소이다.

오늘의 핵심을 말하고자 한다.

능력주의도 좋지만 사실 한 사람의 성공은 재능과 환경 (재능이 돈과 명예가 되는 그런 환경)과 노력(보통 이걸 능력이라고 여긴다)과 운의 집합체이다.

이를 조금 어렵게 수학적으로 풀어보자.

우리는 알고자 하는 종속변수인 성공과 그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활용해서 “성공 = a*재능 + b*사회적환경 + c*노력 + d*운” 이라는 회귀방정식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a, b, c, d는 항목별 가중치이다)

정치철학자인 마이클 샌델은 이중 재능과 사회적환경이 있으니 능력을 과신하지 말자는 입장이고, 최근 경제학자 중 행동경제학자 중 하나로 불릴만한 마이클 모부신의 경우는 성공에서 운과 실력 양쪽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는 입장이어서 우리 행동경제학연구소도 최근에 개별적으로 운을 측정하는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이 운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몇 가지 예를 이미 제시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에도 잠깐 소개한 바와 같이 실제로 90%가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운전실력은 평균 이상이라는 결과도 있으며, 더 나아가 자기 과실 교통사고로 입원한 사람들조차 80% 이상이 자기 운전실력이 평균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한 대학에 재직하는 교수들 가운데 70%가 교수로서 자신의 능력이 상위 25%안에 든다고 믿는다고 한다.

이런 경향을 나타내는 재미있는 용어로 ‘워비곤 호수 효과 (Lake Wobegon Effect)’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풍자작가가 라디오 드라마에서 묘사한 ‘모든 남자가 잘생기고 모든 아이가 평균 이상인 마을’이 바로 워비곤 호수 옆에 있다고 해서 워비곤 호수 효과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런 기본적인 편향부터 시작하여 운에 대해 평가하고 측정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야당 대표의 말 중에서 능력주의만 별도로 해석해서 공격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만, 능력주의가 모든 것을 대변해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는 각자 타고난 부분에서 부모의 재산과 위력에 의해 정해지는 것들을 공정하게 만드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

그 다음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능력과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을 경우, 운이 따르지 않을 때도 다시 일어나고 시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해야 한다.

모두 다 갖추려고 노력할 때, 공정한 사회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