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소매 사업 엿보기(2)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소풍 대표/와인칼럼니스트】 우리나라에서 와인만을 위주로 판매하는 와인 전문 소매점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2000년 10월경 와인나라가 소매점을 내면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와인을 위주로 판매하는 소매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소매점들은 엄밀히 말하면 와인 수입 모회사가 수입한 와인만을 소매하기 위해 만든 소매점이라 다른 수입사의 와인까지 판매하지는 않았기에, 상품 구색상 와인전문소매점이라고 하기에는 5%정도 부족한 셈이었다.

모회사가 아닌 타 수입사들의 와인까지 오히려 모회사의 수입 상품 비율을 30~50%이하로만 판매하는 진정한 의미의 와인 전문 소매점은 와인나라가 그 원조였다.

나중에 시장 상황의 변동에 따라 이 회사 역시 모회사의 수입상품 위주로 판매하게 되었는데 왜 그렇게 되었을까?

타수입사들이 할인행사를 하면서 유통채널을 보호한 것이 아니라 유통채널의 마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거나 심한 경우 소매점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해당 상품을 판매한 소매점이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럼 바보도 아닌데 수입사의 제살깎아먹기식 판매행태는 왜 벌어졌을까?

수입업, 도매업, 소매업의 겸업이 거의 금지되어 있는 마당에 소비자와의 접점인 소매업이라는 유통채널보호를 통해 함께 성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입사들의 숫자에 비해 소비자수도 작고 전문소매점 수가 작으니 매년 독점 수입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밀어내기식 판매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막 태동해서 확산기에 해당하는 시장단계에서 블루오션을 찾아 덤벼든 수입사들이 많다 보니, 시장구조상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적어서 생긴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2000년을 전후하여 국내에는 가자주류백화점이 커다란 프랜차이즈망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왜 와인시장이 생겨나는 데도 빨리 변신하지 못하고 기존의 위스키나 브랜디 등의 증류주 위주로 판매하고 있었을까?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이들은 지금도 와인보다는 위스키나 브랜디등 증류주의 매출이 많을 지도 모른다.

주류시장에서 와인으로의 대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다보니 그 많은 가자주류백화점의 점포들이 와인을 위주로 판매해서는 점포 유지가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존의 증류주 위주의 판매에서 누렸던 엄청난 마진을 와인에서 얻기는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와인의 경우 다품종 소량에 지식상품이라서 취급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찾는 소비자들이 없거나 심히 적으니 구색상 조금 가져다 놓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와인매출에 의존해서는 생존이 불가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와인은 주류중에서도 완전 경쟁 상품에 속하는 유일한 알코올 음료이다.

대체 공급사도 많고 수입사업이나 소매사업을 하기에 거의 진입장벽이 없기에 다수가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보니 특정업체가 독과점 마진을 누리기 어려운 시장 구조를 가진다.

다만 어느정도 시장이 형성된 후 후발주자로서 유통망을 가진 유통 대기업들이 수입사 자회사를 설립하여 진입하게 되면 역으로 게임판은 이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게 되어 불완전 경쟁 구조가 형성된다.

이런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2010년 사이에 일어난다.

오래전부터 이미 주류 수입사를 가지고 있던 롯데를 제외하고는 이마트가 본격적으로 대형 마트내에 와인 전문 매장을 만들면서 소매점에 진출하고 이 이마트가 소속된 신세계그룹이 자회사로 와인 수입회사를 세우는 것을 전후로 국내 유통대기업들은 와인수입자회사를 만들어 수직적 계열화를 도모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샵시장내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달라지기 시작하여 지금은 샵시장내에서도 유통대기업(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유통대기업의 와인전문소매점 등)의 비중이 거의 80~90%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산업과 사업에서 독과점이 기업에는 최고인 반면 소비자들에게는 최악이라는 것을 알기에 세계 각국은 공정경쟁을 위해 독과점금지법을 만들고 유지하고 있다.

하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도처에 독과점적 요소가 자리잡고 있고 불완전 경쟁과 불공정행위가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되면 공정 경쟁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정부의 관계부처는 현실을 모르거나 혹은 알면서도 시장 규모가 작아서 별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면 노후대책을 위한 피난처를 키우는 것이 아닌가라고도 의심할 지경에 이른다.

심한 경우 이른바 관피아의 헬시장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와인 시장이야 다른 산업에 비하면 규모가 심히 작아 먹을 떡이 아직은 별로 없어 그런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와인업계에서 불공정거래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첫째가 이미 유명해진 타수입사들의 브랜드 상품을 유통망을 가진 유통대기업 소매점에서 입점시켜 자신 매장의 고객들에게 미끼상품으로 할인행사를 하여 던지고 이 미끼 상품 행사를 보고 찾아온 고객들에게 자회사 수입사의 상품을 홍보하는 행위이다.

이때 때로 더 심각한 문제는 타수입사의 유명 상품을 수입원가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생겨 이들 수입사가 설립한 자회사 소매점들의 고객들이 해당 소매점을 외면하고 유통대기업이 운영하는 매장으로 흡수해버리는 경우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모회사 상품을 어찌 자회사인 당신네 회사보다 유통대기업인 저 마트에서 더 싸게 판매할 수 있나? 그동안 나를 속인 것 아닌가? 라는 항의를 받아보지 않은 국내 수입사들이 운영하는 자회사 소매점들의 직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둘째 유통대기업의 매대 공간의 비율과 배치를 유통대기업의 자회사가 유리하게끔 설정하는 행위이다.

와인 코너의 판매 직원의 경우 입점 수입사들의 직원을 파견받는데 공간비율이나 배치의 비중을 감안한 것이 아니므로 당연히 매출액대비 입점수입사들의 인건비 부담이 높은 구조가 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명절 같은 경우 타 수입사들의 파견 직원들에게 전체 와인매장의 배치나 구조 변경에 노력 동원을 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셋째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대형 마트들의 추가 출점이 어렵게 되면서 와인전문 소매점을 표방하여 골목 상권 장악으로 진출하였는데 여기에서 앞서 지적한 타 수입사들의 소매점 근처에 매장을 내면서 그 수입사 제품을 납품받아 소비자 가격을 낮게 책정해버리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소매점주가 알아서 마진을 줄여 받겠다는 것을 누가 무어라 할 수 있을까마는 자사 수입상품의 와인 가격의 마진도 과연 그 정도로 낮추어 받느냐는 것이다.

일반 잡화점이나 슈퍼마켓 등은 골목상권 보호 등의 명분으로 국민이나 여론의 시각이 따가우니 비교적 일반 여론의 주목을 덜 받는 와인 전문 소매점 분야로의 진출을 꾀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때가 되면 와인이외에 다른 상품도 함께 판매하는 매장으로 변신을 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차하면 오프라인 점포수 확장의 한 전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 지금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과거에는 입점 상품의 홍보비와 마케팅 비용 등의 명분으로 수입사들에게서 할인 행사의 경우 마진 차액을 회수가해가도 했다.

다섯째 소매시장을 대형유통기업이 장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의 또 다른 하나가 입점 수입사의 상품들의 독점 수입권이 해당 유통대기업의 수입자회사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입점하지 못한 수입사들의 유명 상품들의 수입권이 유통대기업의 수입자회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무한 경쟁의 시대이니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문제는 해당 브랜드의 브랜드 인지도를 누가 형성시켰느냐는 것이다.

그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지 않고 브랜드의 수입권이 넘어가는 경우도 생긴다는 점에서 불공정 경쟁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여섯째 입점 수입사들의 유명 고가 브랜드를 한정판매라는 이유로 수입원가 근처나 그 이하로 판매하게 하여 타 소규모 독립 소매점들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대형 유통기업에 입점한 수입사는 그 유통대기업에 납품하는 다른 상품들과 합산한 총매출액에서 이익을 향유하면 되지만 여러 수입사들로부터 납품받아서 상품구색을 갖춘 소규모 소매점들은 특정 유명 고가 브랜드의 가격이 흐트러지면 손해보는 것은 물론 기존 단골고객마저 잃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완전경쟁상품인 와인이 완전경쟁이 아닌 불완전경쟁이 되는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와인 애호가들에게 좋은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독과점기업은 결국 독과점 마진을 향유하려는 본성이 드러나게 되어 있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손해다. 이것은 이미 다른 상품이나 다른 산업에서 경험한 일들이다.

그나마 지금 시점에서 다행인 것은 조금씩이나마 개선되어 오던 불공정 거래 관행이 와인시장 2차 빅뱅기를 맞아 와인시장의 생태계 자체도 변화하려고 하고 있고 정부 관계 부처들도 공정 경쟁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어 불완전 경쟁으로 흘러가던 흐름이 크게 변화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기업 자체가 윤리경영을 선언하기도 하지만.

이때 정부가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IT시대와 코로나로 인한 소비 행태의 변화들을 감안하여 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시장에 이미 진입해 있거나 진입하려고 하는 기업들이 보다 공정한 환경하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자리 창출도 알고 보면 거기에 있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와인 시장을 만들고 키워온 중소규모의 샵시장 개미군단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아울러 앞으로 성숙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 와인 시장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여 유통대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잘 살아남아 와인 소매 시장의 승리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살아남는 자가 승리자이다.

바로 지금이 별들의 시간이자 게임체인저들의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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