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에도 미 증시 입성 성공

【뉴스퀘스트=전순기 베이징 통신원】 올해로 4년째 이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한 치도 양보 없는 무역전쟁은 전쟁의 속성으로 볼 때 애매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유니콘 기업들이 아닐까 싶다.

미국 뉴욕이나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길이 양국의 갈등으로 인해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험난하게 됐으니까 말이다.

이런 현실에서도 상장에 성공한다면 그 기업은 대단한 저력이 있는 업체라고 단언해도 좋다.

지난 6월 말 각각 뉴욕거래소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온라인 신선식품 플랫폼 업체 딩둥마이차이(叮咚買菜. 약칭 딩둥)와 메이르유셴(每日優鮮. 영문명 미스프레시)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부담 탓에 미국 시장 진출을 재고하는 대부분의 중국 유니콘 기업들을 비웃듯 별로 어렵지 않게 미 증시 입성에 성공한 것이다.

심지어 딩둥은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이 무려 100억 달러(12조 원)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7월 초순 기준으로는 70억 달러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20억 달러 남짓한 라이벌 메이르유셴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진격의 딩둥마이차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2017년 6월에 군인 출신인 량창린(梁昌霖)에 의해 창업돼 거침없이 뉴욕 증시에까지 안착하면서 중국 온라인 신선식품 플랫폼 업계 지존을 노리게 된 딩둥은 사실 출범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마샤오시 손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처음부터 가능성을 높이 보고 5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대대적으로 투입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성공은 처음부터 보장돼 있었다고 해도 좋았다.

그렇다고 딩둥이 땅 짚고 헤엄치는 신선놀음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 전략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창업 초기에 적극 실시한 상업 및 주거 단지 내에서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배송 서비스가 주효했다.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등의 대도시 대신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쿤산(昆山) 등 창(長)강 삼각주 일대의 2선 도시를 일단 집중적으로 공략한 전략 역시 거론해야 한다.

이를테면 농촌을 시작으로 소도시와 대도시를 순차적으로 공략, 혁명의 불길을 활활 타오르게 한다는 공산당 스타일의 전략이 먹혀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에서 친민성셴(親民生鮮)이라는 작은 신선식품 오프라인 체인을 운영하는 천민썬(陳敏森) 사장의 설명을 들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사업은 처음부터 스케일 크게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그러다 자칫 어려움에 직면하면 곤란해진다. 우선 시험적으로 작게 시작하면서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딩둥의 경우도 자금력이 괜찮았으나 처음에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 창강 인근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대도시로 진출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배송지 인근에 소형 창고를 마련, 해당 반경 지역 내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는 이른바 전치창(前置倉) 모델을 채택한 것 역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구매 금액 제한 없이 주문 후 빠르면 29분 만에 상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은 이런 모델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할 수 있다.

초창기부터 “4000여 개의 품목을 30분 안에 배달해 드립니다.”라는 구호를 내건 라이벌 업체 메이르유셴을 카피해 구축한 짝퉁 시스템이었으나 어쨌거나 ‘꿩 잡는 매’가 된 만큼 긍정적 평가는 받아야 할 것 같다.

베이징 둥청(東城)구에 소재한 딩둥마이차이의 물류 창고. 라이더들의 손길이 분주하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이뿐만이 아니다. 판매 제품의 85% 전후를 원산지에서 직매입한다는 영업 원칙 역시 소비자들에게 크게 먹혔다.

실제로 딩둥은 2021년 6월 말을 기준으로 총 400여 개 가까운 원산지에서 700여 개 이상의 공급업체를 통해 각종 신선식품을 납품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업 대상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등을 비롯해 전국에 약 40여 개에 이르고 있다. 하루 평균 주문 건수는 약 100만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의 여파 탓에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2020년의 실적을 보면 진짜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50억 위안(元. 2조6200억 원)에 이르면서 2019년보다 무려 3배나 늘어났다. 2021년에는 가볍게 300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욕거래소의 시가총액이 한때 100억 달러를 기록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딩둥의 미래는 밝다.

상장 직전까지 내로라하는 세계적 사모펀드들이 적극 투자에 나선 사실만 봐도 좋다.

향후 전략을 일별하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려워진다.

우선 디지털화에 적극 나서는 행보를 꼽을 수 있다.

딩둥의 최근 판매량 예측률이 약 90% 수준에 이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이에 반해 부진 재고는 거의1 % 미만을 기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반조리식품(밀키트) 사업을 주요 추진 과제로 선정, 적극 밀어붙이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를 위해 딩둥은 최근 후베이(湖北)성 일대에 흔히 룽샤(龍蝦)로 불리는 민물가재 양식장까지 구입하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이로 볼 때 조만간 자체 브랜드를 론칭, 룽샤 밀키트를 출시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상하이의 한 거리에서 판촉 행사에 나선 딩둥마이차이. 29분 안에 모든 신선식품을 배달한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제공=신징바오.

중국의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은 거의 빛의 속도로 커지고 있다.

해마다 평균 70% 전후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저력으로 볼 때 딩둥은 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기본이고 극강의 경쟁력을 과시하는 업체로 우뚝 설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매출액에서 거의 두 배 이상이던 메이르유셴을 2020년에 완전 정 반대의 처지로 끌어내린 사실은 이 단정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딩둥이 베이징과 상하이의 한국 교민들로부터 중국판 쿠팡 내지는 마켓 컬리로 불리는 것에는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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