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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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어제는 굉장히 우울한 날이었다.

모 지자체와 행동경제학 관련된 연구를 하기로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설명하는, 소위 착수보고를 하는 자리를 겪고 나서 우울해졌다.

그 동안 그렇게 많이 넛지를 외치고 다니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자신감 있게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넛지 정책을 제시할 것입니다’라고 발표했건만 어떤 분께서 그게 무슨 정책이냐고 폄하 아닌 폄하를 했기 때문이다.

그 분이 말한 다른 지적들을 대부분 수용하더라도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내용을 정하는 것이 정책이지 프레이밍을 바꾸는 것에는 정책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따지고 싶었으나 갑과 을의 관계였다.

그리고 토론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일방적인 호통의 자리였다.

정책이 그렇게도 고귀하고 숭고한 이름이라는 인식이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섭게 각인되어 있는 듯 했다.

국민 혹은 시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도록 길잡이를 해 주면 정책이지 뭐가 그렇게 엄청난 것이라고.

주구장창 넛지 정책을 외친 노벨경제학 수상자였던 리처드 세일러 교수도 한국에서 나와 같이 그 미팅에 참여했다면, 분명 소주 한잔 하러 가자고 외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 감정을 겪다 보니, 행복을 얘기하는 경제학 역시 행동 경제학이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물론 행동경제학 옹호자로서 확증편향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동경제학은 대부분 인간 선택에 관련한 내용들이다.

즉, 소비자, 직장 내 노동자, 기업인 등 개인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흔히 말하는 미시경제학과 관련된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에 반해 거시경제학은 한 국가의 전체적인 경제 현상에 대해 분석하는 학문으로 과연 행동경제학에서 얘기된 비합리성이 국가 차원의 거시경제에 변화를 가져올 만큼 큰 세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GDP, 실업, 인플레이션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에 관한 문제이다.

행동경제학에서 이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두 번째는 첫 번째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는 않다.

우선 행복이라는 감정상태가 경기 순환과 연관되어 있다는 접근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집단적으로 겪는 감정 (아마 국민 전체가 우울한지 아닌지를 생각하면 될 듯하다)이 국가 거시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서서 굉장히 중요한 설명변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활기차고 긍정적인 기분들이 지배할 때는 거시경제가 활황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사회적으로 부정적이고 비관적일 때는 거시경제 역시 부정적으로 돌아서게 된다.

왜냐하면 사회에 만연한 감정들은 개개인의 소비에 영향을 끼치고 기업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며, 정책입안자에게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인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므로 이로부터 나온 결과의 총합인 거시경제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들은 많지만 서로 인과관계가 확실하다고 얘기할 수는 연구는 많이 부족하긴 하다.)

첫 번째가 행복같은 집단감정이 거시경제에 영향을 끼치냐에 관한 것인 반면 두 번째는 왜 행복은 거시경제지표에 들어가지 않냐에 관한 것이다.

두 관점은 별개이기도 하지만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행동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GDP로 대변되는 화폐 가치 측면에서의 성과만 보지 말고, 행복과 같은 후생 (Welfare) 측면의 성과도 봐야한다고 얘기한다.

또한, 자살률, 정신병,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 등의 공중 보건 지표의 중요성도 깊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더해져서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행복수준을 측정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존재한다.

UN에서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 OECD에서 발표하는 국가행복지수 등이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얼마 전 OEC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국가행복지수는 노동시간, 노인빈곤률, 미세먼지 농도 등 항목에서 점수가 낮아 OECD 37개국에서 35위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렇게 행복과 관련된 항목을 측정하고 GDP를 보완하고자 하는 또 다른 노력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높이 살만한 일이지만, 행동경제학자들의 눈은 그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행복이라는 감정 자체가 설문을 통해서 측정된다고 하면,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서 편향이 생길 수가 있으므로 맥락에 기반하지 않는 행복, 보다 더 근원적인 행복을 측정하고자 끊임없이 고민한다.

앞서 첫 번째 얘기한 행복이 과연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다만, 국민이라는 다수의 행복은 맥락도 고려해야 하지만, 감정이 전염되는 네트워크도 중요함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국민 개개인 행복의 총합이라는 관점보다는 일부의 행복이 다수의 행복으로 전염되어 가는 과정 역시 그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 말이다.

그럴 때만이, 즉 행복이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되 이야기와 맥락과 네트워크에 의해 다수에게 전염되어 가는 과정을 알게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행복이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얘기할 수 있다.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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