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전순기 베이징 통신원】 중국의 차량공유 시장 규모는 그야말로 경악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2020년 기준으로 무려 4000억 위안(元. 71조2000억 원)대 규모를 자랑한다.

인구 750만 명인 라오스의 국내총생산(GDP) 180억 달러보다 세 배 이상이나 많다.

도시라고 부를 만한 지역에서 생활하는 웬만한 중국인들의 스마트폰에 세계 최대인 콜택시 호출 플랫폼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이 거의 깔려 있는 것은 이로 보면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현재 230여 개 플랫폼이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신규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시장 참여에 나서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장의 절대 강자로는 역시 디디추싱을 꼽을 수 있다. 점유율이 무려 80%에 가깝다. 절대지존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6월 말 당국의 만류를 무시하고 미국 증시 상장을 결행한 탓에 신규 회원 모집 중단 조치를 당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처럼 이 빈틈을 후발 경쟁업체들이 노리지 않을 까닭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아마도 최대 민영 완성차 생산업체인 지리(吉利)자동차 산하의 차오차오추싱(曹操出行)이 아닌가 보인다.

디디추싱이 주춤하면서 위상이 흔들릴 조짐이 보이자 신규 가입자들에게 30% 할인 쿠폰을 뿌리는 등의 공격적 전략을 통해 시장 잠식에 본격 나서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사업을 시작한 차오차오추싱은 조금 잔인한 말이기는 하나 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면 솔직히 디디추싱의 상대가 도저히 안 된다.

20% 남짓한 파이를 2위 그룹의 다른 경쟁업체들과 나눠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디디추싱이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벌써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10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향후 당국에게 단단하게 찍힌 디디추싱에 대한 추가 제재가 이뤄질 경우 상황은 더 좋아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최대 3000만 명 전후로 회원이 증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경우 차오차오추싱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10%를 바라보는 기적을 창출하게 된다. 현재 위상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무엇보다 항저우 일대를 떠나 70여 개 도시에서 영업을 하게 되면서 전국구 플랫폼으로 부상한 사실을 우선 꼽아야 할 것 같다.

늦어도 2, 3년 내에는 영업 지역이 100여 개를 돌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기업 가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아무리 높게 봐줘야 150억 위안 전후로 추산됐으나 지금은 거의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300억 위안 돌파도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디디추싱에서 일하다 월 2000 위안의 보너스를 1년 동안 받는 조건으로 최근 차오차오추싱으로 갈아탄 기사 장핑윈(姜平雲) 씨는 “처음에는 차오차오추싱으로 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 싶게 완전히 잊었다. 월 1만 위안 가까운 임금에 대해서도 만족한다. 앞으로는 우리 회사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면서 소득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직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술회했다.

고객들의 호출을 기다리는 차오차오추싱의 전기자동차 콜택시들.친환경 신에너지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통해 고급화 전략으로 차량공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상장의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해야 한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미국보다는 중국 국내 또는 홍콩 증시가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이 될 경우 기업 가치의 최소한 2배 이상인 500 위안대의 시가총액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쾌속 성장을 위한 기반도 잘 갖춰져 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친환경 신에너지 차들이 대거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2020년 기준으로 5만대 가까이 운행되고 있으나 매년 20% 전후씩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를 운행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디디추싱과는 달리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 역시 향후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2019년 2월에 현재 이름으로 바꾸기 전의 명칭이 차오차오좐처(曹操專車), 즉 차오차오전용차였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증명해준다.

모기업인 지리자동차의 전폭 지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매년 수억 위안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혹자들은 완성차 업체가 차량공유, 즉 콜택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베이징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인 취안겅이(全耕一) 씨의 설명은 들으면 얘기는 확 달라질 수 있다.

차오차오추싱의 운전기사들. 보너스를 받는 조건으로 디디추싱에서 이직한 기사들이 적지 않다./제공=신징바오.

“차량 공유 사업을 단순하게 보면 안 된다. 사업을 오래 하게 되면 방대하게 쌓일 고객들의 데이터를 독점할 수 있다. 이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만약 이 데이터를 신에너지 자동차 개발에 이용한다면 지리자동차로서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지리자동차는 실제로 취안 씨의 설명대로 지금까지 쌓은 방대한 데이터를 신차 개발에 적극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수푸(李書福)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자동차 제조 회사가 차량공유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 것은 회사를 망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한때 잘 나갔던 모토롤라나 노키아 같은 비극을 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로 보면 현실을 직시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외에 항저우시를 비롯한 정부 고객들을 대거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도 차오차오추싱이 자랑할 경쟁력의 원천이 아닌가 보인다.

디디추싱이 당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특혜를 받고 있다고 해도 좋지 않나 보인다.

말할 것도 없이 차오차오추싱의 앞날에는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두려운 것이 아마도 디디추싱이 당국의 제재를 극복한 후 다시 맹위를 떨치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영원한 2인자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은 상당히 힘겨워지게 된다.

상하이(上海)자동차와 BMW를 비롯한 상당수의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세상에 경쟁 없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살아남게 된다면 모기업 지리자동차의 존재에서도 알 수 있듯 차오차오추싱의 경쟁력은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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