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화재로 인한 탄소배출량 343메가톤...미국·유럽 등 전 세계서 속출한 산불 영향
폭염·홍수도 기후변화 산물...전문가들 "배출량 줄이고 변화 대응할 대책 마련해야"

터키 남서부의 인기 휴양도시 보드룸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산불을 피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이제 우리는 시간이 없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기후 전문가들을 인용해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산불을 겪었던 지난 7월 지구촌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들은 전 세계의 현주소가 '악순환' 그 자체라고 입을 모았다.

곳곳에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자 기후변화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고, 그 여파로 일어난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에 탄소 배출량이 더 많아지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더그 파 그린피스 UK 정책국장은 "현재 실질적인 계획을 내놓은 국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 기후가 변하자 탄소가 탄소를 낳았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전 세계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배출된 탄소량은 343메가톤(3억4300만톤)에 달한다.

이중 산불 때문에 발생한 탄소는 기존 최대치였던 2014년 7월보다 약 20%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절반 이상은 이상고온 기후가 대두되고 있는 북미와 시베리아 지역에서 나왔다.

실제 지난 한 달간 주요국들은 대형 화마와 맞서 싸워야만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달에도 산불이 계속됐다.

미국과 캐나다는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지역 곳곳에 산불이 일어나면서 삼림 피해를 입었다. 특히 미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지난달 중순에 발화한 '딕시' 산불은 한 달째 진화되지 않고 있다.

딕시는 고온·건조한 날씨와 함께 가뭄, 강풍이 겹쳐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캘리포이나주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대형 산불 10개 중 6개는 지난 1년 사이 발생했다.

이상 고온과 가뭄을 겪은 유럽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에서는 산불이 2주가량 계속되면서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피난을 떠나야만 했다.

제수스 산미구엘 아얀스 EU 재난위험관리국 기상학자는 "화재 영향을 받는 지역은 더 이상 지중해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 북부 아피드네스에서 소방대원과 봉사자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현지 소방당국은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과 강한 바람이 그리스 곳곳에 산불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최고 등급의 산불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사진=아피드네스 신화/연합뉴스]

◇ 폭염·홍수도 문제..."손 놓는다면 지금은 예고편에 불과할 것"

전문가들은 전 세계 국가들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인간이 배출시키는 탄소량을 먼저 줄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대기과학자인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올여름 우리가 목격했던 산불과 가뭄, 폭염, 홍수와 같은 극단적인 날씨를 키우고 있다"라며 "기후변화의 영향이 기상 재해 형태로 우리 눈앞에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루이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는 "확실한 것은 탄소 배출량이 계속 증가한다면 더 심각한 기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주요국 정상들은 탄소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기후 영향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압박에 놓였다"라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7년마다 발간하는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다.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의 국제협의체다.

정부 간 협상의 근거 자료로도 사용되는 이 보고서에는 전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영향과 과학적 근거로 마련된 대응정책 방향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산불 시즌(기간)이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라며 "(손을 놓고 있는다면) 지금까지 일어난 대형 재난은 예고편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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