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좋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소크라테스도 '평판은 최고의 보물'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확실성의 시간이 지속되겠지만 개인이나 기업의 ‘사회적 평판’은 여전히 미래를 좌우하는 키워드다. 

긍정적ㆍ호의적 평판은 백만 대군에 버금가는 든든한 뒷배경이다. 따라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사회적 평판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기업의 경우 소비자들의 구매 행위가 기업의 평판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보화 사회가 열리면서 평판의 힘과 파급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뉴스퀘스트는 ‘브랜드&평판연구소’와 함께 ‘사회적 평판’의 중요성과 평판측정의 ABC, 또 기업과 정치인들의 성공적 평판관리 전략 등 ‘뉴노멀 시대, 평판이 힘이다’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개인이든 기업이든 평판이 좋아야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다.[그래픽=픽사베이]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평판이 좋아야 경쟁력은 물론 일도 술술 잘 풀린다.

“그 사람 어때?” 간단명료하지만 당사자를 한 눈에 파악하기 충분한 함축적 질문이다.

기업 혹은 정부기관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주변 인물들을 통해 대상자를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명 ‘평판(評判) 조회’라고 한다. 평판 조회는 특히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에서는 반드시 거치는 필수과정이다.

조직은 인재 채용에 있어 필요로 하는 스팩과 능력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그러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평판조회가 나쁘면 머뭇거리게 된다.

‘응 ~~ 별로야, 능력은 좋지만 그저 그래’ 아니면 ‘응~~아주 괜찮지 성실하고 배려심도 깊고’, 어떤 평가가 나오느냐에 따라 당사자의 운명은 결정된다.

실제 평판조회 과정에서 부정적 반응으로 요직 임명 직전 ‘헛물만 켜다 좋다 만’ 경우도 있다.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지인 A씨는 정권 출범 후 논공행상에 따라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으로 내정됐다가 막판에 취소됐다. A씨는 처음에는 탈락의 이유를 몰랐으나 나중에 알음알음 파악해본 결과 평판조회에서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아 공기업 이사 자리가 물 건너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난해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직원들 채용과정에서 공수처 지원 현직 검사들이 과도한 평판 조회가 부담스러워 아예 중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개인 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그 회사 어때” , “오너가 사생활이 지저분하고 갑질로 문제 많다던데?, 올해 실적이 적자네?”, 아니면 “봉급 최고로 많이 준다는 회사잖아, 분위기도 좋다면서!”

평판의 호불호에 따라 소비자들은 그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규정 짓는다. 뉴노멀 시대 평판의 중요성은 개인과 조직을 가리지 않고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노종 전 브랜드&평판연구소장(전 SK그룹 전무)은 “훌륭하고 좋은 평판은 자석과 같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 도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전 소장은 “특히 기업의 입장에서 평판이 좋으면 새로운 투자를 유인하고 장기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반복 구매와 충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종업원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며 이직율도 낮출 수 있다"며 평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대표적 착한기업으로 손꼽히는 오뚜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청와대에 초청을 받아 화제가 됐었다.

청와대는 오뚜기의 초청 배경으로 '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 중 하나이고, 최근 미담 사례가 있어 특별 초청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식에 네티즌들뿐 아니라 기업들도 오뚜기를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갓뚜기(God과 오뚜기의 합성어)’로 불렀고 이같은 긍정적 평판은 좋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평판이 좋은 기업은 실적도 좋다.[그래픽=픽사베이]

특히 평판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평판이 나쁜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손해 볼 가능성이 적다는 평가다.

최근 브랜드&평판연구소가 펴낸 ‘브랜드평판 혁신설계’의 공동저자인 한은경 성균관대 교수는 “현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평판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보험과 같다”고 강조했다. ‘평판은 보험’이라는 주장에 대해 한 교수는 지난 1992년 미국 LA에서 발생한 폭동사태를 예로 들었다.

당시 인종차별에 격분한 흑인들의 폭동으로 LA지역 대부분의 상점들이 약탈과 방화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맥도날드만큼은 유독 피해가 적었다.

사회과학자들이 분석 한 결과 맥도날드는 꾸준히 흑인사회와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평소 흑인사회에 호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흑인들에게 무료커피 제공, 일자리 마련, 농구 코트 설치 등 흑인사회와 함께 한다는 우호적 노력들이 ‘맥도날드 평판’ 이라는 곡간에 ‘평판 자본’을 차곡차곡 쌓았다는 것이다. 이에 흑인들의 의식 속에 맥도날드는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이자 가족이자 패밀리로 자리매김하면서 이 평판자본이 위기의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 교수는 “평판이 무형적 자산임에도 기업의 재무적 가치와 순이익 등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평판을 쌓으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고 더 우호적인 미디어 보도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또 “평판은 개인이나 조직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와 판단이 결합된 것”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평가의 총합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이해관계자들이 가진 해당 기업의 정보와 양을 전부 합치면 100%에 가까우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평판이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이해관계자들은 각각 기업에 대한 정보 접근력에 차이가 있지만 조각난 퍼즐을 끼워 맞춰 완성체를 만들 듯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을 끼워 맞추다 보면 기업의 실체를 알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 경기대 융합교양학부 초빙교수도 기업의 평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 오늘날 우수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긍정적 평판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좋은 기업 평판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수많은 기업들 가운데 이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적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기업의 평판은 그 기업 브랜드, 제품 및 서비스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높은 평판은 구매를 증대시키고 충성고객을 창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수익 증대에 기여한다"며 "이러한 의미에서 평판은 심화된 경쟁환경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무형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평판의 중요성은 현대 사회 뿐만 아니라 이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조돼왔다.

문효진 세명대 교수는 “일찌기 소크라테스는 ‘당신이 가질 수 있는 보물 중 좋은 평판을 가장 최고의 보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며 “서양철학의 효시인 소크라테스도 평판을 자신의 정체성과 연관해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고 일갈한 소크라테스도 일찌기 평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그래픽=픽사베이]

소크라테스는 또 평판을 불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평판은 불과 같아서 일단 불이 붙으면 유지하기 쉽지만 만약 꺼뜨리기라도 하면 다시 불꽃을 살리기 어렵다’며 평판을 불의 특성에 비유했다. 소크라테스의 이 같은 비유는 평판을 잃거나 자칫 부정적 평판을 얻게 될 경우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교수는 “성경에도 평판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며 “잠언에 ‘이웃과 다툴 일이 있으면 그와 직접 변론만 하고 그의 비밀을 퍼뜨리지 말라,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오히려 너를 비난하면 그 나쁜 소문이 너에게서 떠나지 않고 따라다닐까 두렵다’고 전한다”고 말했다.

잠언에서 전하는 평판은 두 가지 특성을 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비밀을 퍼뜨리는 옳지 못한 행동을 할 경우 나쁜 평판을 얻게 되고 더 나아가 그 나쁜 평판을 절대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나쁜 평판은 쉽게 떨쳐내기 힘들고 좋은 평판은 다시 쌓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 교수는 “소크라테스와 성경의 사례에서 보듯이 평판이라는 개념은 고대부터 인간관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긍정적 평판은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며 “어렵고 인내심이 요구되는 과정이 평판관리며 긍정적으로 구축된 기업의 평판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위기의 순간에 완충제 역할을 해준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과 LG를 놓고 봤을 때(삼성은 LG를 라이벌로 비교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이 두 기업의 이미지는 상반된다.

국민들은 삼성을 누가 뭐래도 국내 1등의 글로벌 기업으로 손꼽는다.

게다가 실적도 좋아 최근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으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고 평가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취업 1순위 직장으로 꼽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막상 삼성을 평판함에 있어 인색한 편으로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LG의 경우 실적과는 무관하게 소비자들로부터 크게 비난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착한 기업 혹은 무색무취의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LG와 GS 분리과정에서 구씨와 허씨 집안이 보여준 양보와 ‘인화’를 앞세운 기업 모토로 인해 착한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평판관리에서만큼은 삼성을 앞서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문 교수는 평판이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이 해외시장 진출 시 겪는 상황에 대한 예를 통해 평판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평판이 좋은 기업이 해외에서 공장을 짓는다면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기업활동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으며 아울러 공장부지 저가 임대, 세제 감면 등 그 나라의 다양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부정적 사건, 사고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평판이 좋지않은 기업이라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특히 환경파괴, 인권 침해, 감질, 탈세, 폭행 등 민감한 사회이슈와 연관 된 기업이라면 지역주민들의 저항은 더욱 심할 것이다”

이제 기업이 실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 평판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뉴노멀시대다. 평판이 곧 기업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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