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5% 올리려면 재무성과보다 감성적 변화 선행돼야

[사진=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매년 봄 출간되는 프랑스 미식문화의 대명사 ‘미쉐린 가이드’는 전 세계 유명 음식점들을 심사, 맛과 서비스 수준 등에 따라 별점을 매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쉐린 가이드는 그 엄격성과 신뢰성으로 오늘날 미식가들의 바이블로 인정받고 있다.

음식점을 대상으로 별점을 매기는 ‘미쉐린’ 형제의 가이드북은 음식점의 평판을 측정,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미쉐린 가이드의 평판 측정은 ‘미스터리 다이너’ 또는 ‘레스토랑 인스펙터’로 불리는 비밀 평가단이 신분을 숨긴 채 익명으로 음식점을 방문, 음식의 맛과 분위기 서비스의 정도 등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물론 측정 항목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아 주관적 평가라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평가원들이 조사한 음식점의 평판 결과는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은경 성균관대 교수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음식점은 고객들로부터 전적으로 신뢰를 받고 소비자들은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가 음식을 즐기는 동기를 부여한다”며 “이는 미쉐린 가이드가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과 함께 미쉐린 가이드가 평가한 음식점의 평판에 대한 신뢰에 기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인이나 기업 조직에 대한 평판은 어떻게 측정되는 것일까?

한 교수는 "평판은 손에 잡히거나 눈으로 볼 수 있는 유형의 그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객관적 실증적으로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의 크기나 무게, 사람의 키나 몸무게 등은 이를 측정하는 도구가 있다. 또 기업의 경우 종업원수나 매출규모 영업이익 등으로 재무적인 평가는 가능하다.

하지만 평판의 경우는 다르다. 국내에도 연구소라는 이름을 달고 기업과 개인, 상품을 대상으로 평판을 측정, 발표하는 곳이 있다.

이 연구소에서 측정 발표하는 평판 지수는 참여·소통·미디어·커뮤니티 지수를 통해 측정한다고 강조하지만 타당성, 신뢰성,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해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교수는 “평판은 눈에 보이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한 측정법을 사용해 그 수치를 제시하기 어렵다”며 평판이나 이미지처럼 기업이나 개인에게 중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무형적 자산은 그 대상과 관점에 따라 측정법이 달라져 간혹 연구자의 주관성이 강하게 개입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무형적 자산인 평판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객관성을 지닌 측정방법의 개발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현재 기업에 대한 평가에서 객관적인 평가로 인정받고 있는 곳은 미국의 경제 매거진 포춘(Fortune)을 꼽는다.

포춘은 1983년부터 지속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Most Admired Companies)’과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 평판 개념을 실질적으로 측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춘은 기업 평판에 있어 관리능력, 제품과 서비스의 질, 혁신성, 장기적 투자가치, 재정적 안정성, 인재고용과 개발, 지역사회 봉사 및 환경보호 등에 대한 태도로 평가하고 있다.

포춘이 매년 발표하고 있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은 65개 산업군에서 최대 매출을 올린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이 설문조사에는 전 세계 1만3000여명의 경영자와 증권분석가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 기준은 혁신능력, 종업원 능력, 인재채용 및 개발 유지 능력,자산의 유효활용도, 사회적 책임, 경영능력, 해외경영능력, 재무건전성, 장기적 투자가치, 제품과 서비스의 질 등이다.

한 교수는 "평판이 학계와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무형적 자산임에도 재무적 가치와 순이익 등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또 “평판 측정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평판은 눈에 보이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합의된 측정법은 아직 없다”며 “그동안 학계에서 제기된 평판의 측정방법은 두가지로 정리된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평판을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해 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형성적 지표(Formative Indicator)를 통한 평판측정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업이 구축한 차별화된 가치가 온전히 잘 수행되는지 평가함으로써 기업 평판이 좋은지 혹은 나쁜지 결과적으로 알아보는 방법의 반영적 지표(Reflective Indicator)를 통한 평판 측정이다.

평판을 측정, 지속적으로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평판연구소(The Reputation Institute)의 평판 척도 또한 중요한 평판측정법으로 거론된다.

평판연구소는 2단계를 거쳐 조사과정을 진행하는데 1단계는 추천단계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화와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가장 가시성이 뒤어난 기업을 추천받는다.

2단계는 평가단계로 미국에서 가장 가시성이 뛰어난 기업을 평가하는 심층적 조사와 온라인 인터뷰를 병행하고 이를 통해 최종적인 평판지수가 도출된다.

한 교수는 “평가지수 평가도구는 총 6개 차원 20가지 속성을 7점 척도를 사용해 측정한다”며 “6개 차원은 감성소구, 제품과 서비스, 사회적 책임, 비전과 리더십, 근무환경, 재무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브랜드평판 혁신설계(나남출판사)]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평판연구소가 개발한 평판척도에 대해 통계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한 기업이 기존 평판을 5% 올리려면 소비자들에 대한 감성소구를 7% 개선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성소구를 7% 개선하려면 해당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10%, 사회적 책임은 24%, 근무환경은 26%를 개선해야 기존 평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이런 통계는 기업 평판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감성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며 "기업입장에서 평판관리를 할 때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감성적 변화를 유도하려면 평판척도 관리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이어 "기업의 재무성과가 평판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키려며 55%까지 개선되야 하지만 막상 기업의 재무성과 척도와 비전과 리더십 척도는 소비자들의 기업 평판에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며 "기업이 평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집중하고 다음으로 사회적 책임과 근무환경 순으로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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