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전순기 베이징 통신원】 중국은 출판대국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평균 60만 종과 200억 권에 가까운 서적이 발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책이 많이 읽히기도 한다.

성인 기준 월 평균 독서량이 2.6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의 0.8권보다 월등하게 많다. 당연히 도서 시장이 크다.

2020년에 연 1000억 위안(元. 18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최소한 1200억 위안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중 점점 대세가 되는 온라인 도서 시장은 50%를 약간 상회한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이 시장의 지존은 누가 뭐래도 단연코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원조 온라인 서점 당당왕(當當網. 이하 당당)이라고 해야 한다. 전체 시장의 40% 전후를 장악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록을 세부적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연간서적 판매량을 꼽아야 한다. 7억 권 전후에 이른다. 중국에서 팔리는 책 4권 중 1권은 당당을 통해 판매된다고 보면 된다.

온라인 회원의 규모도 간단치 않다. 무려 3억 명을 넘어 4억 명까지 바라보고 있다. 매출액 역시 아마존 운운의 평가가 과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2020년 가볍게 200억 위안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업 이익 역시 매년 매출액 대비 5% 이상은 거두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계속 중국의 아마존으로 군림할 당당을 언급할 때면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창업자 리궈칭(李國慶. 57)을 반드시 거론해야 한다. 오늘의 당당을 있게 한 주역은 누가 뭐래도 그와 공동 창업자인 부인 위위(兪渝. 56)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베이징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생 때부터 기업 경영에 뜻을 뒀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은 공부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졸업 후에 도전한 여러 사업에 줄곧 실패만 한 것이다. 다행히 1993년 모교인 베이징대와 국무원 농업부와 공동으로 설립한 출판사 베이징커원징마오(北京科文經貿)총공사의 경영에는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출판사 운영 경험을 통해 그는 출판 산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 더불어 창업을 위한 초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온라인 서점계의 황제라는 별명을 가진 그의 인생극장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그러나 이때가 아니라고 해야 한다. 바로 부인 위위와 1996년 만나 결혼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당시 그는 우연한 기회에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때 친지를 통해 당시 뉴욕대학 MBA 출신으로 아마존에서 구매업무를 담당하던 아내를 만나게도 된다. 그는 적극적 구애로 바로 그녀와 결혼에 골인한 후 베이징으로 돌아와 온라인 서점 창업의 꿈을 불태우게 된다. 말할 것도 없이 아마존에서 현장을 누빈 그녀의 조언이 큰 힘을 발휘했다.

2016년 12월 8일 당당이 나스닥에 입성했을 때의 모습. 가운데 공동 창업자 리궈칭과 위위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당당은 이렇게 해서 온라인 서점이 뭔지도 모르는 독자들이 태반이던 1999년 11월 창업의 기치를 높이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역시 프로가 공동 창업자로 나섰으니 출발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소프트뱅크와 IDG 등 여러 투자기관으로부터 800만 달러 규모의 벤처 캐피털 자금 유치에도 성공하기에 이른다.

창업 5년째인 2003년은 당당에게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해라고 할 수 있었다. 드디어 손익분기점을 넘어 영업이익 실현에 성공한 것이다.

시장 점유율은 이때부터 40%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서점들이 2000년대 초반 10% 이하의 기록을 보일 때도 매년 200% 가까운 비약적 성장을 구가한 것은 완전 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당당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1차 위기는 아마존이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적대적 인수, 합병에 나섰을 때인 2004년 1월 찾아왔다. 당시 아마존은 최저 1억 달러, 최고 10억 달러에 경영권 70% 이상 확보하는 방안을 당당에 제안했다.

처음 리궈칭과 위위 등 당당의 주주들은 10억 달러라는 제안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경영권을 완전히 넘기는 것은 아무래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결국 협상은 수개월 후 결렬됐다.

이후 리궈칭 등은 아마존의 우회적 적대적 인수, 합병 노력이 지속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중국 시장에 이미 진출한 아마존과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 확실했다. 그동안 거의 없었던 위기가 불시에 찾아오지 않는다면 이상할 일이었다.

그를 비롯한 당당의 경영진은 이런 위기감을 데이터베이스와 물류망 및 창고 확대, 상품 다양화에 반드시 필요한 대대적 투자로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자체 역량 강화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한 당당의 노력은 곧 결실을 가져왔다.

아마존이 최대치로 측정한 몸값 10억 달러를 가볍게 돌파했다는 업계의 분석도 나왔다.2010년 12월 8일에는 이 사실이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확인되기도 했다. 첫날 시가총액이 12억46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2016년에 스스로 나스닥에서 철수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베이징에 소재한 당당의 오프라인 서점. 온·오프라인 채널 융합의성공이 목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제공=징지르바오.

현재 당당은 창업 이후 두 번째라는 위기를 겪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거목으로 손꼽히는 톈마오(天猫)와 징둥 등이 수년 전부터 온라인 서점에 주목하면서 시장에 본격 참여하기 시작한 탓이다.

기세도 맹렬하다. 톈마오와 징둥을 합칠 경우 당당을 위협할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현재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당당이 양사의 협공으로 지존 자리를 잃지 말라는 법도 없다.

위기 타개에 적극 나서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톈마오와 징둥이 온라인 서점을 넘본 것처럼 양사의 영역에 뛰어든 것을 역시 먼저 꼽아야 한다.

현재 순탄하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마디로 경쟁사에 맞불을 놓으면서 종합 인터넷 쇼핑몰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 주효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교육용 전자기기 메이커 부부가오(步步高)와의 제휴를 통해 오프라인 서점 사업에 뛰어든 것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대륙 전역에 약1000여 곳이 개설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본격적인 온·오프라인 채널 융합의 성공이 목전에 이르렀다고 해도 좋지 않나 보인다.

전자책 시장에 더욱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현재 회원이 1억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손색이 없는 승승장구가 아닌가 보인다.

50여 개 전자책 출판사를 육성하는 계획까지 수립, 연 200% 성장세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보면 중국의 아마존이라는 별칭이 확실히 부끄럽지 않다고 단언해도 좋다.

이에 대해 베이징 민쭈(民族)출판사의 리밍허(李明鶴) 주임은 “중국의 전자책 시장은 미국에 비하면 아직 태동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발전 공간은 대단히 넓다. 당당이 하면 된다고 확신한다.”면서 향후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당당은 궁극적으로는 문화 창조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체험형 서점과 중고서적 판매 커뮤니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담당하는 당당잉예(當當影業) 등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말이 된다.

당당이 나스닥이나 중국, 홍콩에서 재상장될 경우 최소한 시가총액 50억 달러의 슈퍼유니콘이 될 것이라는 말이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업계에서 나오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