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컨설팅 이강락 대표 

【뉴스퀘스트=이강락 KR컨설팅 대표 】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결과를 보면 좁은 시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컨설팅 의뢰가 와서 A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다. 경영진들은 회사를 소개하면서 국내 최고의 기업들과 거래할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자랑하는 등 자부심이 대단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그 말이 과언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경영진들은 현장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고 강조했는데 역시나 현장의 분위기도 매우 밝았다. 필자도 그 회사가 국내 최고의 수준임을 인정했다.

컨설팅 진행중에 일본으로부터 주문이 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제 실력을 인정받아 수출의 기회가 생겼다며 필자에게도 자랑했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이 주문 건을 정성스럽게 제작했다. 제품을 다 만든후에 최종 제품 성적서를 작성했는데 측정해야할 치수중에서 중요한 치수는 다 잘 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는 부분들은 허용범위를 약간씩 벗어나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사용하는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기에 별 문제 의식없이 이 성적서를 일본의 고객에게 먼저 발송했다. 고객으로부터 선적 허락이 오면 바로 물건을 실어보내 이 주문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제품 성적서를 받아본 일본의 고객이 잘못된 부분은 전부 수정해 달라고 요청해 온것이다. 문제는 내부 회의 과정에서 일단 수정 작업을 하게 되면, 도리어 중요한 치수들이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품의 내구성에도 문제가 발생하므로 수정없이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내렸다. 고객사에 이 내용을 통보했지만 고객사는 무조건 수정하여 달라고 요청했다.

영업 담당 임원은 일단 성의 표시를 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수정 가능한 부분만 일부 수정, 다시 측정된 제품 성적서를 고객에게 보냈다. 그러나 고객사는 A사와 거래하게 된 것을 후회한다고 화를 내면서 자신들이 공장을 방문, 직접 수정한 뒤 제작한 제품을 가져갔다.

일본 고객사 직원이 현장에 바로 가서 수정작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  A사 임직원들은 매우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하나 하나 체크하면서 정성스럽고 신중하게 작업하는 자세와 태도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수정작업을 마치고 제품 성적서를 작성하였는데, 모든 것이 완벽했다. 고객사 직원은 바로 제품을 선적하여달라고 요청하고 떠났다. A사 직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공항으로 배웅나간 직원에게 현장에서 수정작업을 한 일본 고객사 직원이 출국하면서 무슨 말을 하더냐고 물어봤다.

고객사 직원은 '세상에 제품을 발로 밟고 다니다니' 하면서 혀를 찼다고 하였다. 깜짝 놀라서, 경영진들과 같이 현장을 둘러보았다. 제품을 발로 밟고 다닌다는 말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않았다.

현장에 머무르면서 가만히 살펴보니, 원자재 창고가 비좁아서 두꺼운 철판이 통로에 방치되었는 것이 보였다. 이 철판위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이 보였다. 이 원자재는 나중에 재공이 되고 제품이 될 것이다. 향후 제품이 될 원자재를 발로 밟고 다니는 마음자세를 지적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력이 최고라고 자부하였던 모든 것이 부끄러워졌다.

그 후로 이 회사의 전 직원은 겸손하게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였다. 당연히 회사의 실적과 성장은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일본 회사로부터 주문이 왔다. 많이 망설인 끝에 주문을 수락하고, 작업을 정성스럽게 하였다. 최종 제품 성적서를 작성했지만 아쉽게도 몇 개의 치수가 규격을 벗어났다.

수정할려면 시간이 소요되기에 일단 고객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 고객에게 연락하였다. 납기에 문제만 없다면 수정하여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보내드리겠다고 거듭 사과하면서 연락하였다.

일본의 고객 회사에는 품질 내용도 충분히 사용하는데 문제없을 뿐만 아니라 마음자세가 마음에 든다면서 바로 선적을 요청하였다. 아울러 이 일본 회사가 좋은 소문을 내주어서 많은 주문들을 수주하게 되었다.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는 일본 고객 회사들을 만족시킴으로 드디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을 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눈높이와 안목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까다로운 고객이 도리어 안목을 높여주는 것을 보았다. 대충 적당히 일하는 것과 완벽을 추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본 것이다.

까다로운 고객이 안목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스스로 안목을 높이기 위한 자기 계발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심 있는 분야의 세계 최고의 전문가를 찾아내고, 그를 닮고자 하는 노력과 그를 추월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과정속에서 안목이 저절로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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