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헝다 본사에 몰려가 자신들의 돈을 돌려달라는 시위를 벌이는투자자와 채권자들. 헝다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준다./제공=신징바오(新京報).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 넘버 2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 영문명 에버그란데. 이하 헝다)그룹이 엄청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 1년 예산의 절반 이상인 무려 2조 위안(元. 360조 원)에 이르는 부채를 갚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진짜 높다.

만약 정말로 파산할 경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듯하다.

우려가 괜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헝다가 현재 직면한 현실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부동산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지고 있다.

부동산 분양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땅 짚고 헤엄치기였기 때문에 그래도 그동안 크게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헝다를 비롯한 대부분의 부동산 기업들이 전국 곳곳에서 분양 중인 부동산들이 팔리지 않는 등 고전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별한 예외가 아닌 한 자금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용인하지 않겠다면서 이들에 대한 돈줄을 바짝 죄고 있기도 하다.

업계에 돈맥경화와 상통하는 첸황(錢荒)이라는 단어가 유행한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여기에 헝다가 유독 급증하는 부채에 둔감했다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현재 상황은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신용평가 회사 피치가 최근 헝다의 신용평가 등급을 CCC+에서 CC로 무려 2단계나 강등시킨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또 다른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가 “현재로서는 헝다의 파산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파산에 매우 근접했다.”라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피력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광둥(廣東)성 선전(深圳)과 홍콩 증시에서의 헝다 주가는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선전 증시에서 거래정지 명령까지 내려질 정도였다.

투자자들이나 채권자들의 반응 역시 간단치 않다. 선전의 본사에 몰려가 "내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면서 농성하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 오는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일부 부채의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진짜 최악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문제는 진짜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현실화할 것인가 하는 것에 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편집국장)이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대마불사 스타일로 정부 구제를 받을 것이라고 베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사실만 봐도 이는 잘 알 수 있다.

만약 그의 말대로 중국 정부 당국이 대마불사론을 외면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부채 위기가 헝다의 처지와 하나 다를 바 없는 완다(萬達), 비구이위안(碧桂園) 등의 다른 업계 공룡들에게도 전이될 수 있는 것이다.

‘리먼 브라더스’의 재현에 대한 우려가 결코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헝다 뿐 아니라 업계의 대부분 부동산 공룡들이 정부의 향후 대응 포석을 주시하면서 납작 엎드리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