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횡계리 모고헌 향나무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영천 횡계리 모고헌 향나무는 정규양, 정만양 형제의 유별난 형제애를 상징하는 노거수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영천시 화북면 횡계리 457-3번지에 횡계서당(橫溪書堂)이 있다.

원래는 횡계서원이으나 조선 후기 고종 때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따라 폐쇄되었다가 ‘횡계서당’으로 복원하였다.

이 횡계서당 내에 모고헌(慕古軒)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 모고헌은 횡계구곡 중 하나인 횡계천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경관을 정자로 끌어들인다.

북쪽에는 횡계서당이 있는데 바로 사이에 오래된 향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첫눈에 곧바로 기선제압을 당할 정도인 이 향나무는 고색창연한 모고헌과 아주 잘 어울린다.

영천시에서 관리하는 보호수인데 수령 300년 이상을 자랑한다.

1982년 9월 20일에 지정됐으며 나무 높이 8m, 가슴높이 둘레 3.3m 정도이다.

이 향나무는 보현산 정각사의 한 스님이 기증한 두 그루 중 하나라는 이야기도 있다.

나머지 한 그루는 영천시 대전동의 호수종택(湖叟宗宅)에 심었다고 전해오는데, 수령과 건축연대 등이 좀 어긋난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71호인 모고헌은 조선 숙종 때의 성리학자인 지수(篪叟) 정규양(鄭葵陽:1667~1732)이 1701년에 대전동에서 이사 오면서 지었다.

호수 정세아(鄭世雅)의 5세손인 지수 정규양은 그의 형인 훈수(塤叟) 정만양(鄭萬陽:1664~1730)과 함께 부친이 돌아가신 뒤 횡계리로 들어와 학문에만 전념했다.

형제 모두 벼슬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학문과 우애로 여생을 보내며 영의정 조현명, 형조참의 정중기 등 많은 명현과 석학들을 길러냈다.

1730년(영조 6)에 제자들이 현재의 건물로 개축하면서 스승을 그리워하는 뜻의 모고헌이라 개칭했다.

모고헌은 옛날 서당 역할을 했는데, 경치가 좋은 작은 방에서 공부하다 보니 학생 수가 자꾸 늘어 바로 옆에 횡계서당을 짓게 되었다. 

모고헌은 횡계천 옆 암반 위에 지은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북쪽에 횡계서당이 있으며 건물 아래는 청석 암반의 계곡이다.

가운데 온돌방 한 칸을 두고 사방으로 반 칸의 퇴를 둔 중실형의 독특한 평면 구성이다.

건물의 반은 정지한 땅에 걸치고 반은 계곡 청석 암반에 두어 중층의 누각 형식을 취하고 있다.

모고헌에서 계류를 거슬러 150m 정도 오르면 정만양의 거처인 옥간정(玉磵亭)이 있고 북쪽 산기슭에는 정규양의 사당이 있다.

모고헌 건물 내부에는 ‘태고와’, ‘모고헌’ 등의 현판이 걸려 있다.

모고헌은 한차례 수리가 있었지만 건립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고 영천 지역의 누정 중에서도 매우 독특하다.

특히 정자 앞쪽만 트여 있고 나머지는 판벽을 설치한 점은 이 지역의 기후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악기 중에서 부부애를 뜻하는 금슬이 있는가 하면 형제애를 뜻하는 훈지(塤篪)가 있다.

'시경(詩經)' 소아(小雅)의 구절에 “백씨(白氏)는 훈(塤)을 불고, 중씨(仲氏)는 지(箎)를 분다”고 하여 훈과 지는 형제의 우애에 비유하였고, 이 두 악기는 언제나 함께 편성되었다.

훈(塤)은 아악기의 하나로 흙을 구워 만들어 부는 악기인데, 그 음색은 저음에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지(箎)도 아악기의 하나로 대나무로 만들어 가로로 부는 악기인데 둘 다 구멍은 5개이다.

예로부터 ‘형은 훈을 불고 아우는 지를 분다’는 것은 형제가 서로 사이좋게 지낸다는 말이다.

정만양과 정규양 형제는 아우는 지수(篪叟), 형은 훈수(塤叟)라는 호를 나눠가지며, 마치 훈지로서 조화로운 음악을 연출하듯이 훈지상화(塤篪相和)의 형제애를 생활화했다.

정씨 형제를 일컫는 ‘양수(兩叟)선생’의 저술 또한 '훈지록'이라 했으니 이들의 유별난 형제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모고헌의 400년 된 향나무의 둥치에서 지수의 악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영천 횡계리 모고헌 향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0-4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9. 20.
·나무 종류 향나무
·나이 300년
·나무 높이 8m
·둘레 3.3m
·소재지 영천시 화북면 횡계리 457-3 횡계서당 모고헌
·위도 36.115436, 경도 128.946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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