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횡계리 옥간정 은행나무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영천 횡계리 옥간정 은행나무는 전염병을 막아주는 전설의 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옥간정(玉磵亭) 훈수(塤受) 정만양(鄭萬陽:1664~1732)과 지수(篪叟) 정규양(鄭葵陽) 형제가 후학을 양성하기 위하여 1716년(숙종 42)에 세운 정자이다.

호수 정세아(鄭世雅)의 5세손인 정씨 형제가 1720년 2월부터 매달 강의를 실시하니, 향내의 제자가 100여 명에 이르렀다.

매산 정중기(형조참의), 풍원부원군 조현명(영의정), 명고 정간(승지) 등 수많은 명현달사를 배출하였다.

훌륭한 스승에 출중한 제자들이 일구는 횡계 골짜기는 교육의 전당으로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중앙에서 몇 차례 관직을 제수하였으나 호가 훈수, 지수인 정씨 형제 ‘양수(兩叟)선생’은 끝까지 사양하고 이곳에서 은거하여 살았다.

옥간정은 횡계구곡 제4곡으로 횡계구곡 제3곡인 예전의 태고와(太古窩), 지금의 모고헌(慕古軒)에서 약 150m를 거슬러 오른 곳에 있다.

보현산 천문대로 가는 길이 옥간정 뒤로 새로 나면서 정자가 길 아래에 위치하게 되었다.

옥간정은 정면 3칸, 측면 4칸 반의 ㄱ자형 누각(樓閣) 건물이다. 정자 앞에 목련, 은행나무, 느티나무, 탱자나무 등 잘 꾸며진 정원이 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옥간정 오른쪽 앞 계곡 옆에는 수령 300년을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서있다.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나무가 바로 옥간정 은행나무이다.

나무 높이 20m, 가슴높이 둘레 3.4m로 은행나무 보호수치고는 대단히 오래됐거나 굵지 않지만, 특별한 전설이 전해져 온다.

예로부터 역병 같은 전염병이 만연할 때 이 은행나무의 열매로 떡을 해 먹으면 전염병이 예방된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은행나무에도 동네나 집안에 액운과 돌림병이 돌면 제물을 차려놓고 정성껏 치성을 올려 화를 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하지만 옥간정의 은행나무는 전염병을 퇴치하는데 훨씬 더 적극적이며 현실적이다.

치성을 드리며 기다리는 수동성을 넘어 능동적으로 ‘살아있는 화석’인 은행나무의 약성까지 포함한 전설이다.

전설은 전설이되 실사구시적인 전설이다.

옥간정의 건물 구조를 살펴보면 지붕은 맞배지붕이고 정면 건물 오른쪽 중간의 수키와에서 용마루를 뽑아 건물을 이어 단 형식이 특이하다.

정면 건물은 가운데 마루를 두고 양쪽으로 방을 들였다.

마루에는 옥간정과 관련된 여러 시문을 적은 현판이 걸려 있어서 옥간정의 역사를 알 수 있다.

ㄱ자형 건물은 모두 내부로 향하여 좁은 툇마루를 내고, 그것이 정면 건물 오른쪽 측면으로 연결된다.

옥간정 앞으로 비스듬히 흐르는 횡계는 이 지점에 이르러 굽이치며 작은 소(沼)를 이루며 흘러간다. 계곡 건너편에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있는데 바위에 ‘제월대(霽月臺)’, ‘광풍대(光風臺)’, ‘지어대(知魚臺)’, ‘격진병(隔塵屛)’ 등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시내 따라 굴곡을 두르고(沿溪周屈曲) 
우뚝 솟은 취병이 열리네(矗矗翠屛開) 
성시엔 풍진이 넘쳐나는데(城市風塵漲) 
머리 돌리니 막힘이 얼마인가(回頭隔幾廻)

위의 시 '격진병(隔塵屛)'을 보면 인간 세상의 티끌이 이르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양수(兩叟) 선생의 심정이 잘 드러난다.

옥간정이 자리한 횡계구곡 제4곡은 시내가 굽이치는 곳으로, 시냇가에 서서 우뚝 솟은 푸른 바위가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저잣거리에는 풍진이 넘쳐나지만 이 둘러쳐진 바위 병풍인 ‘격진병’으로 티끌이 접근할 수 없다고 여겼다.

일종의 은둔형 유토피아 사상이다.

은행나무는 그 유토피아의 중심에 있으니, 도연명의 무릉도원에서 자란다는 복숭아나무에 비할 만하다.

<영천 횡계리 옥간정 은행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0-5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9. 20.
·나무 종류 은행나무
·나이 300년
·나무 높이 20m
·둘레 3.4m
·소재지 영천시 화북면 횡계리 439-3 옥간정 아래
·위도 36.114809, 경도 128.947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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