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서 조건부 대화 의지 피력…"미국 정부 조금도 달라진 것 없어" 비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절했던 남북통신연락선을 내달초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형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지 이틀 만이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을 상대로 위해를 가할 이유도 목적도 없다"면서도 종전선언에 앞서 이중적 태도·적대시 관점을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조건부 대화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트럼프 정부 때와 달라진 게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정은 동지께서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역사적인 시정연설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당면 투쟁방향에 대하여’를 하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한 것은 지난 2019년 4월  '하노이 노딜' 직후 열렸던 제14기 제1차 회의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경색돼 있는 현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통신선 복원을 시사하면서도 우리 정부를 향해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지금 남조선에서 우리 공화국을 견제한다는 구실밑에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책동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우리를 자극하고 때 없이 걸고드는 불순한 언동들을 계속 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라며 “이것은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도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 정부에 북남 관계 악화의 원인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방치했다며 남북 대화 교착의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그는 “북남 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에로 발전해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는 데 대해 다시금 명백히 상기시킨다”며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남조선은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심한 위기의식, 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해서는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 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것이 없다”며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 행정부들이 추구해 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최우선적인 권리며 우리식 사회주의의 존립과 발전은 국가방위력의 끊임없는 강화를 떠나서 절대로 생각할 수 없다”며 “공화국 무력을 백방으로 다지며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해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건설 목표들을 철저한 실천으로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열린 8차 당대회에서는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내 타격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개발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국방공업발전 전략목표를 제시했다.

2일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날 김 위원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대해서도 "현시기 정부가 최대로 중시하고 완벽성을 기하여야 할 사업"이라고 언급했다.

식량난과 관련해서는 "인민들에게 안정되고 유족한 생활을 제공해주자면 농업발전에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며, 농업 생산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가까운 시일에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바이든 행정부도 대북 적대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과 관련, 29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며 긍정적 반응을 촉구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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