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퇴직자 430만명 육박, 2000년 12월 이후 최다 기록
이주노동자 감소, 늘어난 실업수당으로 일자리 복귀 꺼려

코로나 위기 벗어나면서 구인난 심화하는 미국. [뉴욕 EPA=연합뉴스]
코로나 위기 벗어나면서 구인난 심화하는 미국. [뉴욕 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미국에서 직장을 그만두는 근로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손 부족 사태가 사상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물류 대란' 등 공급망 혼란과 물가 급등을 야기, 미국 경제 전체를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8월 직장을 그만둔 미국 내 노동자가 430만명에 육박했으며, 미국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12월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을 떠나는 이유는 열악한 근무여건과 만족하지 못하는 임금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구인 공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분간 구인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8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퇴직자 수는 427만명, 퇴직률은 2.9%로 집계됐다.

WP는 “지난 4월 퇴직자가 약 400만명에 달했던 것보다 더 많다"며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직업과 삶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전문가들은 최근 퇴직자가 증가한 것은 근로자들이 더 나은 직장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경제 여건이 현재보다 나아질 것으로 자신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8월 말에 104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8월 퇴직자를 부문별로 보면 요식·숙박업에서 가장 많은 89만2000명이 퇴직했다. 또 소매업에서 72만1000명, 의료복지업에서 53만4000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4일(현지시간) '노동자 430만명이 사라졌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기업들이 구인 경쟁이 치열한데 노동자들은 일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로 이주노동자가 감소했고, 이는 미국 전체의 노동력 부족으로 번졌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실업수당이 구직자들의 일자리 복귀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주는 실업수당을 합치면 퇴직 전 직장에서 받았던 임금보다 많은 경우가 적지 않다. 궂이 직장을 구하려 하지 않는 이유다.

코로나19 재확산도 직장 복귀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6월 중순에서 9월 중순 사이 코로나19에 걸리거나 확진자를 돌보기 위해 일할 수 없었다는 이들이 250만명이나 증가했다.

플로리다 윈딕시 슈퍼마켓 입구에 고용 표지판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플로리다 윈딕시 슈퍼마켓 입구에 고용 표지판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기업이나 음식점, 술집 등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을 올렸지만 직원을 구하지 못해 영업일이나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호텔은 서비스를 줄이고 있고, 소매 유통업체에서 셀프 계산대를 설치하거나 음식점에서 고객들이 스스로 주문할 수 있는 태블릿을 배치하고 있다.

이래저래 코로나19가 세상 풍경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물류 대란, 경기 하락, 물가 급등, 노동 기피 등 경제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