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공장에 TSMC 日파운드리 설립으로 '맞불'...2나노 공정에도 도전장
2025년 미세공정 경쟁 펼쳐질 전망...미국 인텔까지 합세할 시 3파전 예상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의 12인치 웨이퍼 생산 시설. [사진=TSMC]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경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파운드리(위탁생산)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양사는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5년 내 고도화된 미세공정을 실현시키겠다고 앞다퉈 발표했다.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셈이다.

15일 반도체 업계의 최대 화두는 TSMC의 향후 파운드리 전략이었다.

전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TSMC는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일본에 22~28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총 투자금액은 8000억엔(약 8조3200억원) 규모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차기 미세공정 전략도 귀띔했다.

IT매체 WTTF테크 등에 따르면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2나노 공정 반도체를 2025년부터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저전력·고효율의 특징을 띠게 된다. 파운드리 기업에게 있어 미세공정이 미래 경쟁력 확보와 마찬가지인 이유다.

이처럼 TSMC가 미래 계획을 그리는 데 바빠진 배경에는 경쟁사를 제치고 지금의 파운드리 승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2.9%를 달성하며 왕좌를 지켜냈다. 삼성전자는 17.2%로 2위에 올랐다.

다른 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가 분석한 지난해 말(12월 기준) 반도체 생산능력 순위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10나노 미만 반도체 부문에서 TSMC가 속한 대만은 62.8%로 1위, 삼성전자가 속한 한국은 37.2%로 2위를 기록했다. 대만과 한국 외 10나노 미만 공정에 돌입한 국가는 없었다.

중국 장쑤성 난징에 위치한 TSMC 공장 [사진=TSMC]

양사의 격차가 큰 것은 사실이나, 업계에서는 TSMC가 삼성전자를 겨냥한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삼성전자가 해외공장 신설과 미세공정 계획 등 초강수를 두며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TSMC보다 먼저 2나노 전략을 발표하며 '첫 번째' 타이틀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 TSMC가 이날 내놓은 전략은 삼성전자의 미래 계획과 닮아있다.

삼성전자는 해외 파운드리 역량을 키우기 위해 미국에 제2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투자금만 170억달러(약 20조원), 현재 텍사스주 등을 대상으로 부지 선정에 한창이다. 현지 외신들은 윌리엄슨카운티 테일러시 선정이 임박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주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는 GAA(Gate-All-Around) 기술을 기반으로 2025년에 2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GAA는 전력효율과 성능, 설계 유연성이 높아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신기술로 여겨진다. 기존의 핀펫(3차원 입체공정)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양사는 2025년을 기점으로 미세공정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파운드리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민 인텔까지 합세한다면 '3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은 삼성·TSMC보다 빠른 2024년에 2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7일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2나노 양산 이전, 2022년 상반기 GAA 기술을 3나노 공정에 도입하고 2023년에 3나노 2세대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삼성전자]

한편 TSMC의 일본 신공장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TSMC의 새 공장에 일본 정부가 5조원대 보조금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이 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TSMC의 발표가 나온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총 1조엔(약 10조원) 규모의 대형 민간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등은 TSMC에게 약 5조원대 보조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 WTO 규칙에 어긋날 수 있다며 한국 등이 제소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TSMC와 현지 고객사가 협력을 강화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일본 수출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아낀 TSMC가 일본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저가로 수출할 가능성도 등장했다.

다만 신문은 산업에서 발생한 손해와 보조금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며, 실제 제소를 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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