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용포리 느티나무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상주 용포리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희생을 무릅쓰고 지켜낸 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상주 용포리 평오마을 들녘 가장자리에 서 있는 느티나무 한 쌍이 2010년 봄에 보호수로 지정되는 과정은 특별했다.

그 과정은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탄생한 사건이었다.

사건은 2009년 여름에 시작됐다.

마을 어귀에 다정하게 서 있는 한 쌍의 느티나무가 마을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나무 수집상에게 팔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무가 서 있는 땅 주인이 나무의 값을 매겨 내놓은 것이다.

창졸간에 300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가 사라질 위기였다.

평오마을 사람들은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마을로 들고날 때 언제나 지나쳐야 해서 오랫동안 할매, 할배처럼 친근하게 느껴온 나무였다. 

가을걷이를 끝낸 마을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나무를 지킬 방도를 궁리했다.

오랜 고민 끝에 먼저 각계에 탄원서부터 올리기로 했다.

‘나무 이식 반대에 관한 주민 동의서’를 작성해 전체 주민의 동의를 받고, 상주시청과 상주경찰서에 탄원서를 냈다.

탄원서에서 주민들은 ‘할매, 할배나무’라 부르는 느티나무 한 쌍을 마을 역사의 산 증거이자 상징이라 했으며, 마을의 길흉화복을 함께 하는 동반자이며 수호신이라고 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는 나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탄원서를 받은 상주시에서는 나무와 마을 환경을 조사했다.

나무는 이미 1997년에 보존 대상의 노거수로 지정된 바 있지만, 더욱 치밀한 조사가 필요했다.

상주시는 전문가들의 조사를 거쳐 2010년 4월 27일에 평오마을 느티나무 한 쌍을 보호수 10-08-01로 지정했다.

보호수 지정 절차는 마쳤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나무 수집상은 이미 땅 주인에게 나뭇값으로 1,100만 원을 치렀고, 나무 이식을 막는 주민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한 상태였다.

나무 수집상은 막무가내였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끝까지 나무를 지켜내는 방법을 궁리했다.

나뭇값을 치르더라도 나무만은 지키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무 수집상에게 나무를 옮겨가지 않는다는 온전한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모두 3300만원이 필요했다.

모두 합쳐 열다섯 가구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어서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집마다 200만원씩을 내기로 했다.

농촌 마을에서 200만원은 큰돈이었다.

하지만 마을의 상징이자 태어날 때부터 보아와서 마을 사람들의 마음 깊숙이에 뿌리 내리고 있는 할매나무, 할배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흔쾌히 돈을 내놓겠다고 모두가 동의했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잃는 것은 자신들을 낳아 키운 조상의 은혜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모았다.

한창 농사일로 바쁠 때였던 2010년 7월, 마침내 마을 사람들과 나무 수집상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듬해인 2011년 5월, 경상북도에서는 마을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각박한 시대에, 한 그루의 나무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경제적인 부담까지 무릅쓴 마을 사람들의 노고를 두고두고 위로한다는 뜻에서였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조선 시대에 이 마을은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마을에 관리들의 쉼터인 오리원과 마방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다.

사라진 마을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건 한 쌍의 느티나무뿐이다.

용포리 평오마을 느티나무 한 쌍은 그렇게 마을 사람들에 의해 지켜졌다.

평오마을 사람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나무의 진정한 가치를 지켰다.

공동체적 가치관이 흔들리고 물신주의가 횡행하는 요즘 세상에서, 평오마을 사람들이 느티나무를 지켜낸 이야기는 우리 시대에 탄생한, 느티나무에 얽힌 새롭고 아름다운 전설이다.

<상주 용포리 느티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0-08-1
·보호수 지정 일자 2010. 4. 27.
·나무 종류 느티나무 두 그루
·나이 350년
·나무 높이 15m
·둘레 5.1m
·소재지 상주시 낙동면 용포리 31
·위도 36.328306 경도 128.21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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