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칩 제조 및 공장 확대에 10년간 1500억달러 투자...미국 내 신규공장 검토 중
현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밀려 점유율 3위..."바이든 행정부 지원 필요한 상황"

마이크론 미국 텍사스공장 [사진=마이크론]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세계 3위 D램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앞으로 10년간 첨단 메모리 제조·연구와 공장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을 통해 경쟁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늘어나는 메모리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1500억달러(약 176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공식 발표문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오늘날 반도체 시장의 약 30%를 차지한다"라며 "인공지능(AI)·5G와 같은 성장 요인에 힘입어 메모리칩 사용은 증가하고 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총 투자금액 중 120억달러를 올 회계연도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대 연 평균치보다 큰 규모다.

미국 내 신규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크지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은 2%에 불과하다"라며 "미국 내 제조 확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마이크론은 자사의 주력 반도체를 미국이 아닌 대만과 일본, 싱가포르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앞서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현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에 업계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전날 니칸고교(일본공업)신문은 마이크론이 일본 공장에 최대 8000억엔(약 8조25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추정했다. 매체의 관측대로라면 이 공장은 오는 2024년 가동에 돌입해 D램 생산을 시작한다.

모바일 제품 등에 탑재되는 마이크론 메모리반도체 LPDDR5. [사진=마이크론]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대규모 투자와 공장 확장을 통해 메모리업계의 강자를 추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세계 주요 거점에 신공장을 세워 제품 생산량을 확대한다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뿐더러 미세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양산하기가 용이해진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 1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먼저 10나노(nm)급 4세대 D램을 양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2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매출 기준)에서 22.6%를 차지하며 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43.6%로 1위, SK하이닉스는 27.9%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기업과 마이크론 간의 격차가 각각 21%포인트(p), 5.3%p 가량 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메흐로트라 CEO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데 아시아 국가보다 35~45% 정도 비용이 더 든다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520억달러(약 61조원) 규모의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해당 법안은 하원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메흐로트라 CEO는 투자와 관련한 세부 계획을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WSJ는 "반도체 수급 대란이 번지면서 (각국) 정부는 반도체가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달았다"라며 "기업들은 이 순간을 포착해 정부에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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