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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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실제 조직을 운영하면서 CEO 혹은 의사결정자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자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에서 나오는 편향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앞선 글에서 자기과신 편향(Overconfidence bias), 자기 배려편향(Self-derving bias) 등을 소개하며 일부 다뤘었다.

오늘은 이와 유사하지만 조금은 다른 편향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번 소망편향 (Desirability bias)을 소개하면서 애덤 그랜트의 ‘Think Again’이라는 저서를 잠깐 소개했었다.

애덤 그랜트는 우리나라에 많은 책들이 소개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한국에 소개된 ‘Give and Take’나 ‘오리지널스’ 그리고 이번 책까지 다양한 실험과 조사를 바탕으로 매우 충실하면서도 탄탄한 내용을 담으면서 새겨들을만한 주장을 하는 세계적 석학 중 하나이다.

또 와튼스쿨에서 조직심리학을 가르치는지라 특히, 기업의 CEO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서 책으로라도 우리가 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명인이기도 하다.

‘Give and Take’에서는 Giver 즉, 주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했고 ‘오리지널스’에서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오히려 경험과 신중함, 꾸물거림 등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했으며, ‘Think Again’에서는 이 두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번 더 생각하기, 과학자처럼 행동하기를 권하고 있다.

‘Think again’에서 애덤 그랜트는 똑똑한 사람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서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하는 편향은 바로 ‘나는 편향되지 않았다’는 편향이라고 한다.

이 편향을 학술적으로는 맹점 편향 (Bias Blind Spot)이라고 한다.

2002년 ‘The Bias Blind Spot (Emily Pronin, Daniel Y. Lin, Lee Ross)’이라는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제목에서 보듯이 ‘맹점 편향’이라는 용어를 제시하였고 이를 증명하였다.

맹점 편향이란 다른 사람이 주장하는 바는 편향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비합리적인 주장은 편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해당 연구에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평균 미국인들보다, 세미나에 참가한 동료들보다 그리고 항공여행을 같이하는 친구들에 비해 자신들이 여러 편향에 덜 영향을 받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실험에 참가한 사람 중 일부에게 당신이 오히려 더 편향적이었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준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신들은 덜 편향적이라고 고집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러한 현상을 보고 맹점편향 ‘Bias Blind Spot’이라는 말을 붙였고, 지금은 하나의 편향을 나타내는 말로 여기저기서 쓰이고 있다.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더 자주, 그리고 확신에 차서 ‘자신들은 편향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Better-than-average bias’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보통 우월성 편향으로 일컬어진다.

자신이 평균 이상의 긍정적 특성을 지녔다고 생각하고 더불어 평균 이하의 부정적 특성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전에도 소개했던 실험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70%가 자기 리더십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대인관계에 대해 평균 이상으로 원만하다는 사람은 85%, 상위 1%에 속할 정도로 대인관계를 잘한다는 사람은 25%에 달했다.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1977년 실험에서는 더한 결과가 나왔다.

질문을 받은 대학교수의 95%가 자신의 강의 능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했으며 68%는 상위 25%에 든다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회사에서는 어떨까?

연봉고과에 불만을 갖고 직장을 옮기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평균 이상으로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며 대우가 불공평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CEO 및 임원들은 어떨까?

보통 CEO들은 자신들이 남보다 위기상황에 더 잘 대처하고 신규사업에 대해서도 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며, 남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하는 불굴의 정신을 가지는 등 보다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자부하지 않을까?

아마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애덤 그랜트는 ‘Think Again’이라는 책에서 앞선 두 책의 내용을 종합하여 최고의 CEO는 느리고 확신이 없는 기버(주는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단호한 사람이 아니라 천천히 생각하며 내 마음을 바꿀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특히, 기업가들을 전도사, 정치인, 검사, 과학자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며 성공하는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답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며 증거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 설득함과 동시에 열린 마음으로 자기가 틀렸을 가능성까지 고려하여 확실한 증거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고칠 줄 아는 과학자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모든 것의 시초는 바로 내가 편향되지 않았다는 편향, 즉 맹점 편향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이와 유사하게 언급되었던 우월성 편향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끊임없이 새겨야 한다.

물론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실제로 탈레스가 가장 먼저 했던 말이라고 하는데 철학자 김용규의 견해에 따르면 소크라테스에게 배울 점은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붙여 화가 나게 하면서도 진리에 도달할 때까지 상대의 말에서 편견과 궤변을 제거해 나가는’ 논박법이라고 했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접근법 자체가 바로 맹점편향을 제거하고 과학자처럼 행동하는 CEO가 되는데 매우 도움이 될만한 방법일 수 있다.

기업에서 CEO가 그렇게 변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 답은 첫번째는 그런 참모를 두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사마천의 사기, 유후세가에 나오는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문장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다 (忠言逆於耳而利於行)’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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