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에 편의점이 도입된 시기는 한국과 크게 차이가 없다. 대략 지난 세기 90년대 전후라고 보면 된다.

한국이 1989년에 처음 등장했으니 중국은 고작 1∼2년 정도 늦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급 정도는 천양지차라고 해도 좋다.

한국은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5만 개를 돌파했으나 중국은 아직 15만 개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하게 14만5000여 개에 불과하다.

인구나 경제 규모를 놓고 보면 일본의 6만여 개에 비해서도 한참이나 모자라다고 해도 좋다. 그만큼 시장 성장의 여력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베이징 둥청(東城)구에 소재한 한 볜리펑 체인점의 모습. 상당 부분무인화돼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돈 냄새 잘 맡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이 이런 현실을 외면할 까닭이 없다. 너 나 할 것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성공한 편의점 체인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들 중 단연 돋보이는 업체는 역시 베이징에 본사를 둔 볜리펑(便利蜂)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2021년 10월 기준으로 업력이 채 5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토종 편의점 체인 중에서 고객 만족도 상위권에 늘 랭크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미국의 세븐일레븐과 로슨, 일본의 패밀리 마트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세를 이어갈 경우 매출액 등의 분야에서도 중국 내 10대 편의점 체인 랭킹에도 진입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017년 2월 베이징에서 최초 점포의 문을 연 볜리펑은 진짜 후발주자치고는 현재 대단한 기염을 토하고 있다고 단언해도 좋다. 전국 체인의 수만 살펴봐도 확실히 그렇지 않나 싶다.

무려 20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향후 대대적 출점 계획을 보면 더욱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내년 총 5000 개의 기록을 달성한 후 2023년 1만 개 돌파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의욕이 실현된다면 완전 빛의 속도로 발전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업계 일부에서 끊임없이 상장과 관련한 소문이 도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

매년 다수 실시되는 각종 조사에서 전국 200대 유니콘 명단에 꼭 들어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신유통 전문가 저우한창(周漢强) 씨는 “볜리펑은 후발주자이나 그 나름대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생 업체답게 몸이 가볍다. 사업과 관련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아닌가 싶다. 향후 1만 개가 아니라 2만 개 이상을 출점한다고 해도 충분히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볜리펑의 저력을 높이 평가했다.

볜리펑이 고작 5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은 결코 운이 좋았다거나 편의점의 대유행 분위기 탓 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우선 “고객에 대한 친절, 품질 보장, 제품의 완벽한 라인업, 위생 청결”이라는 사업 이념이 고객에게 어필한 사실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외국계 기업들이 완전 판을 치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토종 업체라는 사실 역시 거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객들의 애국주의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역시 결정적인 것은 웬만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뺨치는 볜리펑의 4차 산업 관련 기술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볜리펑은 사업에 투신한 이후 지난 5년여 가까운 세월 동안 줄곧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을 뿐 아니라 모든 업무를 온라인화한 회사로 업계에서는 유명하다. 조만간 무인 편의점 체인 업체로 거듭날 중국 내 0순위 후보로 꼽힐 정도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진짜 그런지는 볜리펑의 공급 체인이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과 빅데이터, 오프라인을 결합한 형태로 이뤄진 사실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볜리펑은 로스 비율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들의 만족도를 최대한도로 높이고 있다.

볜리펑의 브랜드인 ‘커피 셀프 메이드’ 설비. 볜리펑이 궁극적으로지향할 무인화의 수준을 말해준다./제공=징지르바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 상당수의 점포를 무인화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전국 거의 대부분 점포에 배치돼 있는 자사 브랜드 부몐하이(不眠海)의 ‘커피 셀프 메이드’ 설비가 이 현실을 잘 말해주지 않나 보인다.

앞으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전체 점포가 무인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를 위해 상당수가 ICT 전문가들인 직원들은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업그레이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볜리펑의 기업 가치를 20억 달러 전후로 평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00억 달러 가치가 있다고는 하나 업계의 치열한 경쟁과 언제라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너무 과대평가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연히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낙관론의 근거는 역시 시장이 폭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보인다. 당분간은 분위기에 편승, 휘파람을 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된다.

중국 정부 당국이 편의점 시장을 소비 촉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블루오션으로 인식하면서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역시 낙관론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만약 당국의 의지대로라면 2024년까지 전국에는 30만 개의 편의점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누가 뭐래도 토종 다그코호스 업체인 볜리펑이 가장 확실한 수혜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비관론 역시 나름의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꼽아야 할 것 같다. 후발주자로서 운영 자금과 인지도 부족에 허덕일 경우 정체 내지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운명에 직면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징둥(京東)편의점 체인 같은 거대 토종 업체들과의 정면충돌 가능성도 볜리펑의 앞날이 불투명하지 않을까 보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해야 한다. 또 대형 백화점과 마트 등이 속속 출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점점 거대해져가는 신유통 시장에서 소규모 편의점으로 생존해야 하는 현실 역시 비관론의 요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볜리펑이 지난 5년여 동안 그랬듯 온갖 비관론을 잠재운 채 성장한 잠재력을 앞으로도 보여준다면 생존, 나아가 비상할 확률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수년 내에 기업 가치 100억 달러, 매출 100억 위안을 달성하는 신유통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 경우 상장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단언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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