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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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행동경제학에서 얘기하는 편향이나 휴리스틱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성공이 운이냐 실력이냐 하는 주제는 역시 넓게 봐서 행동경제학이 다룰 만한 주제이다.

굳이 행동경제학자라고 정확히 거론되지는 않지만 행동재무학자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마이클 모부신이나 세계 최고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로버트 H.프랭크 역시 실력주의라는 신화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그럼 왜 그렇게 ‘실력으로 성공했다’, ‘노력으로 성공했다’라는 말들을 사람들은 입에 달고 살까?

물론, 개중에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분명히 내가 남보다 배는 노력해서 혹은 내가 그만큼 실력이 좋아서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왜 그럴까?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 얘기하는 편향은 꽤 많아서 다 외우고자 하면 웬만한 기억력 가지고는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단연코 얘기할 수 있는 사실은 ‘나 잘났다’ 편향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특히 경영자는 더욱 그렇다.

몇 개만 들어보도록 하자.

우리는 때때로 운이나 우연 등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불행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게 보고 행복한 미래에 대한 기대는 높게 형성되어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도 한다.

이를 통제감 환상(혹은 통제감 착각, Illusion of Control)이라고 한다.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에게 으레 일어나는 상황이 있다.

부하 직원들이 발생할 위험에 대해 넌지시 의견을 건네게 되면 CEO는 그런 문제점은 이렇게 해서 해결할 수가 있다고 단정지어 버리곤 한다.

그럼 부하 직원은 CEO의 의견이 맞다기 보다는 의견을 더 이상 내기 싫어서 안 내게 되고, 그 상황이 성공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실패로 끝날 경우도 있다.

CEO가 생각했던 그런 결론이 날 경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통제감 환상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된다.

또 지난 회에 얘기했던 평균 이상 편향(Better than average bias)도 있다.

간단하게만 얘기하면 자신들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편향을 일컫는다.

일반인들도 자신들의 운전능력이나 리더십이 평균 이상이라고 대답했으며 소위 말하는 엘리트일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깊게 나타났다.

아이비리그 학생들, 더 나아가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하였을 때, 자신의 능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하는 비중은 매우 높아졌다.

‘워비곤 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라디오 드라마에 나온 가상의 마을 워비곤 호수 근처의 사람들은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가진 곳이다.

세번째로 자기배려편향 (Self-serving bias)을 들 수 있다.

이 역시 몇 번 언급된 것으로 성공에 대한 원인은 자기 몫이고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편향을 말한다.

실제 스포츠 경기에서 패배의 원인을 심판 탓이나 혹은 외부에서 찾으려는 경향을 많이 보인다.

위에서 보듯이 사람들의 성공에는 운과 실력이 적절한 독립변수로 들어가 있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성공으로 나온 성공방정식에는 오직 실력만이 독립변수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운이나 실력으로 단순화 시킬법한 성공방정식에 지난번에 언급한 애덤 그랜트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빠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재능과 노력과 기회를 얘기한다면서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재능과 노력은 실력으로, 기회는 운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이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한쪽 끝에는 극단적으로 주는 사람 (Giver, 기버), 또다른 한쪽 끝에는 극단적으로 받는 사람 (Taker, 테이커)으로 놓고 그 중간에 있는 사람, 즉 주는 것과 받는 것의 균형을 이루는 사람을 매처 (Matcher)라고 한다.

이럴 때 누가 가장 성공하는데 유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버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버는 성공의 꼭대기도 점령하고 성공의 밑바닥도 점령한다고 한다.

남을 도와주기만 해서 실적이 안 나오는 성공 사다리의 바닥도 기버가 점령하고, 성공의 꼭대기도 ‘성공해서 남을 돕는 게 아니라 남을 도와서 성공’한 기버가 점령한다.

물론 책에서의 주장이 기버만 성공한다는 식으로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다. 테이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기버로서 성공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아 성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다 그 사람의 성공을 기원한다.

또 그러한 기버의 영향력은 넓게 퍼지게 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성공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기버가 거둘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남에게 준다는 기버의 개념은 사실 요새 논쟁이 한창인 사람이 이타적인가 이기적인가 문제와도 맞닥뜨려 있다.

예전에 소개한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와도 또 연결되어 있다.

무엇보다 심리학에서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보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이 나오는데, 제 1 법칙이 ‘상호성의 법칙’이고 이에 따라 남을 설득하기 위해 먼저 베풀고 마음의 빚진 상태를 만들라고 주장한다.

어찌 보면 기버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손해보고 억울해 하기도 하지만 더 큰 성공을 위해 우리는 계속 노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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