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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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바야흐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돌아왔다.

팀별 정해진 144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 성적으로 5팀을 가려낸 후 최종 챔피언을 결정하기 위한 단기 승부 과정을 포스트시즌이라고 한다.

코로나 관련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후 치르는 포스트시즌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 및 음성 확인을 전제로 100% 관중 입장이 가능하다. 이에 선수들은 팬들의 열띤 응원을 받을 수 있어 이전보다 더 힘을 받아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당연히 프로야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를 해설하는 야구감독과 해설자들의 멘트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심이 높아지게 되는데 그 중에서 최근에 들었던 가장 최악의 해설 멘트는 "나 때는 말이야"였다.

이는 사실, 이번에 참사라고까지 불렸던 도쿄 올림픽에서도 나왔던 얘기이긴 한데 연령대가 높은 해설자 혹은 야구 관계자에게서 자주 나오는 언급이기도 하다.

야구판에서 "라떼는 말이야"의 핵심은 본인들이 야구할 땐 안 그랬는데 요새 야구는 이상하다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보면 본인들이 야구할 때는 정신무장이 남달랐다는 얘기가 한 축이고, 요새 야구하는 애들은 겉멋만 들었지 사실 기본기는 예전이 더 탄탄하다는 얘기가 한 축이다.

즉, 해설할 때 "우리 때는 안그랬어요."라고 말문을 트면서 위에 얘기한 두 가지 내용 중 하나로 귀결이 되게 된다.

일반 기업들 같으면 이미 꼰대라는 표현을 들었을 법하지만 해설위원이라는 권위와 야구를 잘했던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온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해설로부터 우리는 두 가지 편향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집단간 편향이다.(Intergroup bias)

집단간 편향은 내가 속한 집단(이를 In-Group이라 한다)에게는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Out-group)에게는 과소평가하거나 호의적이지 않은 평가를 내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영국의 유명한 사회심리학자인 마일스 휴스톤 (Miles Hewstone)은 2002년에 발표한 'Intergroup Bias'에서 집단간 편향에 대한 개념과 더불어 측정방법, 관련된 다양한 이론적 근거, 편향을 줄이는 방법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집단간 편향 관점에서 보자면 해설이나 평가를 했던 위원들은 같이 야구했던 그 당시의 멤버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인식하고(내집단), 그 이후 현재 야구를 하고 있는 선수들을 다른 집단(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으로 인식하여, 예전 멤버들의 실력에 대해서는 굉장히 호의적이거나 과도하게 좋은 평가를 내리고 현재 선수들의 실력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게 된다.

전형적인 집단간 편향 현상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정말 그 때의 실력이 훨씬 나았다거나 기본기가 좋았다는 평가를 하고자 할때는 데이터를 가지고 설명을 해야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그 때에 비해서 과학적인 훈련을 하게 되어 투수들의 구속은 더 빨라지고, 타자들의 타격기술은 더 향상되었으며, 이에 따라 공을 받는 야수들은 더욱 빠른 타구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들까지 고려하면서 데이터를 가지고 설명을 해야 설득력이 있지, "우리는 그때 저렇게 안했어요", "기본기가 예전하고는 달라요. 예전에는 기본기 하나만큼은 좋았거든요"라는 멘트는 설득력이 없다.

하다 못해 데이터가 없더라도 "저 선수의 수비하는 자세는 허리를 더 굽혀야 해요", "저럴 경우 미트질은 아래에서 위로 부드럽게 해야 해요"라고 얘기하면서 "우리 때는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짧은 바운드에 더 정확한 포구가 가능했거든요"라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면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멘트가 반복이 될까?

본인 스스로가 야구를 최정상 자리까지 해봤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오는 자신감이기도 하고, 사람들은 그런 말을 했던 원로들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두 번째 이유인 권위 편향 (Authority Bias)이 발생하게 된다.

권위 편향이란 권위 있는 인물의 의견은 설령 내용과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더 사실이라고 믿고, 또 그 의견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편향을 의미하며 때로는 ‘권위 호소에 대한 편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Appeal to Authority Bias).

한편, 우리가 부르는 권위는 때로는 유명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전혀 그 분야와 상관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야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대학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의 의견이 마치 정확한 양 방송에서 다뤄지기도 하고, 또 어떤 유명인이 음식점에 방문했을 경우 그 사람이 미식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집에는 손님이 많아지기도 한다.

이렇듯 흔히 볼 수 있는게 권위 편향이다.

오늘은 스포츠 세계에서 벌어지는 편향에 대해 짧게나마 언급을 해 보았다.

사실, 이것 이외에도 스포츠 세계에서는 엄청나게 다양한 편향이 벌어지고 있다.

스포츠는 권위에 의해 보다 많이 움직이는 분야이기도 하고,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데이터에 대해 잘못된 방법으로 인식하고 사용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집단 간 승부를 가리는 성격의 스포츠 종목에서는 집단에서 일어나는 편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 회부터 당분간 스포츠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행동경제학적으로 하나하나 풀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자 한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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