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언제까지 그 기세를 부릴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기세는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과 기술에 의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여러가지 백신들이 그렇고 심지어 먹는 치료약도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늘 인간은 이러한 질병에 대해서 커다란 과학과 기술이란 무기로 질병을 대적해 왔다. 그리고 승리했다. 그리고 우리는 늘 그런 싸움에 이길 것이라는 생각 속에 있다. 그러나 “새로운 질병”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환경 오염은 새로운 질병”

몇일 전 미국 메릴랜드 대학 의과대학(UMSOM)의 연구원들은 공기오염으로 남자의 정자 수 줄어든다는 정확한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그들은 정자 수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그동안의 연구를 일축했다. 고환염과 정자의 감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공기 오염이 주범이라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약 92%가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 이 미세한 입자들은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배기가스, 산불, 그리고 장작을 떼는 화덕에서 나온다.

김형근 논설위원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대기오염과 비만, 당뇨병, 그리고 불임과 같은 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지적해 왔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것이 이러한 질환으로 이어지는지, 그 정확한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연구원들은 쥐 실험을 통해 정자수가 감소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쥐들이 정자를 만드는 고환에 염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정자 감소와 고환염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는 우리를 쓸쓸하게 만든다. 오염된 지역에서는 여자 애기가 많이 태어난다는 연구다. 지난 2006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평범한 논문이다.

브라질 상 파울로에서 비교적 오염이 심한 지역을 대상으로 남자와 여자 아이의 출산율을 조사한 결과 여아가 많았다는 내용이다. 가장 오염이 안된 ‘상’ 지역에서 여아 출산율은 48.3%이었고, 오염이 가장 많이 된 ‘하’ 지역에서는 그보다 2%가 많은 50.3%로 나타났다. 그게 그렇게 큰 상관인가? 아니다.

원래는 남자 수가 많아

진화론의 자연선택에 따르면 원래 남자의 수가 여자보다 약간 많다. 많아야 한다. 왜냐하면 남자는 여자보다 항상 위험에 노출돼 사망할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보험료가 남자가 다소 비싼 것도 이러한 이유다.

옛날을 가상해 보자. 남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집을 떠나 맹수들의 습격을 받고, 또 싸워야 한다. 그리고 가정과 자신이 속한 부족을 지키기 위해 외부의 적들과 싸워야 한다. 지금까지도 남자는 항상 크고 작은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자연재해에 대한 노출도 남자가 많다. 심지어 이제는 테러리스트의 공격 목표라는 위협을 안고 살아야 한다. 50대 50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자 아이의 수가 많아야 한다. 자료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남자 아이의 출생률이 무려 3%가 더 많게 나타났다는 연구도 있다. 많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생물체의 한 종()이 계속 도태되지 않고 번창하기 위해서는 자손을 많이 번식해야 한다. 생물학적 투쟁에서 이겨야 한다. 건강한 수컷 한 명은 암컷 여러 명을 가임 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수컷의 정자 생산 능력이 떨어질 경우 자연선택은 암컷을 많이 만들어 낸다.

반환점을 돌아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은 장밋빛 협약을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우리 인간은 그 속에서 변화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라는 첨단 혜택 속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것은 이제 진화로 나타나고 있다. 남자의 정자 수는 줄어들고 여자애기의 출생은 많아지고 있다. 

인간은 진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50대 50의 수에서 많았던 남자의 수가 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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