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없고 눈치만 는 집단 지적은 유감. 선배들의 책임 무거워

권태오 예비역 육군중장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 통상 민간인들에게 군 간부의 지적 수준에 대한 답을 구하면 거의 대부분 “군인이 뭐 알겠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겸손하게 그대로 인정하고 싶지만 실상 일반인들이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대단히 지적이고 이성적이다.

우선 군 간부가 되는 여러 과정을 보면 공통적인 것이 건강검진, 체력측정, 학과시험이다. 이 세 가지 외에도 별도로 인성검사, 지능검사 등이 추가된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났어도 이런 예비검사를 통과해야 그나마 가입교(假入校) 할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이 기간에 또다시 장기간의 고된 단체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가를 테스트 받는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서야 겨우 정식 간부가 되는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군은 그렇게 선발된 민간인 청년들을 데리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는 군인으로 만들어 나간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수시로 체력, 담력, 지식, 인성, 리더십, 충성심, 국가관 등을 측정하여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자는 도태되고 만다. 이렇게 선택되고 잘 다듬어진 자들이 임관하여 호국의 간성이 되면 그 이후에도 군 생활을 거치면서 3~4년 주기로 앞서 말한 여러 가지 군사 및 일반 보수교육을 받는다.

필자의 경우도 군 생활 40년 기간 중 순수하게 공부만 했던 기간이 무려 1/4 가까이 된다. 생도 기간, 일반대학 위탁교육, 고등군사반, 육군대학, 군사영어 학교, 국방대학원, 그리고도 근무하며 공부했던 또 다른 기간 등등 모두 합친다면 10년 이상이 될 것이다.

각 과정은 6개월 또는 1년 정도인데 그 기간 중 수많은 평가와 측정으로 매일 밤을 지새워야 하니 “공부가 싫어서 군 간부 되는 길을 들어섰는데 완전히 덤터기 썼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웃을 일 만은 아니다.

가끔은 그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부하다가 유명(幽明)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군사교육 이외에도 본인의 희망과 노력에 따라 국내, 외 일반 대학에서 학위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군의관, 군법무관, 사관학교 교수요원, 국방관련 연구소 근무자 등은 이렇게 양성된다. 또한 해외 유수의 군사교육기관에 파견을 보내어 선진 군사교육을 이수하게 하고 귀국 후에는 군 내 군사학교나 특수기관에 보직시켜, 배워 온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게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매 과정은 반드시 성적이 상위권이어야 한다. 이것은 진급과도 직결되며 저마다의 전문 지식과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도 활용된다.

그러니 군인은 공부도 목숨을 걸고 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을 평가할 때는 이렇게 계급별로 이수하도록 되어있는 과정의 성적이 어떠했는지, 또 근무기간 중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기 계발 노력을 하였는지 하는 점도 상당한 고려 요소가 된다.

일과 후 시간을 활용한 어학 공부, 자신의 임무와 관련한 특수 자격 취득, 사이버대학교나 대학원에 등록하여 학위 공부를 하는 등의 개인적 노력은 진급심사 때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가점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군 간부의 학습 수준은 다른 어떤 직업군보다도 월등하게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국방대학원 졸업을 앞둔 소감 발표에서 군인들과 함께 공부했던 일반 공무원들이 “군인들이 이렇게 우수한 줄 몰랐다.”는 평가를 해 주는 것이다.

그런 군 집단이 최근 우직함과 충성심이 상징이었던 군인성(軍人性)을 잃어버리고 ‘소신 없고 눈치만 늘은’ 집단이라고 지적받는 것이 유감이다.

그리고 군이 그렇게 되도록 방기해 버린 선배들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음을 반성하며 다시 한번 국민의 사랑과 신뢰가 넘치는 씩씩한 군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