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잡은 참돔. 40cm, 1kg 정도다.
제주에서 잡은 참돔. 40cm, 1kg 정도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배낚시로 참돔을 잡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갯바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참돔 찌낚시는 주로 막대찌를 사용하여 조류에 태워 흘려서 잡아낸다. 서해 외연도 등과 남해에서 행해진다.

또 하나의 방법은 10여년 전부터 유행한 것으로 타이라바 낚시.

원래 일본 어부들이 개발한 방법을 낚시꾼이 응용하여 요즘은 서해, 남해, 제주권에서 유행하는 낚시다. 제주는 10월 중순 이후부터 5월까지가 시즌이라고 한다.

10여년 전에 서해 외연도권에서 처음 타이라바 낚시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첫 출조임에도 불구하고 6짜 참돔 한 마리를 비롯해 꽤 많은 참돔을 잡았다.

바늘 두 개에 참돔과 부시리가 각각 달려 올라오는 경험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두어 차례 출조했지만, 완전히 ‘꽝’이었다. 타이라바 낚시가 꽝일 때는 무지하게 지루하다.

생미끼 낚시에는 무엇이라도 잡히건만, 타이라바는 안 잡힐 때는 그야말로 바다에 생물이라고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두어 번 ‘꽝’을 치고 타이라바 낚시를 접었다.

그 이후 타이라바 낚시도 많이 진화했다. 유동식 헤드를 사용하고 여러 기법이 발달한 것은 물론, 선장들의 능력 또한 진화했다.

9월에서 10월 내내 서해 주꾸미와 갑오징어 낚시만 하다가 11월 5일(7물) 제주 타이라바 낚시를 예약했다. 배는 제주 해성피싱호.

당일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5시.

6시 5분 첫 비행기를 탄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니 고맙게도 픽업을 나와 있어 낚시점을 들렀다가 화북항으로 간다.

미리 유동식 150g 주황색 텅스텐 헤드와 바늘도 준비했지만, 현지 낚시점에서 고무 타이와 바늘과 갯지렁이 한 통을 추가로 마련했다.(결과적으로 이걸로 다 잡았다).

8시 30분이 조금 지나 배는 출항, 화북항은 조선시대 해남에서 제주로 갈 때 직선거리로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는 제주의 항구라 객사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낚시 조행기에서 역사 이야기는 지루하니 생략하고, 바로 들어가면, 배는 화북항에서 1시간 정도를 서로 달려 우도가 보이는 지점까지 간다.

30여 척의 방어 작업 배가 성시를 이루고 있는 지점 부근에서 낚시가 시작된다.

타이라바 채비. 150g 텅스텐 헤드에 고무 라바, 갯지렁이를 달았다. 바로 입질이 온 채비.
타이라바 채비. 150g 텅스텐 헤드에 고무 라바, 갯지렁이를 달았다. 바로 입질이 온 채비.

타이라바 낚시는 장비가 간단하다.

원줄에 쇼크리더를 잇고, 쇼크리더에 헤드를 통과시키고 라바와 바늘을 묶으면 된다. 여기에 갯지렁이를 하나씩만 단다.

수심 40m 정도에서 낚시를 시작한다.

오래 하지 않은 낚시라 감각이 없으니 옆 낚시꾼을 따라 한다.

헤드가 바닥에 닿고 나서 바로 좀 빠르게 릴링을 한다, 나도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하자 바로 나에게 입질이 온다. 이게 웬일이냐.

참돔이 새벽부터 서울에서 잠을 설치고 온 대접을 하는 건 아닐텐데...

어쨌거나 드랙을 조절해 가면서 신중하게 올린다. 40cm 정도 되는 제법 괜찮은 씨알의 참돔이다.

1kg 정도다.

참돔은 언제 봐도 분홍색 어체가 예쁘다.

항상 문제는 이렇게 쉽게 잡을 때다. 참돔 낚시 별 거 아니네, 하고 만만하게 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 번 바닥을 찍고, 대략 15바퀴 정도 감고 다시 내리면 줄이 한 10미터 정도 처음보다 더 풀려 나가다가 다시 바닥을 찍으면, 또 15바퀴를 감고, 이런 식으로 반복하면 된다.

그러다가 줄이 많이 뻗치면 줄을 회수해 처음부터 다시 한다.

그러나 항상 이론상으론 그렇지만 예외가 나타난다. 두세 번 리트리버를 하다가 바닥에 닿는 감을 놓쳐 줄을 100미터 이상 풀었던 것이다. 이럴 때 바로 밑걸림이 발생한다.

150g이라 해도 호수로 따지면 50호니, 사리물때에는 헤드가 흘러가는 것이다. 제주의 물살이 쎄긴 쎄다.

그렇게 하여 비싼 텅스텐 헤드 두 개를 순식간에 날려 먹었다.

그 와중에 kg짜리 한 마리를 더 낚아내고, 두 마리는 올리다가 떨군다. 놓친 고기가 늘 크게 느껴지지만 아마도 올렸으면 1.5kg 이상 나갔을 거다.

그리고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 붉은 쏨뱅이 3마리를 추가한다.

오후 물때다. 한 마리를 추가로 잡아낸다. 그리고는 또 헤드를 날려 먹는다. 그렇게 하다보니 시간이 다 갔다.

아쉽다.

다음에 오면 더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 번 해보고 제주 참돔 낚시를 정의하긴 어렵지만, 준비를 잘해야 하는 낚시라는 걸 실감한다.

이날 내린 결론은 바닥에 닿은 미세한 감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는 거다.

처음 내릴 때는 알지만, 두세 번 반복하면서 절대로 줄을 많이 풀지 말고 회수하고 다시 내리고 한다. 집중과 부지런함이 관건인 낚시다.

이날 배에 올라온 참돔. 오후에 바람이 터져 평소보다 못했다고 한다.
이날 배에 올라온 참돔. 오후에 바람이 터져 평소보다 못했다고 한다.

합사 1호에서 1.2호 정도, 쇼크리더 4호 정도, 합사는 스풀에 200m 이상 감겨 있어야 한다.

주황색 텅스텐 헤드 150g이면 딱 좋다. 바늘은 작은 게 좋다.

큰 바늘이 오히려 후킹이 제대로 안 되어 두 번 다 떨구었다.

바늘, 라바, 갯지렁이는 현지 낚시점에서 구입하는 게 좋다. 하루 낚시에 갯지렁이 두 통 정도면 충분.

거의 어둠이 깔릴 때 배는 화북항으로 입항, 다시 공항으로 픽업해준다.

밤 9시 비행기로 귀경.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많이 넣었고, 배에서 참돔 피를 뺐으니, 안심하고 다음 날 아침 잔뜩 기대하고 참돔 회를 뜬다.

하지만 참돔 회는 이미 물러져서 기대 이하였다. 실수였다. 배에서 귀항하고 피를 뺄 때 바로 회를 떠 놓아야 했다. 제주 현지 낚시꾼이야 바로 귀가해서 회를 뜨지만, 서울꾼은 다음 날 먹게 마련이다.

참돔의 경우는 미리 제주에서 회를 뜬 다음 숙성시키는 게 맛있게 먹은 비결일 것 같다.

제주에서 잡아 온 참돔이, 텅스텐 헤드 하나 값이면 살 수 있는 노량진 수산 시장 양식 참돔보다 맛이 덜하면, 굳이 제주까지 갈 이유는 없다.

회가 아닌 참돔 탕수나 구이와 맑은 탕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는 데 위안을 찾는다.

참돔회와 껍질회
참돔회와 껍질회
참돔 탕수.
참돔 탕수.
참돔대가리와 붉은쏨뱅이 구이
참돔대가리와 붉은쏨뱅이 구이
참돔 맑은탕
참돔 맑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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