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행동경제학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7회말 2사 2루에서 KT 강백호가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7회말 2사 2루에서 KT 강백호가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얼추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코리안 시리즈 두 경기를 마쳤고, KT가 두 게임을 가져가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두 경기를 거치면서 타자로서 입에 오르내리는 선수는 단연코 입단 4년차를 맡고 있는 강백호 선수이다.

두 경기 동안 한 번도 아웃당하지 않고 계속 출루하면서 8연속 출루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번에도 일부 언급했고, 앞으로 스포츠 행동경제학 시리즈에서 자주 언급을 할 주제가 스포츠 경기 역시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이 꽤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야구의 경우는 보다 운이 많이 작용하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야구는 주로 야외에서 하는 스포츠이고, 공이 허공에 떠 있는 시간이 긴 종목이기 때문에 기후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을 수가 있다.

바람이나 비, 눈부신 햇빛 등이 좋은 예이다.

야간에는 조명에 공이 들어가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타자가 타격한 공이 빗맞아도 우연찮게 안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힘없이 툭 갖다 맞았을 뿐인데 수비가 잡을 수 없는 그 지점에 떨어지는 경우도 꽤 많고 반대로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았음에도 수비에게 정면으로 가기도 한다.

해설가들이 흔히 타격이 안되는 타자는 빗맞은 안타가 나오면 다시 타격감이 살아날 수도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그만큼 운도 많이 작용한다는 점을 반증하는 예이다.

또한 팀으로 하는 스포츠일수록 승패에서 개인이 끼치는 영향은 점점 더 적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에서 팀당 162경기를 치르게 되는데 한 시즌에 100승을 거둔다고 해봤자 승률은 0.617이다.

즉, 62% 정도의 승률을 거두게 되면 100승을 하게 되고 정규시즌 1위의 자리가 확고해진다.

그에 반해 혼자 하거나 혹은 둘이 한 조가 되어 복식을 이루는 정도라면 세계랭캥 1위 자리를 쭉 고수한다든지 혹은 수십 번의 연속승리를 이어가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그만큼 팀으로 하는 스포츠의 경우에는 개인의 실력이 팀 승리를 좌지우지하기는 힘들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야구에서 마약이라 불리는 통계가 발달하여 WPA (승리 확률 기대치), WAR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라는 지표를 쓰게 된 것이다.

타 종목에 비해 얼마나 승리에 기여하는지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겨우 만들어 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예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잘 알고 있는 타율보다는 출루율이 훨씬 더 일관적이고 신뢰도가 높다는 결과가 밝혀졌다.

머니볼의 출발점이 된 내용을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경기에 많이 출장한 선수들의 연도별 타율끼리 비교했을 경우에는 아주 넓게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같은 선수들의 연도별 출루율끼리 비교했을 경우에는 중간 직선을 기점으로 모여 있는 모습을 보인다.

매년 일정한 모습을 보인다는 말이다.

더 나아가 이 얘기는 출루율이 매해 운보다는 가지고 있는 실력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팀승리에 대한 예측력 문제이다.

데이터 분석을 해 본 결과 팀 승리와 팀 타율과의 상관관계보다 팀 승리와 팀 출루율간의 상관관계가 높게 나왔다.

따라서 현대야구에서 출루율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통계분석의 결과인 것이다.

다시 제일 처음으로 돌아가 강백호 선수 얘기를 다시 해보자.

강백호 선수는 올해 출루율 0.450으로 2위를 차지한 선수이다.

100번 중 45번은 살아나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매력 있는 선수임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선수가 가진 실력에 운까지 더해졌다.

여기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점은 연속안타, 연속 출루는 확률상 훌륭한 선수에게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물이다.

강백호의 출루율은 0.450이므로 8번 연속출루에 대한 확률을 계산하면 0.17% (=0.458, 독립사건이므로 8제곱이 된다)이다.

이에 반해 보통 출루율이 0.360만 되더라도 꽤 좋은 타자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한때 타격 기계라고 불리었고, 지금도 정상급 타자인 김현수 선수의 출루율은 올해 0.376이다.

충분히 좋은 수치이지만 강백호와는 다소 차이가 나긴 한다.

만약 김현수 선수의 출루율이라면 8번 연속출루에 대한 확률은 0.04%이다 (=0.3768) 8번 연속출루가 일어날 가능성은 강백호 선수가 김현수 선수보다 4배나 높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야구 같은 경기에서 연속기록은 실력과 행운이 결합한 결과이다.

연속기록을 가진 사람들을 살펴보면 모두 훌륭한 선수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훌륭한 타자들이 연속기록을 낼 수는 없지만 연속기록을 낸 사람은 훌륭한 타자이다.

연속기록을 내어서 훌륭한게 아니라 훌륭한 타자들이 연속기록을 낼 확률이 그렇지 않은 타자들에 비해 지극히 높기 때문이다.

강백호 선수는 매우 훌륭한 선수이다.

그래서 연속기록을 낼 확률이 가장 높은 타자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0.17%의 확률을 움켜쥘 정도의 운도 따랐다.

운이 조금 더해져서 박정권선수의 포스트시즌 11연속 출루의 기록을 깼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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