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지난 세기 말까지와는 달리 지금은 외국 기업의 무덤으로 불린다. 특히 신유통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본토 거인들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하고 철수하는 글로벌 대형 마트 체인들이 속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다른 사례까지 구구하게 거론할 필요도 없다.

한국의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수 년 전에 완전 혀를 내두른 채 철수한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온, 오프라인 통합 신유통 마트 체인으로 유명한 우메이의 매장 풍경. 물건이 싸기로도 유명하다.[사진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지난 1994년 베이징에 1호점을 낸 우메이차오스(物美超市. 이하 우메이)는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글로벌 마트 체인을 구축할 것이 확실한 이 중국 시장의 토종 절대 강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중국체인경영협회(CCFA)가 최근 발표한 ‘대륙 마트 100강’에 따르면 랭킹 5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 세월 동안 적극 추진해온 디지털화와 온, 오프라인 통합 행보를 보면 4차 산업혁명의 도도한 물결에 가장 먼저 올라탄 최강의 신유통 선구자라고는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더욱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늦어도 수년 내에 1위 자리를 다툴 토종 체인으로 군림할 것이라는 전망이 충분히 가능하다.

우메이가 어느 정도로 앞서가는 신유통 유니콘인지는 대륙 내에서 최초로 POS기를 설치했다는 사실이 잘 말해준다.

1호 점을 개점했을 때인 30여 년 전에 그랬다. 지금은 물류와 구매, 운영 등에서 가장 전면적, 고차원적으로 디지털화에 나선 기업으로 손꼽힌다. 거의 대적할 만한 기업들이 없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베이징의 한 매장에 내걸린 모바일 마트 앱 둬뎬 서비스 광고. 우메이의 자부심으로 통한다.[사진제공=징지르바오]

2017년 10월 개점한 베이징 렌샹차오뎬(聯想橋店)의 매장 분위기를 살펴봐야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있다. 전체 면적 4500평방미터에 스마트 카드 및 셀프 계산대 등이 배치되면서 쇼핑 효율이 대폭 높아진 매장으로 전 중국에서 유명하다.

특히 고객이 상품을 선택, 카드 상단에 위치한 디스플레이에서 QR코드를 찍으면 앱과 연동돼 결제가 자동으로 완료되게 만드는 스마트 카드의 경우는 경쟁 업체들의 배끼기 대상이 되고 있기까지 하다.

블랙테크 기술을 통해 장시간 계산대 앞에서 대기하는 행렬을 없도록 만들면서 내점객의 만족도를 향상시켰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모바일 마트 앱인 둬뎬(多点. DMALL) 서비스도 주목을 요하지 않나 싶다. 이용자가 웬만한 중견 국가 인구의 몇 배나 되는 무려 1억3000만 명에 이른다.

월 활성 이용자 규모도 2000만 명에 가깝다. 고객의 주문이 이뤄진 지 1시간 내에 쾌속 배달 서비스와 연동되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느 토종 기업보다 인수, 합병(M&A)에 적극적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듯하다. 2018년 9월에 중국 사업을 포기한 롯데마트의 베이징 일대 점포 21개를 한화 2500억 원에 인수한 케이스를 대표적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이를 통해 우메이는 베이징 유통 시장 점유율을 4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서우두징지마오이(首都經濟貿易)대학의 천리핑(陳立平)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롯데 마트는 베이징 등에서 매장 운영을 하는 10여 년 동안 완비된 공급망을 보유할 수 있었다. 당연히 풍부한 데이터 역시 가지고 있었다. 대형 마트 매장 한 곳에서 축적된 데이터 규모가 무려 슈퍼 20개 매장 자료와 맞먹었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 자원은 우메이의 신유통 전략 추진 과정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2020년 4월에는 우메이 입장에서는 회사 창업 이후 가장 기념비적인 M&A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세계 500대 기업의 위상을 자랑하는 독일의 창고형 대형 마트 체인인 메트로의 중국 내 경영권 80%를 145억 위안(元. 2조680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외에도 우메이는 그동안 M&A 및 위탁경영 방식으로 대륙 전역의 20여 유통업체를 마치 쇼핑하듯 인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은 백화점을 비롯해 편의점, 마트, 슈퍼 등 다양한 온,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갖춘 굴지의 ‘유통왕국’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게 됐다.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본 우메이의 위상은 진짜 별명답게 토종 1위 마트 체인을 노릴 만한 수준에 부끄럽지 않다. 우선 매장 수가 1800여 개로 조만간 2000개를 넘어설 기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매출 역시 간단치 않다. 연 1000억 위안이 넘는다.

기업 가치는 이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상장이 될 경우 일거에 데카콘 기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의 치열한 경쟁 양상에 비춰볼 때 향후 전망이 반드시 밝다고 하기 어렵다. 분명한 이유도 많다. 우선 시장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더구나 최근 소비자의 체험 만족도에 초점을 두면서 신유통 시장의 돌풍을 일으키는 허마셴성(盒馬鮮生)과 7프레쉬(FRESH) 등이 하나 같이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인 알리바바와 징둥(京東)의 계열사라는 사실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화가 양날의 검, 이를테면 장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사실 역시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라고 해야 한다. 내점객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노년층이 디지털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분명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다.

판매 제품들의 가격이 경쟁업체들보다 지나치게 싼 현실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봐야 한다. 상품의 질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면서 외면을 당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그럼에도 그동안 사세를 꾸준히 확장하면서 온, 오프라인 통합 작업 등에 진력한 행보를 감안하면 지속 발전 가능성은 나름 크다고 해야 한다. 여기에 빅테크 대기업들이 투자 기회를 경쟁적으로 엿보는 현실을 더할 경우 우메이의 미래는 탄탄대로까지 단언하기는 어려워도 상당 기간 순조로울 것으로는 보인다.

따라서 인수, 합병을 통해 자사로 편입시킨 롯데마트나 메트로 꼴은 당분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해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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