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男子 女子, 그리고 女子(2)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여성 전유물인 하이힐의 계절을 고르라면 아마 늦가을 초겨울의 지금이 제격이다. 노출이 많지 않고 날씨가 차가운 이 시기에 짧은 스커트에 하이힐은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이힐과 함께 타이트한 스커트는 엉덩이의 볼륨을 한껏 높이는데도 기여한다.

“아름다움에는 고통이 뒤따른다” 그렇다. 아름다움을 과시하려면 그에 걸 맞는 희생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하이힐로 인해 무릎과 발목 관절이 망가지고 또 발가락들이 흉측하게 변하는 것들 은 넘어가자.

하긴 하이힐에 긴 바지를 입는다면 아마 좀 웃기는 패션이다. 하이힐은 당연히 다리를 자랑하기 위한 패션이다. 날씬한 다리를 자랑하기 위해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겨울에도 미니스커트를 입는다. 아름다운 목선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말고 목도리를 벗어 던질 줄 아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뿐만이 아니다. 가슴에서부터 배와 허리 둘레를 졸라매는 코르셋(corset)이 19세기의 대표적인 사례라면 현대에 들어와서는 꽉 죄는 진 바지와 스키니 같은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이처럼 유행 패션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있다.

 

하이힐은 지난 300년 동안 꾸준히 여성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패션이다. [사진= Bustle] 

세상사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패션도 한때 유행하다가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패션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성들에게 관절 건강의 적으로 알려진 하이힐은 결코 질리는 패션이 아니다. 무려 300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여성 패션이다.

결코 질리지 않는 여성 패션은 하이힐

그러나 이 여성 전유물인 하이힐은 원래 남성 패션이다. 16세기 프랑스 궁정에서 처음 패션으로 등장한 하이힐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19세기 중엽 이후 여성의 의류와 신발 박스 속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패션품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니, 여성 신발은 곧 하이힐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면 왜 여성들은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이힐을 고집할까? 간단하다. 여성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거북하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요. 그러나 하이힐을 신으면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거북하고 불편한 것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하이힐을 신은 여성은 플랫 슈즈(납작한 신 flat shoes)를 신은 여성보다 정말로 매력적으로 보일까? 확실히 그렇다. 그래서 여성들은 하이힐에 매달린다. 연구결과들이 이를 입증해 준다.

연구에 따르면 하이힐은 걸음걸이에 있어서 여성성(femininity)을 극대화한다. 하이힐을 신으면 여성 걸음걸이의 생체 역학이 달라진다. 그래서 비단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 모두 하이힐을 신은 여성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 쉽게 이야기해서 하이힐을 신으면 여성성, 섹시하고 관능적으로 게 보인다는 이야기다.

실험 결과 플랫 슈즈보다 하이힐이 더 매력적으로 보여

생체 역학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인가? 심리학자 폴 모리스(Paul Morris) 교수가 이끈 영국의 포츠머스 대학 연구팀은 하이힐을 신은 여성과 플랫 슈즈를 신은 각각 12명의 여성 모델들이 걷는 모습을 촬영했다. 또한 동영상에 등장한 피사체(여성들)의 신체 곳곳에 모든 방향으로 골고루 빛을 비추는 포인트 라이트(point light)를 달아 체형 윤곽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실험에 참가한 남녀 모두(여자, 남자 각각 15명)가 하이힐을 신은 사람이 더 젊고 여성스러우며 매력적이라고 답했다. 모리스 교수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은 걸음을 걸을 때 보폭이 좁아 걸음 수가 많아진다. 그리고 무릎과 엉덩이를 덜 굽히며 엉덩이 부분에서 회전과 실룩거림이 더 많게 된다”고 밝혔다.

“하이힐은 여성 걸음걸이에서 여성에게 독특한 성적인 면을 어필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여성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그래서 하이힐을 신은 여성을 보면 성적으로 자극을 많이 받게 되는 것”이라고 모리스 교수는 풀이했다.

“여성에게 있어 아름다움, 그리고 매력은 아주 중요한 생존경쟁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하이힐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여성 진화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패션들은 왔다가 조만간 사라지지만 하이힐은 계속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키가 크게 보여 위엄의 상징으로 신기도

사실 하이힐이 일반 다른 유행처럼 급작스럽게 우리에게 찾아온 패션은 아니다. 하이힐의 기원은 기원전 4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 테베(Thebes) 고분벽화에서 찾는다.

여기에서 굽이 높은 하이힐을 볼 수 있는데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신고 있다. 그러나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아마 이 신을 신으면 키가 크게 보이기 때문에 위엄과 권위의 상징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고대 그리스 극의 아버지인 아이스킬로스(Aeschylus, BC 526~BC 456)에서 기원을 찾는 학자도 있다. 당시 최고의 비극 시인이었던 그는 일찍부터 연극 경영에 참가해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무대 위의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코르토르노스(korthornos)라는 통굽 구두를 신도록 했다고 한다.

이러한 하이힐이 중세로 넘어가면서 남성들의 애용 품목이 되었다. 15세기에 이르러 굽 높은 구두인 초핀(Chopine)으로 발전했다. 초핀은 귀족 상품으로 신분이 높을수록 높은 굽을 신었다.

당시 굽이 높은 신발은 남성들이 말을 타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실용적인 목적으로 등자()에 이러한 신발이 들어가며 고정이 잘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뾰족한 굽으로 말 허리를 걷어차서 말을 달리게 할 수 있다.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14세는 하이힐을 즐겨 신었다고 한다. 당시 하이힐은 키를 크게 해 위엄의 상징이었다. [사진=wikipedia]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14세는 하이힐을 즐겨 신었다고 한다. 당시 하이힐은 키를 크게 해 위엄의 상징이었다. [사진=wikipedia]

화장실 문화가 없던 궁궐에서 오물을 피하기 위해 신어

그러나 하이힐이 본격적으로 유행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중엽이다. 당시 유럽에는 하수구 시설이 발달되지 않았다. 인구 밀집지역에서는 사람과 가축들의 분뇨로 얼룩진 오물이 길바닥으로 넘쳐흘렀다고 한다. 거리는 더러워져 그 오물들은 밟지 않기 위해 굽이 높은 하이힐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긴 치마를 입고 있어서 신발이 보이지 않아 하이힐에 특별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일반 평민들은 오물들을 밟고 지나는 것이 평상이었기 때문에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 정작 이 패션을 유행시킨 곳은 프랑스 궁정이다.

화장실 문화와 관련하여 잘 알려진 내용으로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귀족들은 궁전에서 배변할 곳이 없어서 인적이 드문 복도에 ‘실례’를 하곤 하였는데 다른 귀족들이 이 배설물을 밟지 않으려고 하이힐을 신었다고 한다. 사실 이 내용은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당시에는 비단 프랑스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왕궁에 화장실이 없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궁궐에도 화장실이 없었다고 한다.

하이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로 이 유행을 주도한 사람은 루이 14세다. “짐이 국가다”라며 전성기에는 ‘태양왕’이라고 극찬 받고 절대왕정의 정점에 있던 그는 작은 키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키가 커 보이도록 하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다. 이를 본 귀족들도 따라서 하이힐을 신었다. 부유층의 패션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힐은 관절 건강의 적이다. 그러나 하이힐이 너무 좋아 결코 포기할 수가 없다면 한 번 신었을 때 3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걷는 시간을 말한다. 또한 일주일에 3~4회 이상은 하이힐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매력을 뽐낼 공개된 장소에서는 잠깐 신되, 직장이나 학교 수업 내에서는 편안하고 굽이 낮은 신발로 바꿔 신어 다리의 긴장을 풀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름답고 자극적인 여성성을 다른 사람에게 마음껏 보여주는 하이힐을 오랫동안 신을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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