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구팀, 담배식물 유전자 변형시켜 성 페로몬 나오도록 디자인하는데 성공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유성생식이란 수컷과 암컷의 성이 분화하여 양성의 개체에서 생긴 배우자의 수정으로 이루어지는 생식을 말한다. 따라서 유성생식은 수컷과 암컷의 배우자에 의한 생식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유성생식은 각 세대에서 유전형질을 혼합해 집단에서 매우 큰 유전적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유전적 다양성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종의 생존을 강화하고, 새로운 종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

유성생식을 하는 모든 생물체의 기본은 성에서 출발한다. 짝짓기는 후손 번식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암컷과 수컷의 상대를 유혹해 후손을 만들어내는 일은 생물체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그 암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페로몬이다.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와 발렌시아 과학기술대학(UPV)의 공동 연구팀이 초본 식물 등을 해치는 해충을 통제하기 위해 성 페로몬을 방출하는 유전자변형(GM) 식물을 개발했다.

스펜인 연구팀이 유전자변형(GM) 기술을 이용해 성 페로몬을 배출하는 식물을 만들어 해충을 성적으로 교란시켜 죽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진:phys.org]
스펜인 연구팀이 유전자변형(GM) 기술을 이용해 성 페로몬을 배출하는 식물을 만들어 해충을 성적으로 교란시켜 죽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진:phys.org]

해충을 성적으로 교란시켜 죽여

학술지 ‘바이오디자인 연구(Biodesign Research)’ 저널 최근호에 실린 이 논문에 따르면 현재 실험 수준에서 개발된 이 GM식물에서 나오는 성 페로몬은 해충들을 교란시켜 죽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CSIC와 UPV 연구진은 ‘Nicotiana benthamiana’라는 담배 식물을 모델로 삼았다. 담배 식물은 최근 분자생물학자들과 합성생물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연구 대상이다.

키우기 쉽고 성장이 빠른 담배 식물은 그들의 연구에 안성맞춤이다. 담배를 유전자변형 시켜 다른 형질의 담배를 만들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가 하면, 담배의 DNA를 합성해 여러 가지 치료제와 백신을 만드는데도 이용된다.

그들은 이 나무를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나방 페로몬과 같은 휘발성 화합물을 암호화하도록 한 다음 페로몬을 배출하도록 디자인했다.

UPV-CSIC 산하 식물분자세포생물학연구소(Institute of Molecular and Cellular Biology of Plants)의 연구원이자 이 연구에 참석한 디에고 오르재즈(Diego Orzaez) 박사는 “식물을 기반으로 한 해충의 성 페로몬 생산은 농업의 해충 방제를 위한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나비와 나방과 같은 많은 인시목 곤충(lepidopteran, 주로 등의 곤충)의 성 페로몬 혼합물에 존재하는 두 가지 휘발성 화합물을 생성하는 유전자변형 식물을 개발했다. 이러한 변형된 식물들은 화합물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대기로 방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래에 그것들이 해충 수컷에게 성적 혼란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해충 방제 기술이나 밀고 당기는 유인하는 전략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컷 해충은 자신을 유인하는 페로몬을 내뿜는 암컷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기 중 휘발성 물질 농도가 높을 때 성적 혼란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번식을 막거나 지연시켜 개체수가 점차 감소하여 해충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다.

지금까지 페로몬들은 화학적 합성에 의해 만들었다. 곤충들을 유인하거나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생물분사기를 통해 환경으로 방출되었다. 그러나 연구팀이 모델 식물은 직접 페로몬을 방출하기 때문에 다른 농작물을 보호할 수 있다.

호르몬 vs 페로몬

한 동물의 개체 내부에서 생명활동을 관장하는 것이 호르몬이라고 한다면 동종의 동물 개체 간의 집단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생체물질 총칭을 페로몬이라고 한다.

페로몬도 호르몬과 마찬가지로 종류가 무궁무진하게 다양하며 수용체 역시 다양하게 존재한다. 많은 다양한 동물들은 물론 식물들도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한다.

개미와 같은 곤충류의 페로몬이 제일 유명하지만 페로몬은 간단한 단세포 생물들은 물론 복잡한 구조의 척추동물도 분비한다.

상당수의 박테리아들은 이 페로몬을 통해 서로의 수를 헤아리고 공동 사냥을 나서는 등 군체 활동을 하는 단세포 생물들도 다양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부터 페로몬을 감지하는 후각이 다른 동물에 비교해 퇴화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여자의 눈물 냄새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해서 남자의 공격성과 성욕을 누그러뜨린다는 연구결과가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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