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행동경제학

2022 시즌 FA 최대어로 꼽히는 LG트윈스 김현수와 NC다이노스 나성범. [사진=연합뉴스]
2022 시즌 FA 최대어로 꼽히는 LG트윈스 김현수와 NC다이노스 나성범.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2021년 프로야구는 10개 구단 중 막내인 수원 KT 위즈가 우승을 하며 긴 레이스 막을 내렸다.

신생팀이기도 하며, 시리즈를 치르는 와중에 예전 규정대로라면 2위였을 팀이 올해 코로나로 인해 한시적으로 규정이 바뀌면서 단두대 매치를 통해 1위로 올라갔다는 점, 팀 내에서 울보 노장 선수가 기가막힌 활약을 했고 마지막 경기에는 큰 부상을 입어서 출전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리즈 MVP를 탔다는 점 등 몇 가지 감동할만한 스토리를 던져주면서 긴 일정을 마쳤다.

보통 시즌을 마치면 휴식하고 내년을 위한 담금질을 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때를 스토브리그라고 한다.

경기가 없는 겨울에 팬들이 난로(스토브)를 둘러싸고 주요한 선수의 계약 문제, 응원팀의 다음 시즌 준비와 전망 등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스토브리그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FA 선수의 이적이다.

FA는 'Free Agent'의 준말로 선수가 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여러 팀들과 협상을 통해 새로운 계약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일컫는다.

KBO 규정에 따라 선수가 FA 자격을 얻게 되면 KBO는 코리안시리즈가 끝난 후 해당 선수의 FA 자격과 해당 등급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이후 며칠의 시간이 지난 후에 선수들은 공식적으로 자유롭게 타 구단들과 협상하여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굵직한 선수들이 FA 시장에 등장해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FA 제도에서 생각할 수 있는 행동경제학적 의미를 몇 가지 정리해본다.

첫째, FA 선수가 과연 필요한가? 라는 문제부터 살펴보자.

사실 스포츠 경기에서 다음 시즌 성공을 위해서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확실하게 올릴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가장 많이 선호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과연 그럴까?

무턱대고 하는 스타 선수의 영입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우선 평균으로의 회귀경향을 무시할 수 없다.

FA 영입 시 결정은 보통 해당 년도 혹은 그 전년도의 성적을 주로 보게 된다.

그런데 한 선수의 실력이 FA 때 정점을 찍었고, 그로 인해 높은 수준의 계약을 맺었다고 하면 그 선수의 다음 해 성적은 평균으로의 회귀 때문에 다소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실패로 귀결되는 두 번째 이유는 성과가 개인으로부터 일부 나올 수도 있지만 시스템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FA가 정말 필요한지를 수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 본인의 팀에서 개인의 성과와 시스템의 성과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한 팀의 성적이 그 팀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시스템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고 하면 그 시스템에 맞는 선수를 뽑으면 그만이다.

종목은 다르지만 작년 시즌 NBA에서 스테픈 커리라는 판타지 스타를 보유하고 이를 조력하는 그린이라는 선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골든스테이트 워리워스는 39승 33패를 거뒀다.

그러나 올해는 이 두 사람에다가 스타 선수가 아닌 몇몇 선수를 바꾼 정도의 변화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시점에서 16승 2패를 거둬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성적의 급상승에 대부분 전문가들이 골든스테이트 워리워스 시스템에 적응하는 선수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비엘리차, 이궈달라, 오토포터 주니어 등의 선수들은 스타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골스 시스템에 완벽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합류는 성적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그 팀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에 얼마나 적합한지 여부가 선수 영입의 주요한 의사결정 요인으로 작용해야지 성적이 좋은 스타 선수의 영입은 말 그대로 헛돈을 쓰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첫 번째 FA 선수가 필요한가와 연관해서 또 하나 생각해볼 문제는 그 선수의 몸값이 적정한가이다.

미국의 CEO들은 엄청난 연봉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과연 그 연봉을 주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 계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주인-대리인 문제이다.

급여를 주는 구단(주인) 입장에서는 FA 선수(대리인)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뛰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전문용어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게 되는데 FA 선수에 대해 엄청난 연봉을 안겨 줄 경우, 실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지 아니면 진짜 최선을 다해 몸을 안 사리고 죽어라고 승리를 위해 매진할지는 본인만 안다.

따라서, 그 선수의 적절한 몸값을 판단하는데 매우 어려운 문제를 겪을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과연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물질적인 보상이 가장 우선인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댄 애리얼리의 책 ‘경제 심리학’에서 잘 나와 있으므로 이를 요약하자면 어느 시점까지는 연봉이 성과를 보장하지만 그 이후 시점부터는 물질적 보상이 열심히 할 만한 욕구를 일으키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구단 입장에서는 연봉이라는 물질적 혜택과 비물질적 동기 부여안을 어떻게 섞어야 하며, 이에 따라 비용최소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FA 협상에 대해 임하는 자세이다.

우리가 여러차례 보아 왔던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를 다시 들고나와 봄직하다.

협상에 임하는 양측 중 한 쪽에서 먼저 금액을 제시하는 편이 보편적으로는 유리하다.

바로 그 금액이 기준 금액이 되어서 협상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금액이 너무 터무니 없으면 협상 자체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적절한 근거를 기반으로 최고액 (구단에서는 최적액)을 협상안에서 먼저 내어 놓으면 실제 그 금액이 닻이 될 수 있다.

전략적으로 연봉 협상 가능 구간을 먼저 설정하고 각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금액을 제시하는 편이 결국 이기게 마련이다.

조금 다른 예를 들어보자.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이 모 이사는 중국 상하이에서 짝퉁 시계를 매우 값싸게 구매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시계의 가격은 적절한 브랜드의 정품 시계를 한국 유명 아울렛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격보다 오히려 비쌌다.

중국에서 짝퉁 제품을 판매할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가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불러놓고 엄청나게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그 엄청나게 높은 가격이 닻이 되어 많이 할인해 주면 그만큼 이득봤다고 생각하는 것이 소비자의 심리라는 점을 이미 체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팀이 제발 구단이 이기기 위한 시스템 속에 가장 적합한 FA 선수를 영입하길 바라지 가장 훌륭한 선수를 영입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만약 이름만 보고 영입한다면 계속해서 하위권에 머무를 게 너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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