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동위원소의 DNA를 찾아서(2)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건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마 15년 전으로 생각된다. 먼 바다 청정해역에서 잡힌 어류에서 수은과 납과 같은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외신기사가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어류를 먹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언론은 중금속의 양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어느 정도의 수준이 인체에 해로운지에 대해서는 회피했다.  

흥미로운 것은 어류 가운데 오메가 3가 아주 풍부하며 최고의 해양식품으로 통하는 참치에도 수은과 납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질겁한 사람들이 지금도 수산물과 단절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가공과정이 아니라 청정지역에서 바로 어획한 어류를 의심하고 불안을 느낀다면 우리의 식생활을 어떻게 영위해 갈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방사선은 지구가 만들어진 태초부터 있었다

방사선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방사선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그 양(量)에 있다.

방사선은 지구가 탄생할 때부터 존재했으며 우주 모든 곳에 있다. [사진= wikipedia]
방사선은 지구가 탄생할 때부터 존재했으며 우주 모든 곳에 있다. [사진= wikipedia]

원자폭탄이 폭발하고 원자력 발전사고 때에 나오는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가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히로시마 원폭투하와 체르노빌, 그리고 근간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대량의 방사선 유출은 상당한 피해를 안겨주었다는 것을 안다. 인체만이 아니다. 공기와 수질 등 환경오염을 일으켰다.

원자폭탄,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에만 집착하지 말고 우리 사고의 지평을 넓혀 방사선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인류는 지구가 생긴 태초부터 항상 방사선에 노출되어 왔다. 간단한 예로 가장 우리가 두려워하는 우라늄을 보자. 자연에는 우라늄(238)이 산재해 있다. 물론 이 우라늄을 고도로 농축시킨 우라늄(235)이 핵폭탄제조나 원자력발전에 사용된다.

우라늄은 수십억 년의 반감기를 거쳐야 방사선이 없는 납이 된다. 납이 되기 앞서 기체인 라돈(86)이 되기도 한다. 라돈도 방사선을 방출하는 원소다. 인류 역사 이래 우리는 이러한 천연 우라늄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노출되어 왔다.

우리나라 암석의 경우 제주도 현무암지대를 제외하면 화강암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우라늄은 화강암을 비롯해 여러 암석이나 토양에도 존재한다. 지하에서도 나온다. 또한 일부 가정용 화재탐지기나, 서양의 경우에는 오래된 벽난로 같은 곳에서도 아주 적은 양의 방사선이 나온다.

유해(有害)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 마련되지 않은 상태

이처럼 우리의 삶은 거의 매일 방사선에 노출되어 왔다. 그러면 인체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의 안전성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지만 과학자들의 수긍을 얻을 만한 확실한 안전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이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어 왔다.

안전성을 둘러싼 지속적인 논쟁의 근본적인 이유는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정도의 정확한 수준의 양이 얼마인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또 이에 대한 국제적 기준도 없는 상태다. 예를 들어 ‘아주 지극히 적은 양’이라고 하자. 그러면 그 양을 어떤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우선 백혈병 빈도와 관련된 자료를 살펴보자. 왜냐하면 방사선은 우선 피 속의 백혈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물론 마리 퀴리는 64세까지 살았다. 당시 평균 수명으로만 판단한다면 천수(天壽)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게 옆에 놓고 자기까지 했다는 마리 퀴리는 방사선으로 여러 가지 잔병에 시달렸다. 그러나 결국 백혈병으로 세상을 하직했다. 그녀는 방사선이 인체가 해롭다는 것을 몰랐다. 방사선이 인체에 해롭다는 과학적 증거는 그녀가 죽은 후에 나왔다.

각종 암의 근원은 방사선보다 생활습관이 90% 이상

미국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의 핵에너지 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텍사스 A&M 대학의 핵공학과 학과장을 지낸 미국 원자력협회(ANS: American Nuclear Society) 회장직을 역임한 앨런 월터(Alan E. Waltar)의 지적을 보자

백혈병 발생빈도와 관련된 가장 상세한 자료는 일본의 원폭피해 생존자로부터 얻을 수 있다. 월터 부장의 자료에 따르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약 5천 밀리시버트(mSv)를 쪼이게 되면 사람들 가운데 약 20%가 백혈병에 걸렸다. 만약 7천 밀리시버트를 한꺼번에 쪼이면 여러 증세를 보이다가 수일 내에 사망한다.

5천 밀리시버트 정도로 높은 수준의 방사선이 사람 몸에 상당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데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량(小量)에 있다. 과학자들은 1천 밀리시버트 이하의 양에 쪼였을 때, 그것이 과연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대체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가장 낮은 수준의 방사선 조사량(照射量)은 1천 밀리시버트 정도다. 구토와 설사증세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 때 백혈병 발생률은 1%다.

100 밀리시버트 방사선을 한꺼번에 전신에 받을 경우에는 생물학적으로 별다른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5 밀리시버트는 보통 사람이 이 정도는 받아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정한 한계선량이다. 2.4 밀리시버트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연간 받을 수 있는 평균 자연방사선량이다.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누구든지 대략 이 정도의 방사선량은 받지 않을 수 없다.

왜 사람들은 1 밀리시버트, 많다면 10 밀리시버트 정도 밖에 안 되는 훨씬 낮은 수준의 방사선에 의한 암 발생률을 그렇게 두려워하는가? 우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암 가운데 방사선에 의한 암은 그 비율이 가장 낮다는 사실이다.

방사성동위원소의 사용은 의료용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 공학, 예술, 고고학, 그리고 범죄 수사에도 사용된다. [사진= wikipedia]
방사성동위원소의 사용은 의료용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 공학, 예술, 고고학, 그리고 범죄 수사에도 사용된다. [사진= wikipedia]

모든 암 가운데서 1%도 안 되는 비율만이 방사선과 관련이 있다. 식습관, 흡연, 음주, 유전적 특질이 암 발생 원인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방사선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 차 있다. 

지적할 것은 있다. 원자력 당국의 분명하고도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민들의 방사선에 대한 공포가 높아진 것은 당국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불신은 고스란히 고리 원자력발전소와 연결되는 것 같다.

백혈병은 방사선 노출에 의해 유발될 가능성이 높은 암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백혈병 환자 가운데 방사선으로 인한 환자는 10%에 불과하다. 물론 이 10%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나 방사선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직업병에서 비롯된다.

10 밀리시버트 이하, 건강에 해 없어

인체에 해를 주는 방사선 양이 얼마 정도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다. 그러나 논란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준의 방사선, 약 10 밀리시버트 이하 정도면 건강에 해로움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자들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수적인 견해도 있다. 특히 의학물리학자들이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모든 방사선은 정도에 관계 없이 인체에 유해하며, 인체에 끼치는 손상 정도는 방사선 수준에 직접적으로 비례한다고 주장한다.

아스피린은 값이 싼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단순히 해열제, 감기약, 두통약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각종 암의 예방, 그리고 심장질환 예방약으로 인기가 있다. 그러나 한번에 100알을 복용한다면 죽지는 않는다 해도 엄청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방사선은 다량을 쪼였을 때, 백혈병과 같은 암을 유발한다. 그러나 그 방사선은 암세포를 죽이는데 이용된다. 그리고 몸에 어떤 병이 침투했는지를 알아내는데도 이용된다. 아마 의술이 오늘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때 방사선치료는 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X-선 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몸을 진단하는데 쓰이는 CT도 방사선에 의한 것이다.

청정해역에서 잡힌 어류에 중금속이 검출되었다고 해서 바닷고기와 이별을 고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고 어리석은 결정이다. 문제는 내용이다. 칼이 사람을 죽이는데 이용되었다는 이유로 폐기 처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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