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축적 단백질이 주 원인으로, 나이가 들면 이를 제거하는 자가소화작용이 느리기 때문
단식이나 운동은 단백질 제거 작용을 원활하게 해 도움 돼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기자】 찌꺼기를 의미하는 플라크(plaque)는 보통 치아 건강과 관련해 쓰이는 용어다. 양치질의 목적은 바로 치아 표면에 들러붙어서 생기는 끈끈하고 투명한 막 치태(齒苔)인 플라크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 치태는 치아와 치아 주변 조직에 질환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

치매가 왜 생기는 지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한마디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설명이나 이론이 없다.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이론들은 뇌에 침전된 단백질 플라크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이 플라크가 뇌의 신경활동을 저해하기 때문에 치매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UCR)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을 뇌 세포들이 뇌에 축적되는 ‘플라크’를 청소하는 능력이 느려지기 때문으로 돌렸다. [사진= helpguide.go]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UCR)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을 뇌 세포들이 뇌에 축적되는 ‘플라크’를 청소하는 능력이 느려지기 때문으로 돌렸다. [사진= helpguide.go]

뇌에 축적되는 해로운 단백질 ‘플라크’가 축적되기 때문

그러나 이와 달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UCR)의 연구팀은 이러한 건강하지 못한 뇌의 알츠하이머의 원인을 뇌 세포들이 스스로를 청소하는 능력이 느려지기 때문으로 돌렸다.

의사들은 뇌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s)와 신경섬유 엉킴(neurofibrillary tangles)이라는 두 가지의 결합을 발견하면 결정적으로 알츠하이머 진단을 내린다. 이 플라크는 아밀로이드 펩타이드가 축적된 것이고 엉킴은 대부분 타우(tau)라고 불리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연구를 이끈 UCR의 화학자 라이언 줄리언(Ryan Julian) 교수는 "대략 20%의 사람들이 뇌에 이러한 플라크가 있지만 치매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플라크 자체가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줄리언 교수와 동료들은 연구가 별로 없는 타우 단백질을 조사했다. 그들은 타우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플라크와 엉킴의 메커니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발견하기 어려운 타우의 형태의 차이가 치매의 외형적인 징후를 나타내지 않은 사람들과 그 증상을 보인 사람들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것을 연구팀은 알게 됐다.

학술지 ‘단백질 연구 저널(Journal of Proteome Research) 최근호에 실린 이 연구는 이성질체(isomers)라고 불리는 단일 분자가 취할 수 있는 각기 다른 형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성질체는 원래와는 다른 3차원 방향을 가진 동일한 분자다. 흔한 예를 들자면 손은 서로 이성질체다. 꼭 같지만 정확한 복제품은 아니다. 이성질체에도 잘 쓰는 손과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줄리언 교수는 설명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오른손잡이, 또는 왼손잡이 이성질체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물체의 단백질은 모두 잘 안 쓰는 왼손잡이 아미노산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연구팀은 기증된 뇌 샘플의 모든 단백질을 스캔했다. 뇌에 축적은 됐지만 치가 없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타우를 가졌고, 치매만이 아니라 플라크나 엉킴이 발생한 사람들에게서는 다른 형태의 타우가 발견되었다.

신체에 있는 대부분의 단백질은 반감기가 48시간 미만이다. 하지만 단백질이 너무 오래 붙어있으면 특정 아미노산은 다른 손의 이성질체로 전환될 수 있다.

왼손에 오른손 글러브를 끼려고 하면 잘 안 된다. 이것은 생물학에서도 비슷한 문제다. 왼손잡이 장갑이 실제로 맞지 않는 오른손잡이 장갑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분자는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줄리언 교수는 말했다.

◆ 나이가 들면 플라크 제거 속도가 느려져

일반적으로 오토파지(autophagy, 자가소화작용, 또는 자가포식) 메커니즘으로 알려진 세포에서 나오는 결함이 있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과정은 65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느리게 진행된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줄리언 연구팀은 앞으로 여기에 매달릴 계획이다.

자가소화작용(autophagy)은 세포 내 불필요하거나 기능이 고장이 난 세포소기관을 분해하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다행히도 약물들이 개발돼 오토파지 개선을 위한 테스트를 받고 있다. 일부 후보 가운데는 기존의 심혈관질환 승인 의약품 등이 포함돼 있어 허가 절차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자가소화작용은 단식을 통해 유도될 수 있다. 개인의 식단에서 얻은 단백질이 부족할 때 세포들은 이미 존재하는 단백질을 재활용함으로써 그 공백을 메운다.

운동은 또한 자가소화작용을 증가시킨다. 약물 치료만이 아니라 이러한 조치들은 궁극적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줄리언 교수는 "자가소화작용의 둔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이 작용을 증가시키면 이로운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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