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대선 D-100,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 및 청년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윤석열 후보.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천하대세는 흩어지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치면 반드시 흩어진다).

삼국지(三國志) 첫 구절이다.

요즘 정치판이 딱 이런 모양새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정치판 속설과도 맞는 얘기다.

이념으로 뭉쳤던 동지 또는 정권과 코드를 맞췄던 공직자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하루아침에 적이 되는 상황은 이제 더 이상 화젯거리도 아니다.

여야 대선 캠프는 정치권은 물론 학계 등 사회 전반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 어느 진영에 몸담고 있었느냐는 불문이다.

노선과 이념만 맞으면 ’OK’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현 정권에서 검찰총장으로 재직했다.

지난 6월 29일 윤 후보는 검찰총장 직을 사퇴한 지 117일 만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를 지켜봤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정치 행보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검찰 수장에서 대선판으로 직행한 최초의 인물인 윤 후보는 이날 검찰총장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남으로써 정권과 극명하게 각을 세웠던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사퇴 과정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현 정권에 몸담고 있다가 돌연 정권에 맞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시선을 보냈던 것도 사실이다.

윤 후보는 총장 재임 시 조국,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과 검찰개혁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 검찰을 지키려 정권과 맞서는 듯 비춰지면서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단박에 야권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그랬던 그가 검찰총장 사퇴 100여일 만에 정치권으로 발을 들여놓자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보수 우파 진영에서는 ‘빼앗긴 정권‘을 되찾아줄 최적의 인물로 그를 꼽으며 열광했다.

일각에서는 총장 재임 시 정권과 대립하면서 이미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정치인 운석열의 시간표는 그때부터가 시작이라는 평가다.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호랑이 등에 올라탄 듯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대선 D-100일 즈음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앞서고 있다.

하지만 그의 대선 가도 앞에는 가족을 둘러싼 구설수, 잦은 실언, 출마 선언 전부터 나돌던 ‘X파일’, 고발 사주 의혹 등 여당 후보 못잖은 ‘발목 잡힐’ 일들이 놓여 있다.

또 검찰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여당의 비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는 총장 재임 당시 청와대‧여권 인사들과의 갈등 속에서도 '헌법 정신'을 강조하며 뚝심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정권과 대척점에 있는 자신의 위상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대선 캠프를 꾸리면서 총괄선대위원장 추대를 둘러싼 혼란,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 과정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아직도 그의 정치 감각과 능력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본선에서 펼쳐질 진검 승부를 위해서는 이같은 평가를 무시할 수 없다. 이제는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만 ‘문재인 정권의 실정으로 덕을 보고 있을 뿐’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헌법 정신을 금과옥조로 여긴 윤 후보는 이념과 세대로 나눠진 우리 정치지형, 사회질서를 조화롭게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동안 윤 후보는 국민들이 정치에 바라는 보편적 인식에 본인 스스로 얼마만큼 다가설 수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 전달이 애매했다.

반문 정서에 매달리며 현 정권에 반감을 가진 인사들을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닌지, 유권자들의 반대급부를 노리는 것은 아닌지를 다시금 톺아볼 필요가 있다.

정치는 국민의 지지를 얻고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비로소 자신의 뜻을 펼칠 수 기회를 갖는 것이다.

현 정권의 실정만을 부각시키면서 얻는 반대급부 만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것이 대선판이요 현실 정치다.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도 언젠간 다시 합쳐지고 흩어지는 것이 인간사라 했다.

유권자들은 보수 우파의 지지에 안주하지 않는 ‘폭넓은 정치인’ 윤석열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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