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전순기 베이징 통신원】 송(宋)나라 때의 대학자 주자(朱子)가 어린이 학습교재용으로 쓴 소학(小學)에는 쇄소(灑掃)라는 말이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 물 뿌리면서 마당을 쓰는 하찮은 일이 사실은 ‘군자의 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가정의 기본적인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진정한 군자라는 뜻이라고 보면 된다.

이처럼 가정 일은 과거에는 인격 내지는 인성과도 직결되는 절대로 소홀히 할 일이 아니었다. 4차 산업 혁명의 물결이 도도하게 요동치는 최첨단 시대에 접어든 지금이라고 달라질 까닭이 없다.

바로 이 중요성 때문에 최근에는 아이(阿姨. 보모)들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가정 서비스 중개 산업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되면서 주요 시장으로도 확실하게 정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라이러의 회원들. 고객들에게 단순한 가정 일을 도와주는 것이아니라 때로는 상당한 수준의 서비스도 제공한다.[사진=아이라이러 홈페이지]

워낙 경제 덩치가 큰 덕분에 중국에서는 이 시장을 노리는 다크호스들도 수두룩하다. 이들 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되는 업체로는 단연 ‘아이라이러(阿姨來了)’를 꼽을 수 있다.

“보모가 왔다.”라는 다소 장난기 물씬거리는 이름의 회사이기는 하나 외부인들이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업무가 디지털화돼 필요한 고객들에게 보모들의 예약, 서비스료 지불, 평가 등을 일체화하도록 만들어준 가정 서비스 중개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결합) 가정 서비스 중개업계를 이끌어갈 미래의 강자라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아이라이러는 2013년 3월 말 설립돼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上海)에 100여 개 체인을 운영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청소나 육아, 노인 돌봄을 필두로 하는 가정의 모든 일을 대신해주는 인력 파견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아이로 활동하기를 원하는 등록 회원의 수는 무려 35만 명에 이르고 있다. 보통 여성들이 대부분이나 남성들도 없지는 않다.

등록 회원 모집은 말할 것도 없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면접 역시 대체로 비슷하다고 해도 좋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화상을 통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이후에도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예컨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과 웨이신(微信), 앱, 인터넷 등이 아이라이러와 회원 및 고객 개개인 간 소통의 도구로 이용된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것은 회원들이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하는 일들 외에는 없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일들이 오프라인 성격의 단순한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영역과 관련 있는 수준 높은 일들이 많다는 말이 된다.

이에 대해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매장을 운영하는 리취안융(李泉勇) 사장은 “처음에는 나도 아이라이러가 전통적인 가정 보모들을 고객들에게 파견하는 업무만 하는 플랫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근처의 한 아이라이러 체인에서 전략적 협력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전해듣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의외로 고객들이 자녀들의 ICT 교육 및 관련 기기 수리 및 점검 등을 할 줄 아는 인력 파견을 많이 원한다고 한다. 앞으로 협력을 하면서 우리 인력도 아이라이러를 통해 고객들에게 파견하려고 한다.”면서 아이라이러가 회원들이 몸으로 때우는 것을 원하는 단순한 가정 서비스 중개업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이라이러에는 디지털화된 젊은 인재들도 회원으로 많이 등록돼있다. 최근 열린 한 회원 단합대회에서 30대도 채 안 된 여성 회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아이라이러 홈페이지]

이 사장의 말처럼 아이라이러는 최근 들어서는 고부가치를 지니는 가정 서비스제공을 목표로 젊은 인력의 확보에 진력하고 있다.

전체 회원의 30% 가까이가 상당한 수준으로 디지털화돼 있는 것은 이 현실을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노력이 결실을 볼 경우 수년 내로 이 비율은 5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이들의 50% 정도는 젊은 남성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라이러의 장기적 목표는 말할 것도 없이 업계 최고의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58통청(同城) 같은 대기업들까지 진출하면서 더욱 치열해진 업계 내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조만간 알리바바나 징둥(京東) 등이 가세할 것이라는 소문이 팽배하다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현실 역시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견지해온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의 투자 거부 고집을 계속 부릴 이유는 없지 않나 보인다. 투자를 원하는 곳이 일부 있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제라도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외에 디지털화를 지금보다 더욱 강화하는 노력이나 전국적인 체인화 역시 필요하다. 아무래도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보인다.

만약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거둘 경우 아이라이러는 조만간 업계의 다크호스에서 안정적인 선두 그룹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가정 서비스 중개 플랫폼으로는 드물게 상장이라는 결실도 맺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아이라이러의 기업가치가 최소한 100억 홍콩 달러(1조5000억 원)는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중국의 가정 서비스 중개 시장의 규모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매출액만 국내총생산(GDP)의 1%에 가까운 7200억 위안에 이른다.

시장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업체도 50만 개로 추산되고 있다. 업체의 수만 보면 레드오션 시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20% 정도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단언해도 괜찮다. 이런 현실과 최근 적극적으로 기울이는 노력을 보면 아이라이러의 미래가 밝다고 결론을 내려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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