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스포츠 경기 해설을 듣다 보면 흔히 듣는 중계 멘트가 있다.

FA 선언을 하고, 다른 팀과 새롭게 계약을 맺은 선수가 계속 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 입장에서는 저 선수를 계속 기용하고 시간을 줄 수밖에 없어요. 왜 저 선수를 데리고 왔는지를 증명해야만 하거든요’라고 하는 내용의 해설을 자주 듣게 된다.

이게 과연 합리적인 얘기일까?

사실 스포츠 전문가들 입장에서도 의견이 매우 갈리는 얘기일 수 있다.

허나, 감독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실력 위주로 선수들을 쓰겠다는 얘기인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매우 비합리적인 얘기일 수 있고, 잠깐의 슬럼프를 겪은 선수들이 결국 시간이 흐른 후에 제 컨디션을 찾았을 경우, 계속 믿고 기다려 주신 감독님께 고맙고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는 얘기를 듣자면 매우 합리적인 얘기일 수도 있다.

결국 감독이란 자리는 성적으로 증명을 해야 하는데 과연 믿음의 선수 기용을 할지 바로 그 순간의 실력위주의 선수 기용을 할지는 결과로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앞서 말한 구단 입장에서 ‘FA 선수를 기용하고 시간을 준다’라는 점이 누구봐도 지나칠 경우 우리는 두 가지 비합리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첫째는 본인이 틀렸다는 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데서 나오는 편향이다.

사실 본인이 항상 최고의 선택을 했다라고 주장하는 편향은 몇 가지를 제시할 수 있는데, 그 중 오늘은 선택지지편향(Choice Supportive Bias)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선택지지편향은 내가 선택한후 그 결정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기억하고,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결정은 더 나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편향을 말한다.

혹자는 이 편향이 사후구매합리화라는 편향과도 깊은 연관이 있거나 혹은 같은 편향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스포츠 FA시장에서 한 선수와 계약을 맺었던 구단(특히 단장 혹은 감독)의 계약자는 자기 선택에 만족하여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자기가 최고의 선수를 영입했다고 사후 확신하거나 합리화하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래야지만 마음이 편해지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득이 있다.

그러면 보통 자기가 한 선택이 절대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 선수를 계속 기용할 수 밖에 없다.

설령 훨씬 더 나은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있더라도 말이다.

결국, 자신의 선택이 매우 합리적이고 최고의 결정이었다는 것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대부분 한동안 그 선수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행동경제학에서 매우 유명한 개념인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구매했다고 치자.

그런데 그 물건이 무용지물에 가까워서 기존에 있던 같은 용도의 물건보다 현저하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바로 깨달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우리는 이전에 있던 것을 쓸까?

아니면 새로 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물건을 쓸가?

매몰비용을 다루는 모든 실험에서 비싼 가격을 치루고 새로 산 물건을 대부분 사용한다고 나타났다.

이미 물건을 사용하는데는 값을 치루고 난 후이므로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보다 효율적인 예전 기기를 사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미 쏟아붓고 사라진 비용을 매우 아까워해서 비효율적으로 거기에 집착하게 되는데 이를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고액연봉을 주고 새로 FA 계약을 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계약을 했지만 막상 선수로 계속 기용하고 있노라면 같은 포지션에 새로운 신인이 훨씬 뛰어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선수를 계속 기용하는 것이 바로 매몰비용의 오류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러한 선수들에 대해 정확한 인식과 가혹한 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한 때 최고였던 타자, LA에인절스의 푸홀스를 주전에서 빼기는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비슷한 비판이 또 한명의 엄청난 타자 미구엘 카브레라에게도 가해진다.

그 선수들이 평생 쌓아올린 업적에는 전혀 흠이 안되겠지만 에이징 커브나 부상을 겪으면서 현재 같은 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실력이 현저히 떨어진 선수를 고액 연봉 때문에 게속 쓴다는 것은 팀이 승리하는데 도움이 전혀 안된다.

몸값 비싼 선수 영입했지만 성적이 안 나와 쓰지도 않는다고 비난 받으면서 우승하는 것과 욕을 먹지 않으려고 비싸고 비효율적인 선수를 계속 쓰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비교하면 전자가 우선시되어야만 한다.

그게 바로 프로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야구 FA 계약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글을 쓰는 오늘 이 시점에서는 아직 한 선수만이 계약을 맺었고, 나머지 선수들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지난 번 글을 통해 FA 계약을 할 때 생각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 고민하였는데, 오늘은 FA 선수에 대해 거액의 계약을 맺더라도 절대 매몰비용 오류에 빠져 팀 성적을 그르치지 말자라는 내용을 전달하였다.

내가 거의 40년간 팬으로 살아온 그 구단이 항상 매몰비용 오류에 빠져 행동했기 때문에 유난히 마음이 쓰여서 하는 말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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