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중국의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이르는 이른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의 주류인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출생) 청년들의 문화는 기성세대들과 확연하게 다르다.

개인주의적이고 당장 눈앞의 편안함만 추구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와 사회적인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들의 바로 앞 선배 격에 해당하는 M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의 주류인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들이 나라의 미래가 암담하다면서 혀를 찰 정도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베이징의 한 지하철역에 세워진 윈인웨의 광고. 업계 1위 탈환을 위한노력이 엿보인다.[사진=신징바오(新京報)]

진짜 그런지는 Z세대 사이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서 뒹굴거리는 탕(躺平)이라는 행위가 최근 가장 유행하는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현실 하나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만사가 귀찮으니 외부와 담을 쌓고 빈둥거리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겠다는 의식이 이들에게 팽배해 있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아무리 탕핑 생활을 즐긴다 하더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면 오히려 탕핑이라는 것이 지겨워질 수 있다.

슬기로운 탕핑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을 떼울 뭔가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이 아마도 음악을 듣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기업들이 이 현상을 외면할 까닭이 없다. 이들을 공략할 아이템을 사업으로 연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도 무궁무진하게 많다. 대표적인 기업이 아마도 모바일 음악 앱인 왕이윈인웨(網易雲音樂. 이하 윈인웨)라고 단언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당초 이런 현실에 착안해 출범한 이후 지금은 10대 후반~20대 초반 연령대 사이에서 이른바 '최애 앱'으로 군림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굴지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왕이(網易)가 지난 2013년 야심차게 출범시킨 윈인웨는 현재 모바일 플랫폼 중 가장 방대한 음원을 확보한 최대 음악 앱으로도 유명하다.

회원 규모도 무려 4억 명 전후를 헤아린다. 경쟁사인 텅쉰(騰訊. 영문명 텐센트) 음악 플랫폼(이하 텅쉰)이 부럽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방탄소년단(BTS)의 열성 팬인 아미를 자임하는 베이징의 Z세대 청년 자오메이잉(趙美英) 씨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세대는 기성세대들처럼 인생을 조급하게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여유로운 생활을 추구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이들에게는 음악이 단연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중국에 윈인웨와 텅쉰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앞으로도 이들은 많은 중국의 청년들에게 위안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윈인웨가 선발 주자인 텅쉰을 위협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히 방대한 음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도 많다.

무엇보다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맞춤형 음악을 선곡 가능하도록 해주는 기능의 존재를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사용자의 니즈를 적절히 파악, 유용한 라디오 채널을 추천해주는 역할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역시 결정적인 것은 모바일을 통한 서비스에 처음부터 포커스를 맞췄다는 사실이 아닐까 보인다. 중국의 음악 시장이 한동안의 침체기를 맞은 후 ‘디지털 음원 시대’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현실을 완벽하게 꿰뚫고 대비했다는 말이 된다.

2021년 말을 기준으로 1000억 위안을 약간 웃도는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모바일 음악 시장은 텅쉰의 기세가 단연 압도적이라고 해도 좋다. 거의 시장의 70%를 휩쓸고 있다.

이에 비한다면 윈인웨는 아무리 텅쉰을 위협하고 있다고는 하나 점유율이 초라하다고 할 수 있다. 20% 남짓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위협적인 후발주자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윈인웨가 회원 1억 명을 돌파했을 때 가진 행사인 음악대전의 모습. 한국과 중국의 가수들도 대거 참여했다.[사진=신징바오]

하지만 영원한 1등이 없다는 불후의 진리를 상기하면 윈인웨가 제풀에 지쳐 쓰러질 필요는 없다. 굳이 지나치게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막강한 자본력을 자랑하는 모기업인 왕이가 뒤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꼽아야 할 것 같다. 회원들의 충성도가 업계 1위라는 사실 역시 윈인웨가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윈인웨 유료 콘텐츠를 구입하겠다는 이들의 의사는 전체 평균 60%보다 훨씬 높은 80% 전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초에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서 32억8000만 홍콩달러(495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기염을 토한 사실 역시 윈인웨가 텅쉰의 아성 도전에 나서는 것이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상장 보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홍콩에서의 시가총액이 일거에 500억 홍콩달러에 이른 사실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장애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철옹성 같은 텅쉰의 아성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중국 당국이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등을 대상으로 최근 작심하고 빼든 이른바 ‘홍색 정풍 운동’의 칼도 어려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부가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업종의 현실 역시 나름의 문제가 아닌가 보인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전망은 역시 비관보다는 낙관 쪽으로 흘러도 괜찮다. 고작 출범 8년 만에 업계 2위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지금까지의 폭발적 성장세는 이 단언이 괜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시장 점유율에 비해 회원들의 이용 시간이 텅쉰 만큼이나 길다는 사실도 긍정적 요인으로 거론할 수 있다.

중국의 모바일 음악 시장은 4차 산업 혁명의 도도한 물결을 상기할 때 시간이 갈수록 성장할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성장세를 보면 매년 30∼40%씩 성장, 2025년에 20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경우 윈인웨의 몸집도 더불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4년 내에 매출액 500억 위안 시대도 열 수 있을 전망이다.

상장 직전까지 시가총액이 최소한 700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당연한 성장세가 아닌가 보인다. 전망은 진짜 확실히 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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