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 까다롭고 사후관리 7년 제약은 감내해야

김주석 BnH세무법인 전무

【뉴스퀘스트=김주석 BnH세무법인 전무 】 ‘상속’이라는 말은 쉽게 꺼내기 어려운 말이다. 어쨌든 관련 당사자의 죽음을 전제로 이야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L씨는 요즘 자주 연락을 한다. 부친께서 제조업을 40년 넘게 경영하고 계시는데 그 연세가 이미 팔순을 넘었다.

아직까지는 건강하고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연세이고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하면 L씨는 눈앞이 깜깜하다고 한다.

부친께서는 창업한 이후 현재까지 계속 한길만 걸어 오셨는데, 이십년 전에 서울에 있던 공장을 수도권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규모를 크게 늘려 공장을 신축했다.

수도권 외곽이라고 하지만 그 지역도 이십년 동안 나날이 발전하여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땅값이 상승하였고 덩달아 회사의 주식가치 또한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문제는 그동안 부친께서 사업과 관련된 이익을 거의 모두 재투자를 하셨고 개인적으로 모아 둔 재산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상속이 이루어게될 경우 물려받는 재산의 대부분이 법인의 주식이 될 것이고 그 주식가치는 엄청나게 높게 평가되어 상속세는 거의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될 것이 확실한 상황인데 그 상속세를 납부할 현금이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몇 년에 걸쳐 나누어 내는 연부연납제도와 상속받은 재산으로 세금을 낼 수 있는 물납제도가 있다지만 비상장주식의 물납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듯 싶고 세액 자체의 금액이 상당한 경우 몇 년동안 나누어 내더라도 그 각각의 금액도 상당한 부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L씨는 나에게 자주 연락도 하고 하소연도 했다. 무슨 뾰죽한 방법이 없는지 ...

이런 경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공제제도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요건과 공제받은 후 일정한 사후관리 요건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에 대한 세금 중 가장 큰 금액인 500억원을 한도로 공제받을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제도이다.

이 제도는 잘만 활용하면 납부해야 할 상속세의 대부분을 공제받을 수 있다.  대신에 상속개시일부터 7년 동안 일정한 사후관리라는 제약을 받는다.

국가 입장에서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함으로써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및 경영노하우의 효율적인 전수와 활용을 도모,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명분과 이점이 있다.

아울러 가업을 승계받은 상속인의 성공적인 경영을 통한 가업의 유지․존속을 도모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공제요건 뿐 아니라 일정기간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여부에 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상속인의 경우 가업의 상황과 상속인들의 성향,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이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L씨와 같은 사람의 경우 워낙 성실한데다 5년 전부터 부친의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사업을 승계받아 발전시킬 의지가 있어 보이므로 따로 불러 가업상속공제 제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사를 물어보았다.

물론 L씨도 그 내용을 대강은 알고 있다고는 했는데 이제는 현실적으로 닥친 일이라는 생각에 앞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같이 검토해 보기로 하였다.

그 이후 L씨는 부친과 그 고민에 대해 다소 어색하지만 진솔한 대화를 하였고, 얼마 전부터 가업상속공제 요건과 사후관리에 대해 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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